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vs. 펩시 블라인드 테스트의 시사점 (당신의 상대가치#6)
미국의 유력 미디어 Forbes가 매년 선정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순위의 상위권 기업들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전자, 페이스 북 등 대부분 IT기업 들입니다. 쟁쟁한 IT 거인들 틈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코카콜라인데 그 브랜드 가치가 무려 560억 수준 (한화로 60조를 상회)이라고 합니다. 콜라는 코카콜라의 대표 음료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한 캐러멜 빛의 청량음료의 명칭이기도 합니다. 코카콜라라는 회사의 명칭이자 주력 제품이 곧 시장을 대변하는 제품으로 통용되는 것을 보면, 코카콜라의 뛰어난 브랜드 가치가 납득이 갑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10위 (출처: Forbes)
1886년 설립된 코카콜라 대비 불과 7년 후에 세워진 펩시는 여전히 강력한 경쟁자이기는 하지만, 콜라 시장에서 코카콜라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여전히 만년 2위에 머물렀고 2015년 Forbes 선정 브랜드 가치도 코카콜라보다는 다소 낮은 19위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970년대 펩시는 “펩시 챌린지”라는 전설적인 마케팅을 펼칩니다. 바로 쇼핑센터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경쟁사인 코카콜라와 자사 펩시 제품의 라벨을 떼고 소비자들에게 두 가지 맛의 콜라를 시음하도록 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던 것이죠.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두 가지 음료를 시음 후, 어떤 콜라가 더 맛있냐고 물었더니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1위 제품 코카콜라가 아닌 펩시 제품을 선택했으며 펩시는 이런 결과를 마케팅에 영리하게 이용하여 코카콜라로부터 일정 수의 점유율을 뺏어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펩시가 맛에서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코카콜라는 콜라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점유율을 자랑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일까요?
펩시콜라의 마케팅 펩시 챌린지 (출처: 펩시)
이와 관련, Baylor 대학 연구팀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마시는 실험자들의 뇌를 자기공명 영상장치로 촬영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펩시 챌린지처럼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때는, 실험자가 펩시콜라를 마셨을 때 뇌의 만족감을 관장하는 배쪽피각이 훨씬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자들이 마시는 콜라가 코카콜라 브랜드라는 것을 알려줬을 때 뇌를 촬영한 결과, 다른 고차원적 사고를 하는 뇌의 영역들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즉, 소비자들이 콜라를 마실 때에는 콜라 자체가 가진 맛 (절대가치)뿐만 아니라 콜라의 브랜드(상대가치)도 맛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명품은 이러한 브랜드의 효과가 극명하게 작용하는 시장입니다. 물론 싼 게 비지떡이라고 고가의 명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 대비 품질이 좋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에르메스 장인이 만든 가죽 가방처럼), 제 생각엔 Baylor 대학의 콜라 실험에서와 같이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저를 포함하여) “브랜드”에 의존하여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특정 로고가 붙어있는 인기 명품백의 경우, 너무 보편화되어 길을 걷다가 3초마다 볼 수 있다고 하여 3초 백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명품백의 구매는 가방의 훌륭한 품질 (절대가치)에 높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용의가 있는 사람들만 구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품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진품과 판박이의 로고를 달고 나오는 짝퉁 제품들까지 덩달아 인기인 것을 보면, 브랜드의 힘 (상대가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 번 시장에 브랜드를 알리고 인정받게 되면, 그 기업이 제공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품질 (절대가치)와는 별개로, 시장에서 더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향수 중 하나인 샤넬의 넘버 5가 100년 가까이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품 자체의 독특한 향도 있겠지만, 럭셔리한 브랜드 이미지가 한몫 톡톡히 했습니다. 특히나 메릴린 먼로가 침대에서 무엇을 입느냐는 질문에 샤넬 넘버5라고대답하며 미국 시장에서 샤넬 넘버5의 부흥에 일조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예이죠. 이제는 왜 수많은 기업들이 자사 제품 브랜딩을 위해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면서 유명 스타들을 고용하는지 알 수 있겠죠.
메릴린 먼로와 샤넬 넘버 5 (출처: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