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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Jul 25.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인공지능(7)

[인공지능 3주차 - 인문사회] 1. 인공지능과 인간

    지난 시간까지 코싸인에서는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보다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

   우리는 기술적 혁신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큰 변화가 나타난 시기를 ‘산업혁명’이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제3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인간은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인한 ‘디지털 혁명’을 통해서 정보화·자동화 체제가 구축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rth Industrial Revolution)”라는 주제로 회의가 열렸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술을 통한 디지털, 물리적, 생물학적 세계의 융합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IoT와 더불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변화를 선도할 핵심 기술로 지목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은 향후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행동양식을 크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한 인공지능은 미래를 예상하는 대신 예측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개인의 삶에 더 밀접하게 다가갈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

    인공지능-인간의 관계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따라 도구적 관계와 감성적 관계로 나눠집니다.

    도구적 관계의 인공지능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정보와 재화의 교환. 노동 분업이나 대체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지금은 전문직이 소위 말하는 ‘좋은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의사, 변호사, 회계사가 있으며, 진입장벽을 가진 그들만의 언어에서 비롯된 대중과의 지식격차를 통해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를 점해왔습니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학습능력을 통해서 그동안 전문직의 전유물이던 언어적 우위를 극복하고 대체할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일부 전문직의 전관예우, 의료 카르텔 등 불공정한 문화는 비판받아왔습니다. 인공지능이 전문직을 대체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선다면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공정하고 인간은 불공정하다 ‘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인공지능에 온전히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 전문직 계층은 기존 불공정성을 개선하거나,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및 권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인간의 도구적 관계는 사회·경제적인 판도의 재구성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감성적 관계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 간에 공감, 사회적 대화 등이 이루어집니다. 인공지능-인간의 관계가 인간-인간의 관계만큼 되기는 어렵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인간-애완동물 정도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인식

Eliza와 사람의 대화 기록 [1]

   인공지능과의 감성적 관계를 맺는 것은 인간이 가진 인지적 특성 덕분에 가능합니다. 인간은 인공지능을 인격을 가진 존재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라이저 효과(ELIZA Effect)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의 행동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인식하는 현상에 대한 유명한 논증입니다. 일라이저는 1966년, 미국 MIT의 컴퓨터 공학자였던 요셉 바이첸바움(Joseph Weizenbaum)이 만든 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의 이름니다. 요셉은 ELIZA가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정신과 의사라며 소개하며 환자와 대화시켰는데, 환자들은 이것이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인공지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진행하면서 크게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어쩌면 일라이저 효과는 인공지능이 외형적으로 인간을 닮은 경우 더욱 강화될 수도 있습니다. 2016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었죠. 그때 구글 딥마인드의 엔지니어인 아자 황은 알파고의 대리인 자격으로 이세돌의 맞은편에 앉아서 돌을 두었습니다. 이세돌은 대국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 “그분이 혹시 알파고의 본체가 아닌가, 그런 느낌이 있기는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구글 이미지 검색에 'alphago'를 치면 중국의 바둑기사 커제와 대국하는 아자 황의 사진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어쩌면 미래의 인공지능은 인간과 거의 동일한 외형을 가지면서 인간과 더 깊은 감성적 관계를 맺게 될지도 모릅니다.

Uncanny valley [2]

    한편, 인공지능이 외형적으로 어설프게 인간을 닮은 수준에서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는 인간이 인간을 모사한 존재에 대해 느끼는 으스스한 감정에 대한 이론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개체는 인간과 유사하지 않은 개체와 유사한 개체의 중간 지점으로, 인공 피부를 입혀서 만들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인간을 닮으려고 노력했으나 겉보기에 다른 특성을 가진 것들입니다. 실험을 통해 원숭이에게서도 닮다 만 것에 대한 섬뜩함이나 혐오 반응이 발견됨을 확인하였는데,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상 행동이라던지, 병에 걸린 것처럼 집단에 이롭지 못한 개체를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발전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과의 불편한 공존

    인공지능과 인간의 감성적 관계에 대한 학계의 전망은 다소 부정적입니다. 기술과 인간과의 관계에 주목한 사회심리학자 Sherry Turkle기계 및 인공지능을 통한 소통이 불완전하며, 인격 형성에 해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Turkle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로봇과 애착관계를 형성하며 자랄 경우 충분한 공감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또한 성인에게도 로봇과의 ‘이성교제’를 꿈꾸는 등, 인간과의 연애와 달리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거절이나 배신에 의해 상처받을 일이 없는 편리한 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연애 과정에서 성취감이 결여되고, 다양한 사람에 대해 알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또한 로봇과의 이성교제에 익숙해지면서 인간관계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회피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립된 사회일수록 외로운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열광하며 인공지능을 통해 자신들의 결핍을 채우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독 로봇 개발에 열광하는 일본의 사회구조를 잘 살펴보면, 고립된 인간관계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인터넷을 통해서만 사람을 마주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인간은 인공지능과 도구적 관계 또는 감성적 관계를 맺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내재된 심리학적 장치를 통해 인공지능을 인간과 비슷한 존재로 인식하거나 거부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과의 관계에서 인간의 사회성이 결핍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인공지능은 완벽하지 않고, 이는 우리에게 양날의 검으로 다가옵니다. Turkle의 연구처럼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인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미래가 예상되지만, 어쩌면 더 나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겠습니다. [코싸인 인문사회팀]


참고문헌

[1] 사진출처 : cmuems.com

[2] 사진출처: commons,wikipedia.org

[3] 장필성 (2016). [EU] 2016 다보스포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과학기술정책, 26(2), 12-15

[4] 이민화, 강만금 (2016). [전문가 기고_이민화 KAIST 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공지능 혁명의 본질. 브레인, 57, 14-16.

[5] Karl F. MacDorman, Debaleena Chattopadhyay (2015). Reducing consistency in juman realism increases the uncanny valley effect; increasing category uncertainty does not. Cognition 146, 190-205.

[6] 이세돌 '아자 황, 혹시 알파고의 본체가 아닌가 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6/3/16 17:18,http://www.huffingtonpost.kr/2016/03/16/story_n_94750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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