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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Jun 13.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기억(14)

[기억4주차 - 인문사회] 2. 집단기억과 사회적 틀

집단기억과 심상

    이번에는 집단기억과 사회적 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 전에 알아야 할 개념은 심상(imagos)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심상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상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심상은 개인적 기억이 사회적으로 확장된 것을 말합니다. 기억은 과거 경험들 그대로 간직되어 저장되지 않으며, 대신에 이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화된 심상으로 남게 됩니다. 또한 심상은 사회적 상황과 맞을 때 잘 보존될 수 있습니다.

2002년월드컵 / 사진출처: 티스토리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머리 속에 떠올려봅시다. 가장 처음으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붉은 악마, 광장, 빨간 물결, 응원, 함성…… 우리가 그 당시에 광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쉽게 이런 이미지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실 겁니다. 이러한 기억들은 2002년 월드컵에 대한 보존된 심상이기 때문입니다. 각 개인들의 2002년 월드컵에 대한 과거 경험들이 여러 사람들과 매체들을 통해 공유되고 광장의 붉은 물결이라는 심상으로 일반화되어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부합하여 보존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세대 간에 전수되는 기억이기도 하는데요. 2002년 월드컵을 하나의 이야기로서 대중적으로 활용하게 되고, 만화책이나 붉은 유니폼 등을 통해 세대 간에 이야기를 전수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실제 경험하지 않은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지는 것이죠.



집단기억과 사회적 틀

    이처럼 사회는 기억에 대해 집합적인 틀을 제공합니다. 사회가 없으면 우리는 기억이 불가능하며, 사회라는 틀을 사용할 때 회상의 범위와 내용이 결정되고 제대로 복구도 되는것입니다.


공간적인 사회적 틀: 아우슈비츠 수용소 / 사진출처: 엔조이유어라이프닷컴


시간적인 사회적 틀: 광복절 / 사진출처: 브런치

    대표적인 사회적 틀로는 공간, 시간, 그리고 집단과의 연관성이 있습니다. 우선, 집단은 공간을 사회적 틀로 활용합니다. 대부분의 집단들은 어떤 식으로든 공간 위에 자기의 형태를 각인시켜 놓고 그 공간적 틀 안에서 자신들의 기억을 재생시키며 유지시켜 나갑니다. 그 예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탑골공원 등이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라는 틀이 기억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여기서 시간은 자연적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시간 등이 될수도 있습니다.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 광복절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집단 연관적인 사회적 틀: 한국인의 독특성 / 사진출처: 티스토리

마지막으로 집단과의 연관성이 사회적 틀로서 작용하게 되는데요. 기억이 시공간과 연계되었을 때 개인의 기억은 이미 집단과 연관이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어떤 사건이 한 집단의 공동체적 기억에 뿌리내리기 위해 독특성과 지속성이 필요하게 됩니다. 독특성이란, 그 집단만이 간직하고 있다고 믿어지는 고유한 긍정적인 속성을 말합니다. 독특성을 통해 타 집단과 본인 집단을 구별할 수 있으며, 본인 집단 내의 결속력을 강화하게 됩니다. 한국인의 독특성은 저항 정신이나, 무엇이든 빨리 하려고 하는 속성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지속성은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속성인데요. 집단기억이 여러 세대 동안 구성원들을 구속하기 위해 지속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지속성은 애국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독특성과 지속성과 결합할 때에 집단기억은 경험적 성격을 벗어버리고 초역사적인 당위성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집단기억의 사회적 틀은 다양한 형태와 양상으로 개인의 기억에 작용합니다. 이는 개인의 기억이 철저히 개인의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코싸인 인문사회팀]



참고문헌

김명훈. (2014). 기억과 기록:사회적 기억 구축을 위한 기록학의 역할. 기록학연구, (42), 3-35.

김영범. (1999). 알박스(MauriceHalbwachs)의 기억사회학 연구. 사회과학연구, 6(3), 557-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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