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발명

진화하는 결혼 #1

인간과 원숭이의 진화적 원류가 밀접하다는 찰스 다윈의 주장은 수많은 종교인과 인본주의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실제로 인간과 원숭이의 DNA는 90% 이상 일치한다. 우리는 사회화를 통해 문명인을 능숙하게 연기하며 살지만, 내면의 무의식에 잠재된 원숭이의 야만성을 완벽하게 제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점에 있어서 인간은 원숭이다. 그런데 인간이 원숭이와 명백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 섹스 그리고 결혼에 관한 점일 것이다.


원숭이가 오늘날 인간의 결혼식에 참석하면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턱시도를 입은 신랑. 눈물을 훔치는 부모. 부케를 받고 기뻐하는 신부의 친구. 경직된 자세로 웃으면서 손뼉 치는 하객들. 그리고 이 모든 모습을 찍는 사진 기사. 정해진 각본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 한 때 아프리카 초원을 함께 뛰놀던 호모 사피엔스 친구가 이토록 기괴한 짝짓기 의식을 치르는 것을 원숭이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영장류는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룬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특수한 제도로 가족을 규정하고, 이를 축하하는 요란한 의식을 거행하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결혼은 다른 종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무척 독특한 인간만의 풍습이다. 실제로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결혼을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위대한 교환 제도라고 평했다. 그렇다. 결혼은 호혜성의 원칙에 근거한 자원의 교환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이해타산에 의해 체결되는 거래가 결혼인 것이다.


도대체 결혼의 기원은 무엇일까? 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수렵채집 시대부터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규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시인 조상들의 습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수렵채집 시대부터 결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놀랍게도 결혼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행복,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결혼은 전쟁, 액션, 기업 간 인수 합병과 같은 키워드들과 관련이 있다.


최초의 결혼이 언제였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은 시대에 따라 결혼이 진화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결혼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봤을 때 대단히 납득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가령,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부일처제는 생겨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과거에 결혼의 표준은 난혼이었다. 또한, 오늘날 도덕의 잣대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근친상간이 어떤 시대에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결혼의 역사와 관련, 루이스 헨리 모건의 <고대사회>은 훌륭한 참고자료다. 이 책에 따르면, 수렵 채집 시대에 가족을 구성하는 방식은 군혼 (群婚)이었다. 군혼은 배타적 관계를 강제하는 어떠한 규율 없이 집단 구성원들끼리 가족을 꾸리는 형태이다. 즉, 서로가 서로의 남편이자 아내가 되고 형제자매간에도 성관계를 맺는 것이 허용된다. 만약 누군가 아이를 낳으면 집단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부모 역할을 한다. 이 때는 아이가 어머니의 혈연 계통을 따르는 모계사회였다. 왜냐하면 구성원 간 자유로운 성관계가 허용됨에 따라,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 지 알기는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군혼에 기반한 혈연 가족에서 조금 발전한 형태가 ‘푸날루아’ 가족이다. 푸날루아는 친근한 동반자라는 하와이 원주민 언어다. 혈연 가족은 부모 자식 간 성관계가 금지되는 반면 형제자매간 성관계는 허용된다. 그러나 푸날루아 가족에서는 형제자매간 성관계도 허용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부에서 짝을 찾는 족외혼이 성행하고 가족 간 성관계를 금지하는 풍토도 점차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가족 제도는 혈족보다 규모가 큰 씨족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결혼이라고 정의하는 제도는 인지 혁명의 탄생과 궤를 함께 한다. 인지 혁명이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을 뜻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지 혁명 덕분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상상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대규모 집단을 형성해 지구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종교, 국가, 전설과 같은 허구의 이야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동일한 정체성을 갖게 만들고 협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상상의 질서 하에 인간은 문명을 구축하며 다른 종 대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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