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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Apr 21. 2019

반복되는 광기의 역사

#3-4 비트코인, 괴물의 탄생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알 수 없다.” 천재 과학작 아이작 뉴턴이 주식 투자에 실패해 거액을 잃은 뒤 남긴 말이다. 1720년대 영국의 남해회사 주가는 별다른 이유 없이 10배 이상 치솟았는데 이는 당시 무역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남해회사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온 국민이 투기열풍에 뛰어들자 영국 정부는 규제를 통해 진압에 나섰고 남해회사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손실을 봤다. 만유인력을 통해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뉴턴 조차 남해 버블의 피해자라는 점을 보면, 지성과 투자 실력은 별개인 것 같다. 


에드워드 챈슬러는 <금융투기의 역사>에서 버블의 역사를 풍부한 사례를 - 튤립 버블, 남해 버블, 미시시피 버블, 철도 버블, 일본 버블, 닷컴 버블 등 - 들어 설명한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광기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이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어리석고 탐욕적이며 군중심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어쩌다 투기열풍이 불면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이에 달려들고 도박판의 규모를 키운다. 제 아무리 신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번 도박판에 참가하면 집단최면에 걸리고 자제력과 판단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하이먼 민스킨은 신용 주기 5단계 이론을 통해 버블에 관해 명료하게 설명한다. 1단계는 투자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이끌리는 대체 단계로,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낙관적 인식이 지배적이다. 2단계는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서서히 증가하는 호황 단계이다. 3단계는 자산 가격이 치솟으며 시장 참여자들이 큰 수익을 내는 도취 단계이다. 버블을 정당화하기 위한 모형이 등장하고 모두가 파티를 즐긴다. 4단계는 이익실현 단계로, 똑똑한 투자자는 변화의 기류를 감지하곤 ‘최후의 바보’에게 폭탄을 떠넘긴 뒤 파티장을 벗어난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겨움에 취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한다. 5단계는 공황 단계이다. 버블이 터지면서 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사람들은 공포에 빠진다. 공포는 더 큰 공포를 낳으며 가격 폭락을 부추긴다. 


하이먼 민스키의 이론을 비트코인에 적용해보자면, 2017년 재현된 집단 광기는 3단계인 도취 단계에 가깝다. 위대한 투자자로 칭송받는 제시 리버모어가 “가격이 최고의 홍보 수단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2017년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컴퓨터 기술에 능통한 괴짜, 얼리 어답터, 범죄자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까지 비트코인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개인들은 앞 다투어 거래소에 계좌를 트고 비트코인을 구매했고 막대한 차익을 낸 사람들이 알려지면서 투기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비트코인과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이 갑자기 주목을 받자 온갖 부류의 기회주의자들이 생겨났다. (본인도 2017년 버블로 비트코인을 알게 된 이후 블록체인 산업에 종사하기 시작했으니 기회주의자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능키인 것 마냥 떠드는 웅변가, 아무런 근거 없이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무책임한 노스트라다무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신의 것인 양 말하는 앵무새 전문가, 깊이 있는 내용 대신 휘발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만을 다루는 미디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기꾼, 최후의 바보를 찾는 도박사까지. 모두가 힘차게 팡파르를 울리며 파티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파티는 분위기는 꽤나 고무적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뉴 노멀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다. FOMO 증후군 (Fear Of Missing Out, 새로운 트렌드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 확산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도박판에 뛰어들었다. 광기의 역사는 어김없이 반복됐다. 사람들이 집단 최면에 걸리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음료 제조 업체인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는 회사명을 ‘롱 블록체인’으로 바꾸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추후 나스닥은 해당 업체를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닷컴 버블 때 기업 이름에 '닷컴'이 들어가기만 하면 주가가 폭등했던 것처럼, 비트코인 버블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북저널리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7월에 책이 출간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내용을 일부 삭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ookjournal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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