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된다? 아니, 아마 더 안 좋아지겠지
며칠 전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가면 미팅을 다니느라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일이 많아서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도쿄에서 택시를 타면 대부분 나이가 꽤나 많으신 노인분들이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택시기사분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택시 아저씨지만 일본은 택시 할아버지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백발의 노인들이 택시를 몰고 있고 일본의 택시 아저씨 (40대 전후)를 찾기는 정말 힘들다. 일본의 평균 택시기사들의 나이는 대략 60세 정도라고 한다. 때문에 택시를 타면 때때로 의사소통이 잘 안될뿐더러 (언어의 문제가 아닌 말 그대로 말이 안 통하는 분들도 계시다) 지도를 볼 때도 돋보기를 가져다 대고 한참을 보시는 기사분들도 있어서, 총알택시를 운전하시는 우리나라 기사님들이 참 젊고 민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본의 노인들은 택시뿐만 아니라 간병, 유통, 제조업 등 전방위 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노인들의 경제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이 비록 지금은 과거대비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고 금융시장에서도 아시아를 분류할 때는 Asia ex-Japan이라고 할 정도로 일본의 존재감은 막강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부분들이 일본에서 파생된 것이 많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일본이 한국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일본 경제가 한국보다 20년 정도 선행하는 것을 이야기하며 인구절벽과 더불어, 한국이 조만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할 것이다라고 전망하는데 나는 이 명제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아마 더 안 좋아지겠지.
통일과 같은 특이한 변수가 없다면, 앞으로 한국경제는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뛰어넘는 수준의 최악의 불경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람들은 역사적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며 무시하지만, 인정할건 인정하자. 일본은 선진국이고 한국은 일본만큼만 해도 엄청나게 선방하는 거다. 우리나라는 일본만 한 내수시장도 없을뿐더러, 기술력도 반도체를 필두로 한 전기전자 및 일부 업종 아니면 일본에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한국이 선도하는 전기전자 업종 내에서도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천소재나 장비, 부품은 죄다 일본 제품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일본이 전쟁 이후 축적한 부에 비하면 OECD 경제규모 10위권의 한국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이 경제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우리나라의 향후 20년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처럼 될 거라는 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마 일본과 비교 시 한국 저성장의 골은 더욱 깊을 것이고 그에 따른 취업난, 결혼 및 출산율 저하, 가속화되는 부의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 늘어나는 가계부채, 튼튼한 내수시장의 부재 등이 한국을 강타할 것이다.
일본은 국민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점차 노인이 살기 편한 나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미 과거 고속성장시대에 부를 많이 축적해둔 일본 노인들은 소비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먹고살 만큼의 연금이나 재산은 있고 정부의 주도하에 꾸준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한국의 20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그때쯤이면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된다는데 택시기사뿐만 아니라 단순 노동을 하는 일자리는 많이 없어져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직업은 멸종되는 게 아닐까? 과연 미래의 많은 한국노인들이 현재 일본 노인들이 누리는 수준의 경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까? 과연 청년취업도 안 되는 마당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이런 노인들이 살기 좋은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역량이 될까? 음..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은 통일만이 답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어릴 적 교과서에서 봤던 노랫말이 진심으로 간절한 요즘이다.
일본에 사는 지인에게 들은 애로사항 중 하나는 일본에는 전반적으로 활기가 없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사회.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 쪼그라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