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격표는 다르게 마련이다 (당신의 주가는 얼마인가#2)
지금은 강남스타일로 일약 글로벌 스타가 된 싸이의 첫 데뷔곡은 “새”라는 곡입니다. 2000년 초 다소 파격적이었던 의상과 무대는 좌중을 압도했으며 그를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게 합니다. 특히나 직설적인 노래 가사는 진부한 사랑노래에 질린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다음은 그의 데뷔곡 “새” 가사 중 일부입니다.
나 한순간에 새됐어 당신은 아름다운 비너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나 갖다가 너는 밤낮 장난하나 나 한순간에 새됐어(야) 당신은 아름다운 비너스(구)
너만을 바라보던 날 차 버렸어 나 완전히 새됐어
두려운 거야 더러운 거야 아니면 좋아서 내숭 떠는 거야 쇼하는 거야 뭐야
당신 나랑 지금 장난하는 거야 당신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거야 이 십원(10)짜리야
가사 중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10원짜리야"라는 부분입니다. 물론 노래에서는 자신을 차 버린 여성에게 화가 난 남성이 분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격하게 튀어나온 표현입니다만 저는 10원짜리 인간이란 표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인간에게 10원, 100만 원 혹은 100억 등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수 많은 공산품에 필수적으로 붙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격표입니다. 얼핏 외견상 비슷해 보이는 상품일지라도 브랜드, 품질,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이 가격표입니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 품질과 함께 이 가격표에 주목하고 대체품과 함께 비교해보며 합리적 구매 결정을 내리려 합니다. 특히나 가격표의 수준이 높아질 때,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은 좀 더 복잡해집니다. 가령, 껌 한 통을 사는데 있어서 수많은 고민 끝에 구매 결정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값이 나가는 재화, 이를테면 자동차나 집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는 소비자의 머릿속 계산기는 팽팽히 돌아갑니다. 과연 이것이 최선의 구매인지? 내가 적정 가격을 지불하는 것인지? 다른 대체재는 없는지? 구매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시기인지? 등을 고려하며, 심사숙고 끝에 소비자는 구매의사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에게도 가격표를 붙이고 이 사람은 얼마짜리 인간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요? 비록 대한민국 헌법 1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명시하며 인간의 존엄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부분입니다만,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관점에서의 인간의 가격표는 평등하지 않으며 개개인의 내재가치 및 외부의 평가에 따라 부여되는 가격표는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가격표를 붙이는 다소 무섭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우리 주위에서 이미 빈번히 발생하는 일입니다.
단적인 예로, 스포츠 선수들은 계약이 끝나고 구단을 옮길 때 연봉 계약을 하고 제시된 몸값은 스포츠 선수 자신의 가격표가 됩니다. 스포츠 선수들의 경기 성적, 대중성 등에 기반하여 몸값은 책정되며, 일부 슈퍼스타들의 경우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때로는 해당 슈퍼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구단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더 높은 몸값을 제시하는 모습은 흡사 공산품 경매장을 연상케 합니다. 이러한 일이 비단 스포츠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직장인이 받는 연봉,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는 임금, 공연을 하는 가수가 받는 행사비등이 모두 개개인의 내재가치 및 외부의 평가에 의해 가격표가 책정됩니다.
당신과 점심을 먹기 위해서 누군가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최고가는 당신을 좋아하는 주변의 누군가가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점심 값 그 이상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본인과의 점심식사가 수 억, 수 십억의 가치를 갖기도 합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주기적으로 본인과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경매에 부치는데 단지 워런 버핏과의 몇 시간의 점심식사를 위하여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기꺼이 수억에서 수십억의 입찰가를 제시합니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의 저자 가이 스파이어에 의하면, 그는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위해 약 7억원을 지불하지만 투자기법, 부자 되는 방법이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철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왜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밥 값 그 이상의 가격표가 붙기 힘든 점심식사 기회가 워런 버핏의 경우에는 억 단위의 가격이 매겨지는 것일까요. 저는 그 이유는 개개인이 얼마짜리 가격표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워런 버핏은 가치투자의 대명사이자 전 세계적으로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귀감이 되는 사람입니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아마도 한 번쯤 워런 버핏의 저서를 탐독하며 금융인의 꿈을 키운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듯 그는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이며 투자의 바이블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그의 가격표는 평범한 대중들의 그것을 압도하며 심지어 그의 점심 식사마저도 놀라운 프리미엄에 거래되는 이유입니다. 이렇듯 평범한 사람과 워런 버핏을 구분 짓는 요인, 즉 얼마짜리 가격표가 붙느냐는 대상의 내재 가치 및 외부의 평가에 달려있습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출처: C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