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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Jun 11. 2019

글로벌 제국의 부상

#6-5 블록체인 - 디지털 제국주의 2.0

인터넷은 정보가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세계화’와 ‘디지털화’라는 메가트렌드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비트코인은 돈이 국경을 오가는 것을 쉽게 만듦으로써 이러한 메가트렌드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다. 앞으로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 화폐를 활용한 크로스보더 경제활동이 쉬워짐에 따라 국가 간의 경계는 무의미해진다. 세계는 더욱 통합될 것이고 개인과 기업에게 글로벌화는 점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우리는 결국 ‘글로벌 제국’의 신민으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글로벌 제국은 평범이 멸종된 극단의 세계다. 세계화와 디지털화에 기반한 글로벌 제국은 개인과 기업에게 어마어마한 성공의 기회를 제공한다. 마치 박막례 할머니가 글로벌 유튜브 스타가 되고 BTS를 키워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예외가 원칙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글로벌 제국의 은총은 지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질 뿐, 대다수는 세계화와 디지털화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제국에서는 승자 독식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질 것이다. 야망 있는 개인과 기업은 자신의 조국보다는 글로벌 제국의 편에 서는 것을 택할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의 의미는 점점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글로벌 제국은 특정 인종이나 집단이 통제하지 않는 개방성을 내세운다. 관용과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글로벌 제국은 얼핏 공평하고 민주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이라는 말이 내포하듯 글로벌 제국은 영어권 국가,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국이다. 미국은 정치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 우위를 총동원해 글로벌 제국의 우두머리로 군림한다. 글로벌 제국의 신민이 되기 위해서는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미국 문화에 거부감이 없어야 하며 미국인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미중의 치열한 패권 다툼 속에서 다른 국가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미국의 편에서 글로벌 제국의 식민지가 되느냐 (공식적인 호칭은 미국의 동맹국 혹은 우방이다) 중국과 함께 미국의 지배에 반기를 들고 어마 무시한 경제보복을 당하느냐이다. 전자를 선택한 국가는 미국이 정한 비트코인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후자는 중국이 만들어 낸 비트위안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미 미국 디지털 제국의 지배 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은 결국 비트코인 생태계로 편입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미국이 중심이 된 글로벌 제국은 로마, 영국 이후 가장 성공한 제국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월가의 금융 기업과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 기업은 미국이 글로벌 제국을 통치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울 것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글로벌 제국이 경제적으로는 통합되어 있으나 정치적 민족적으로는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 핵전쟁과 같은 글로벌 차원의 문제를 모든 국가가 이상적으로 협력해서 해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치인들은 글로벌 제국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시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를 자극할 것이다. 여기에 선동당한 사람들은 증오의 함성을 내지르며 적을 ‘발명’해내곤 분열을 자초할 것이다.


평화의 가면을 쓴 미국이 지배하는 글로벌 제국과 중국이 중심이 된 반미 연합으로 갈라진 세계,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해석이다. 미국이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 식민지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블록체인은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배 강화에 이용될 여지가 있다. 과연 정보의 바다를 지배하고 있는 디지털 제국이 가치의 바다마저 장악해 버리면 무슨 일이 생길까? 블록체인 식민지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고찰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논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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