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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Mar 31. 2019

인터넷의 상업화와 닷컴 버블

#2-2 인터넷 - 디지털 제국주의 1.0

1990년대에 접어들어 인터넷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군사용 네트워크에서 출발해 소수 얼리어답터들만의 놀이터로 기능했던 인터넷이 마침내 대중에게 개방된 것이다.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은 마음껏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며 모르는 사람들과 사이버 세계에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책의 대중화에 기여했듯이, 20세기 인터넷은 정보의 대중화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인쇄술이 종교개혁을 초래하고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계기를 마련했듯이, 인터넷도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예정이었지만 이러한 변화를 온전히 감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1990년대 초기, 사람들은 단지 컴퓨터로 다른 컴퓨터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우편 대신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을 신기하게 여겼을 뿐이다.  


인터넷의 대중화를 촉발한 배경은 월드 와이드 웹, 이메일, 웹 브라우저, PC 보급 등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 물론 이 같은 발전을 주도한 것은 대부분 미국이었다. 미국은 인터넷 기술뿐 아니라 거버넌스까지 장악하며 인터넷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인터넷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이 미국 내에서 인터넷의 상업화에 대한 관심 또한 부쩍 증가했다. 미국인들은 이제 인터넷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 제국을 이끄는 중심이 상인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상인의 최대 관심사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인터넷의 상업화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로 마크 앤드리슨을 빼놓을 수 없다. 일리노이 대학교 NCSA 연구소에서 일하던 청년 마크 앤드리슨은 1993년 세계 최초의 웹브라우저 모자이크를 만들었다. 모자이크는 당시 주요 PC 운영체계인 윈도우, 매킨토시, 유닉스를 모두 지원하는 오픈 소스 브라우저였다. 모자이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마크 앤드리슨은 웹브라우저의 잠재력을 확신했다. 그러나 NCSA연구소는 당시 학생이었던 마크 앤드리슨을 홀대하며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마크 앤드리슨은 NCSA를 떠나 실리콘 밸리로 향했다.


실리콘 밸리에 도착한 마크 앤드리슨은 인생의 귀인 짐 클라크를 만난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풋내기였던 마크 앤드리슨과는 달리 짐 클라크는 이미 쥐라기 공원 3D 그래픽 기술을 지원한 실리콘 그래픽스를 창업해 풍부한 사업 경험과 더불어 넉넉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짐 클라크는 웹 브라우저의 사업성에 주목했고 마크 앤드리슨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그의 사업 초기 자금을 지원해주었다. 마크 앤드리슨은 과거에 모자이크를 같이 만들었던 NCSA 동료들을 모집해 새로운 웹 브라우저 개발에 착수했고 넷스케이프를 만들었다.


마크 앤드리슨과 그의 동료들이 내놓은 넷스케이프는 초기 웹 브라우저 시장을 약 90% 이상 점유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넷스케이프는 정보의 바다 조타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고 인터넷의 대중화를 촉진했다. 넷스케이프 경영진은 기세를 몰아 1995년 당시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던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원래 14달러였던 넷스케이프 공모가를 막판에 28달러로 올리는 배짱을 부리면서까지 말이다.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넷스케이프 IPO는 대성공이었다. 상장 첫날, 넷스케이프 주식은 한 때 75달러까지 치솟았고 인터넷의 미래 가치에 배팅하는 수요가 충분함을 증명했다. 넷스케이프의 IPO는 닷컴 버블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다.


순식간에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20대 청년 마크 앤드리슨은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마크 앤드리슨이 어린 나이에 거둔 눈부신 성공은 능력 있는 젊은이들의 야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야심만만한 젊은이들은 고리타분한 대기업에 취업하기보다는 20대에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 창업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넷스케이프 대박을 목격한 투자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고 이들의 사업을 지원했다. 실리콘 밸리에 인재와 자본이 물밀듯이 몰려들었고 매일 호화로운 파티가 열렸다. 인상적인 것은, 파티의 주인공들이 양복을 빼 입고 거드름을 피우는 월가의 뱅커나 변호사가 아니라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엔지니어들이었다는 점이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ookjournal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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