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사랑과 결혼의 결합 #4
임신의 경우에 따라 축복이자 재앙이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길 원하는 이들에게 임신은 신의 은총인 반면,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에게 임신은 비극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피임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지는 것을 피했다. 알려진 기록에 의하면, 최초의 피임은 고대 이집트에서 악어 똥을 활용한 방식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악어 똥에 꿀 등을 섞은 혼합물을 통해 피임했다. 이외에도 해초나 동물의 뿔을 이용하는 원시적인 방식으로 피임이 행해졌다.
근대에 이르러 피임법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6세기 유럽 귀부인들 사이에서는 스펀지 탐폰이 쓰였다. 이 당시 분별력 있는 여성들은 사교 모임에 초대받아 외출할 때 허리춤에 스펀지를 동여매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현대적 의미의 콘돔이 등장한 것은 18세기부터이다. 물론 그 이전에 중국이나 이탈리아 등지에서 부드러운 삼나무 종이나 기름칠한 얇은 헝겊이 콘돔처럼 쓰이기는 했지만, 18세기 양의 창자로 만들어진 매끈한 영국 콘돔의 성능에 비견할 만 것이 못되었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도 콘돔의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콘돔을 ‘영국인의 외투’라는 애칭으로 표현한 바 있다.
피임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60년 미국에서는 최초의 먹는 피임약 ‘에노비드’가 출시되었다. 이 완두콩만 한 약은 여성 해방 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에는 피임의 주권이 전적으로 남성에게만 있었는데 먹는 피임약을 통해 여성도 남성의 동의 없이 피임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피임약 덕분에 여성은 스스로 임신을 조절하고 삶의 계획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피임약의 대중화는 여성 해방 운동에 불을 지폈다. 여성들은 투쟁을 통해 정치적 권리를 획득했던 것처럼 성적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여성은 출산 도구가 아니다”, “내 자궁은 나의 것이다” 와 같은 시위 구호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확산되었다. 사유재산의 탄생과 남성의 강박적인 부성 확실성에 기인한, 여성의 성적 자유를 억압하는 전근대적인 인습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속한 산업화와 세속화로 인해, 여성의 순결 이데올로기를 강제하던 종교 세력도 더 이상 예전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성의 성적 권리가 신장되고 기존에는 엄격하게 금기시되던 낙태마저 결국 합법화되었다.
피임약과 여성 해방 운동 덕분에 마침내 여성들은 전례 없는 성적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여성이 거리낌 없이 비키니를 입고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가슴이 파인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이제 당당한 개성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또한, 여성의 성욕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어 여성의 자위, 오르가즘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원래 의료용 기기로 사용되던 바이브레이터는 이제 여성의 외로움을 달랠 성인용품으로 둔갑되어 판매됐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섹스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이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였다. 예전에 젊은 연인들은 부모 몰래 혼전 섹스를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특히 여성에게 섹스는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집요하게 이를 요구하는 남성의 요구에 ‘마지못해 수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순결 이데올로기가 힘을 잃고 여성이 성적 자유를 누리게 되자, 섹스는 불편하고 두려운 것이 아닌,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사랑의 묘약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섹스는 이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치러야 할 거사가 아니라 마치 테니스나 골프 같은 스포츠쯤으로 인식되었다.
섹스의 목적이 번식이 아닌 쾌락일 수 있다는 것은 실로 급진적인 생각이었지만, 낭만주의를 체득한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은 이 생각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콘돔과 피임약이 대중화되고 낙태가 합법화되자 젊은 연인들은 마음껏 성적 자유를 실현하게 되었다. 부모의 감시로부터 벗어나 데이트를 즐기게 된 젊은 연인들은 혼전 섹스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사람들은 이제 연인으로부터 낭만적인 사랑과 정신적 친밀감뿐 아니라 만족스러운 섹스를 기대했다. 이에 따라, 배우자와의 속궁합이 결혼 생활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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