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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May 31.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기억(7)

[기억 2주차 - 심리] 3. 오기억 형성 실험

목격자 증언

     범죄 현장의 목격자가 용의자의 행적이나 외모, 사건 내용이나 발언 등에 대해 자신의 기억을 통해 확인해주는 것을 목격자 증언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목격자 증언은 법정에서 강력한 증거로 채택됩니다. 하지만 목격자가 얼마나 실제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여 객관적 사실을 보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실제로 목격자의 잘못된 증언으로 인해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수십 년이 지나서야 유전자 감식과 같은 진보된 기술의 도움으로 무죄를 인정받는 사례가 많이 발생합니다. 


목격자 증언은 법정에서 강력한 증거로 채택된다 / 사진출처: mibba.com


    목격자 증언이 틀릴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도날드 톰슨이라는 유명한 심리학자를 지목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톰슨은 사건 발생 당시 생방송으로 TV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해자가 아닌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이러한 해프닝의 전말은 그녀가 범행을 당하는 도중 TV에 출연 중인 도날드 톰슨을 보게 되었고 실제 가해자에 대한 기억과 잘못된 통합을 일으켜 오기억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오기억(false memory)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발생합니다. 경험한 적 없는 기억을 형성하기도 하고, 일관된 편향을 통해 왜곡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오기억이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 오기억의 범위 등을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오기억 관련 실험을 고안하여 진행해왔습니다. 


오기억 형성 실험

오기억 형성 실험의 예. 좌측의 단어들이 실제 학습한 단어이고 우측은 오기억으로 형성되기 쉬운 단어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출처: web.colby.edu/cogblog

   

     비교적 간단한 오기억 형성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우선 참가자는 장갑, 간호사, 가운, 청진기, 병원, 주사, 수술, 병, 환자 등의 단어를 학습합니다. 그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단어들을 회상하는 과제를 받게 됩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단어 목록에 없던 단어를 회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목록에 없는 단어들은 학습한 단어들의 공통 특징과 관련된 붕대, 의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실험은 우리가 받아들인 정보를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영역, 대상까지 확장하여 저장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위와 같은 실험은 오기억이 얼마나 쉽게 형성될 수 있는지 알려주기는 하지만, 생태학적 타당도(ecological validity)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즉 연구가 수행되는 조건이 그 결과가 적용될 실제 현실의 자연스러운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오기억의 경우 위 실험과 같은 간단한 단어 목록이나 그림 자극에 대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오기억은 다중 감각을 포함하고 일련의 사건과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과 정서, 해석까지 포함하여 형성되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생태학적 타당도를 고려한 오기억 연구들이 진행되었는데요, 쇼핑몰에서 길을 잃은 경험(Loftus, 1997), 가족의 결혼식에서 사고를 당한 경험(Hyman, Husband & Billings, 1995), 동물로부터 공격을 받은 경험(Porter, Yuille & Lehmann, 1999), 최근 시험에서 커닝을 한 경험(Russano, Meissner, Narchet & Kassin, 2005), 왕자와 함께 차를 마신 경험(Strange, Sutherland & Garry, 2006)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기억을 인위적으로 형성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Shaw와 Porter(2015)의 오기억 실험: 범죄를 저지른 경험의 풍부한 오기억 형성하기


    그렇다면 조금 더 복잡하고 심각한 기억의 경우엔 어떨까요? 쇼(Shaw)와 포터(Porter)는 2015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는 오기억을 형성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형성하려고 한 기억은 크게 두 종류로 범죄 기억(폭행, 강도, 절도)비범죄 기억(사고, 개에 의한 공격, 돈 분실)이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어릴 적 강한 정서적 경험은 있지만, 오기억의 내용과 같은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 경험이 없으며, 범죄로 인해 경찰과 만나본 적이 없는 대학생들이었습니다. 실험을 위한 인터뷰는 40분가량의 길이로, 1주일 간격으로 총 3회 진행되었습니다. 실험자는 오기억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사용했는데요, 증거 제시, 사회적인 압박, 긍정적인 피드백, 유대감 형성 등 최대한 오기억이 잘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70명의 참가자 중 44명이 오기억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형성된 오기억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적으로 실제 기억에 버금가는 생생한 기억을 포함하고 있었는데요, 실험자의 의도에 따라 참가자들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정서적으로 강렬한 경험을 포함하는 가짜 기억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오기억 실험의결과. 무려 70명 중 44명이 범죄 경험에 대한 오기억을 형성하였다 / 출처: Shaw & Porter (2015)

 

    이러한 결과들을 볼 때, 우리의 기억은 온전히 사실만을 기억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실험을 통해서도 다양한 경험에 대한 기억을 한 사람의 인생에 주입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기억들 중 대부분은 당시의 실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주변 정보들을 통해 재구성된 오기억일지도 모릅니다.




구성적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인간의 기억은 컴퓨터의 데이터와는 달리 가변적이고 왜곡될 수 있다 / 사진출처:http://maxpixel.freegreatpicture.com

 

    여기까지가 구성적 기억을 주제로 한 심리학 이야기였습니다. 첫 글에서는 구성적 기억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했고, 두 번째로는 대니얼 쉑터(Daniel Shacter)가 말한 기억의 7가지 오류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기억을 형성하는 실험에 관한 이야기까지, 구성적 기억에 대한 많은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기억해야 하고,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기억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있는 기억이 얼마나 유연하고 변형이 가능한지, 나쁘게 말하자면 오류로 가득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기억은 한 인간의 인격과 자아를 구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억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고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힘든 일일 수 있습니다. 기억은 분명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어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인지적 기제이지만, 우리 기억이 가진 특성과 그 한계까지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가변적이고 왜곡될 수 있는 우리의 기억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코싸인 심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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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 - 당신의 기억은 얼마나 믿을만한가? [바로가기]

오기억 연구자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의 테드 강연 / 사진출처: Ted.com



참고문헌

[1] Hyman, I. E., Husband, T. H., & Billings, F. J. (1995). False memories of childhood experiences. AppliedCognitive Psychology, 9(3),181-197.

[2] Loftus, E. F. (1997). Creating false memories. Scientific American, 277(3),70-75.

[3] Porter, S., Yuille, J. C., & Lehman, D. R. (1999). The nature of real, implanted, and fabricated memories for emotional childhood events: implications for therecovered memory debate. Lawand human behavior, 23(5),517.

[4] Russano, M. B., Meissner, C. A., Narchet, F. M., & Kassin, S. M. (2005). Investigating true and false confessions within a novel experimental paradigm. Psychological science, 16(6), 481-486.

[5] Shaw, J., & Porter, S. (2015). Constructing rich false memories of committing crime. Psychological science,26(3), 291-301. 

[6] Strange, D., Sutherland, R.,& Garry, M. (2006). Event plausibility does not determine children's false memories. Memory, 14(8), 937-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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