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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May 29.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기억(5)

[기억 2주차 - 심리] 1. 구성적 기억

     지난 기억 1주차에서는 정보처리자적 관점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정보처리과정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중 중요한 차이점으로 보이는 부분은 컴퓨터의 경우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저장하고 출력할 수 있지만, 인간은 정보를 해석하고 조작하는 유연한 처리과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억은 사진보다는 요리와 비슷하다 / 사진출처: (주) honeycombers

                                           

    인지심리학의 저자인 마가렛 매틀린은 “기억은 사진이라기보다 요리와 같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기억은 그 순간만을 정확하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요리를 하듯 머릿속에서 기존의 재료를 다시 꺼내오고, 새로 들어온 재료를 함께 사용하여 새로운 요리를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우리는 정보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구성적으로 이해한다 / 사진출처: (주) Springer Nature


구성적 기억

    우리는 세상을 경험할 때 얻게 되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저장하지 않습니다. 완전하고 효율적으로 표상하기 위해 우리는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던 일반 지식을 이용하여 새로운 기억을 구성합니다. 이런 기억의 특징을 구성적 기억(Constructive memory)라고 합니다. 이는 외부 정보를 불완전한 정보라고 가정하고 기존 지식을 재구성하여 세상을 더 잘 이해하려는 인간욕구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집의 소동에서 김 씨는 병을 깨뜨렸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회상을 하게 되면 어떨까요?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는 우리의 지각, 상상, 일화 기억, 믿음 등 다양한 기존 지식의 영향을 받아 구성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술병으로 때렸다”와 같이 들은 적이 없는 정보를 추가하여 회상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정보만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식이란?

    구성적 기억을 설명하는 데 있어 심리학에서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인 도식(Schema)은 친숙한 상황과 행동, 그 밖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정보로 잘 통합된 지식을 말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새의 도식은 부리, 깃털, 날개, 발톱 등이 있다 / 사진출처: cartoonmix.com


    철물점에 관한 우리의 도식을 생각해봅시다. 철물점을 통해 떠오르는 이미지에는 렌치, 전구, 사다리, 볼트 등 일반적인 철물점에서 경험했던 정보들이 통합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철물점의 도식에 책, 바이올린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식은 정적이고 한 번 형성되면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뇌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도식을 형성하고 그 결과, 도식은 동적인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철물점 예시에서 만약 책과 바이올린이 있는 철물점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된다면 새로운 철물점에 대한 도식에는 책과 바이올린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도식이 정보처리과정에서 작동하는 방식

    도식이 우리의 정보처리과정에서 작동할 수 있는 방식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경험에 대해 기억해야 하는 재료를 선택하는 동안 도식의 영향을 받는 방식입니다. 브루어(Brewer)와 트레엔스(Treyens)의 1981년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연구실에서 대기하다가 실험실로 이동하여 실험을 진행한 후 대기실(연구실)에 있던 물건들을 회상하도록 요청받았습니다.


실제 참가자들이 대기한 연구실 사진 / 사진출처: Mr. Yingling Social Studies


    참가자가 회상한 대부분의 물건들은 ‘연구실’의 도식에 일치하는 책상, 의자, 벽, 책 등이었고, 도식에 일치하지 않는 와인, 소풍 바구니 등은 회상하지 못하였습니다. 

    

    도식이 정보처리 과정에서 작동하는 두 번째, 세 번째 방식을 살펴보기 전에 사진 하나를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사진을 30초 이상 응시하면서 사진의 내용을 기억해보세요 / 사진출처 : © 2015 Sinauer Associates


    사진에 대한 내용은 잠시 후 알아보기로 하고, 두 번째 방식과 세 번째 방식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두 번째 방식에서 도식은 기억이 어떤 장면을 저장하는 동안 영향을 주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경계 확장이 있는데, 경계 확장이란 실제로 본 것보다 장면의 더 많은 부분들을 본 것으로 기억하는 경향성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방식은 기억이 표상을 형성하는 동안 작동하게 됩니다. 우리의 배경지식은 우리로 하여금 새 정보를 도식과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통합하고 형성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럼 이쯤에서 위에서 30초 동안 관찰했던 사진을 빈 종이에 한 번 그려보도록 합시다. 혹시 그림의 쓰레기통 아래 부분을 완성해서 그려 넣지 않았나요? 혹은 담장의 끝부분을 채워서 완벽한 화살표 모양으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나요? 만약 그랬다면 이것은 조금 전 언급한 ‘경계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인데요, 실제 정보에는 없더라도, 기존의 도식과 지식으로 충분히 채워 넣을 수 있는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채워 넣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억의 재공고화

    기억 1주차에서 기억에 대한 심리학적 모형 중에서 작업기억 에 대해 배웠습니다. 작업기억(단기 기억)은 기억을 조작하고 변형할 수 있는, 현재 머릿속에 유지되고 있는 기억을 말합니다. 단기 기억이 활성화(active state)와 불안정한 상태(unstable state)로 설명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의 장기기억은 비활성화(Inactive state)와 안정된 상태(stablestate)로 설명됩니다. 여기서 기억의 공고화(consolidation)란, 우리의 단기 기억이 장기기억화 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하지만 단기 기억에서 활성화되는 정보들은 새로 입력된 정보만이 아닙니다. 이전에 이미 장기기억으로 공고화되었던 기억이 다시 단기 기억의 도마 위에 오르면, 다시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어 변형과 조작이 가능해집니다. 그런 다음 다시 장기기억으로의 공고화를 거치게 되는데, 이를 재공고화(reconsolidation)라고 합니다.


공고화된 기억이 다시 도마 위에 올라가 다르게 손질될 수 있다 / 사진출처 : (주) Human Frontier Science Program


    정리하자면, 기억은 구성적인 특징을 가지는 정보처리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도식은 많은 영향을 미치며, 공고화와 재공고화 과정을 통해 이미 형성된 기억의 경우에도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구성됩니다. 여기까지 기억의 중요한 특징을 마무리하고 다음 편에서는 대니얼 쉑터가 말하는 기억의 7가지 오류를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코싸인 심리팀]



참고문헌

Margaret W. Matlin, 민윤기 옮김(2015) 인지심리학. 박학사

JoseLuis Bermudez, 신현정 옮김(2012) 인지과학: 마음과학의 이해. 박학사

Brewer, W. F., & Treyens, J. C. (1981). Role of schemata in memory for places. Cognitive psychology, 13(2), 207-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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