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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May 30.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기억(6)

[기억 2주차 - 심리] 2. 기억의 7가지 오류

기억의 오류

    간은 컴퓨터와 달리 정보처리과정 중에 입력된 정보가 그대로 저장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변형 정보들끼리 서로 조합되는 등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세상에 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기하여 처리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의 장점은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만, 얻어진 효율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오류들도 있습니다.

거짓 기억? / 사진출처: BrainBlogger

    이러한 행동이나 인지 상의 오류들을 살펴보는 것은 어떤 기제를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기억과 관련된 문제점들과 기능적인 한들을 살펴보는 것은 기억의 작동방식을 추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우리의 기억이 갖는 한계들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억의 7가지 죄악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쉑터(Daniel L.Schacter)는 본인의 저서 ‘기억의 7가지 죄악(The Seven Sins of Memory)’을 통해 기억의 오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에 따르면, 기억은 총 7가지의 오류를 보이며 이는 크게 3가지 범주로 분류됩니다.

망각(Forgetting)으로 분류되는

일시성(Transience)    방심(Absent-mindedness)    차단(Blocking)

왜곡/부정확성(Distortion/Inaccuracy)으로 분류되는

오귀인(Misattribution)    피암시성(Suggestibility)    편향(Bias)

병적인 기억(Pathological Remembrance)으로 분류되는

집착(Persistence)


(1) 일시성

     일시성(Transience)이란 기억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것을 말하는데, 저장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을 때 자주 발생합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서도 이러한 일시성이 나타나는데, 특히 기억의 양적인 측면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질적인 측면에서도 초기 기억은 상대적으로 상세한 정보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반적인 기억, 추론, 혹은 완전한 추측으로 기억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억에서 점차 일반적인 기억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대니얼 쉑터 교수 / 사진출처: CNS

(2) 방심

    방심(Absent-mindedness)은 주의의 감소로 인해 기억을 실패하는 것입니다. 기억의 부호화 단계에서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공고화하기 위해선 주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잊어버리게 되는데, 가령 지하철에서 가방을 머리 위에 올려두고 내린다든지,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놓았는지 잊어버리는 등의 경우가 방심의 일상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3) 차단

    앞의 두 경우는 기억의 저장과 부호화 단계의 오류이지만 차단(Blocking)은 기억에 있는 정보를 인출하는데 실패하는 종류의 오류입니다. 차단은 설단 현상(Tip of my tongue)이라고도 불리는데, 뭔가를 알고 있다는 자각이 있고 대략적인 느낌도 있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혀끝에 맴도는 현상을 말합니다.


(4) 오귀인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시 연방정부 건물 폭파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테러 발생 후 용의자가 검거되고 TV에 용의자의 얼굴이 보도되었는데, 이를 본 한 렌터카 업체 직원이 사건의 공범이 있고, 자신이 그 얼굴을 기억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경찰은 해당 렌터카 직원의 증언을 근거로 몽타주를 그려 공개수배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공개수배가 내려진 얼굴은 사실 렌터카 직원이 응대했던 다른 고객의 얼굴이었습니다. 렌터카 직원이 다른 고객에 대한 기억과 테러범에 대한 기억을 통합하면서 각각의 기억의 출처를 혼동한 것입니다. 이처럼 잘못된 출처에 생각이나 회상을 할당하는 것을 오귀인(Misattribution)이라고 합니다. 사실 오귀인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우리가 특정 사건을 접하였지만, 정확한 출처(친구와의 대화, TV 프로그램 등)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기억 오귀인에 의한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클라호마 시 폭파사건 용의자 몽타주 / 사진출처: KGOU

(5) 암시성

    암시성(Suggestibility)은 개인의 기존 기억에 외부 출처에서 온 잘못된 정보들을 통합하는 현상입니다. 즉 외부에서의 영향으로 인해 원래의 기억에 변형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로프터스(Loftus)의 1978년도 연구에서 자동차 사고 장면을 본 참가자에게 서로 다른 뉘앙스의 질을 통해 어떻게 암시를 하는지에 따라 보고하는 기억이 달라진다는 것 역시 암시성으로 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사회적으로도 증인 심문이나 목격자 증언과 같은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질문, 검사 등의 표현 방식에 증인의 기억이 영향을 받고, 그 결과 증언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편향

    이쯤 되면 우리의 기억이 결코 정확한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기억 일관된 방향으로 내용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편향(Bias)이란 우리의 현재 지식과 신념, 정서가 새로운 경험이나 기억에 왜곡된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현재 알고 있거나 믿고 있는 것과 일치시키기 위해 과거를 일관된 것으로 재구성하는 일관성 편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보수적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은 과거의 정치성향을 더 보수적이었다고 회상하게  심지어 과거의 정치성향이 진보적이었던 경우 현재의 성향에 따라 보수적이었던 것으로 회상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람이 설득되지 않는 이유 / 사진 출처 : http://www.seehint.com


(7) 집착

    마지막으로 집착(Persistence)은 우리가 잊고 싶어 하는 사건 관련 기 습적으로 회되는 병리적인 기억 오류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의 DSM 진단기준에서, ‘사고 사건을 반복 경험한다’, ‘사건 기억이 계속 떠오른다’, ‘사건 회상 시 실제와 같은 생리학적 반응을 보인다’ 등의 증상이 이러한 집착의 예시인데, 대부분 잊고 싶은 기억이 특별한 단서가 없어도 ‘적으로(intrusively)’ 회상되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앞서 말한 7가지의 오류를 대니얼 쉑터는 ‘죄악(Sin)’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물론 그의 책에 따르면 앞서 말한 7가지 죄들이 사실은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기억의 부산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기억 방식이 필요한 것은 우리의 인지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오류들로 인해 기억해야 할 사실들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죄 없는 사람을 감옥에 가게 할 수 있으며, 벗어나고 싶은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고통을 겪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의 인지능력이 충분하여 더 이상 효율적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7가지 오류는 나타나지 않게 될지, 아니면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기억 방식일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코싸인 심리팀] 



참고문헌

Daniel Schacter (2002). The Seven Sins of Memory: How the Mind Forgets and Remembers, Paperback.  


사진출처

Adaes, Sara, PhD. False Memories- A Faulty Reconstruction. Digital image. BrainBlogger. N.p., 31 May 2014. Web. 13 May 2017. <http://brainblogger.com/2014/05/31/false-memories-a-faulty-reconstruction/>.

Hardzinski, Brian, and Scott Gurian. 2 Men Sought in Connection with the Oklahoma City Bombing. Digital image. KGOU. N.p., 4 Aug. 2014. Web. 13 May 2017. <http://kgou.org/post/two decades-later-still-questions-about-oklahoma-city-bombing>.

Lmunoz. Daniel L. Schacter. Digital image. Cognitive Neuroscience Society. N.p., 1 Mar. 2013. Web. 12 May 2017. <https://www.cogneurosociety.org/schacterqa_memory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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