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3주차 - 인문사회] 2. 인공지능과 경제
지난 글에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도구적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인공지능이 인간의 경제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다가오는 미래에, 기업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생산 프로세스 관리에 존재했던 정보의 불확실성을 해결할 것입니다. 최근 미국의 ‘오비털 인사이트(Orbital Insight)’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인공위성이 포착한 주요 산유국 원유 저장탱크 주변 이미지 변화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해독해 국제 원유 가격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업들은 낭비 없이 수요를 예측하여 사업을 확장하거나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소비자도 한층 합리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은 개개인의 소비생활에 적극 개입해 소비자의 정보 부족, 판단 오류, 가격결정 실패를 막아주는 데 크게 기여하여 스마트 소비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시장 전반의 정보 비대칭성이 상당 부분 무너지면서, 소비자들은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한층 더 성장하는 것이지요.
공유경제 개념은 미국 하버드대 교수 Lawrence Lessig의 저서 ‘리믹스’(REMIX,2008)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공유경제는 상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모바일 등 IT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서로 빌려 쓰는 개념을 말하는데요, 대량생산, 대량소비와 대비되는 의미로 생산된 제품을 여러 명이 공유해 쓰는 협력적 소비 경제를 말합니다.
O2O 융합은 전통 경제를 가상세계와 융합시키며 기존 가치관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O2O 세상에서는 물건과 서비스를 ‘나만의 것’으로 소유하기보다, 쓰지 않는 유휴자산을 인터넷과 모바일 등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끼리 빌려 쓸 수 있게 만들어 새로운 경험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냅니다. 기업은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처럼 소비자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돈을 벌 수 있죠. 최근에는 소비자가 전문성을 발휘하거나 자신만의 생산 방법을 공유하는 프로슈머나 모디슈머의 형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제체제는 생산과 소비 양상 모두 개인화되며 기존의 대량생산 경제에서 수요중심의 경제로 이행하는 중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서 실업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다보스 포럼은 2020년까지 210만 개의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져도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결국 50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직업으로 사무행정직, 제조업 생산, 건설 채광 업을 꼽으며, 현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65%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종에 일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Carl Frey와 Michael Osborne 등은 702종의 일자리를 대상으로 자동화 가능성을 순위로 나열한 결과 10년 내 47% 정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기관에서 기계의 인간 고용 대체 가능성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 시점은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인공지능 로봇 도입의 비용이 노동자에게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어질 때가 기점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 고용으로 인해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전반적인 생산성이 증대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인간에게 생존을 위한 노동이 강제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일이 사라진 미래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러한 고민은 2000년대 이후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 논의에 더욱 불을 지폈습니다. 기본소득제는 국가가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조건 없이 삶을 영유할 수 있을 수준의 소득을 제공해주는 제도입니다. 현재 미국, 캐나다와 유럽 등지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험되고 있으며, 국가차원에서는 올해 1월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습니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는 대량실업 시대 준비를 위한 필수적 단계입니다. 지금으로써 기본소득제 도입은 현실적인 비용 문제의 해결에 달려있습니다. 우선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기존 복지 예산의 많은 부분이 이로 전환되지만, 국가별 재정건전성에 따라 준비 단계에서 증세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제도가 시행된다면 기존의 선별적 복지 수행에 들어갔던 행정비용을 전환시킴으로써 다른 복지정책이 축소되며, 궁극적으로는 복지 분야에서 작은 정부 체제를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기본소득제가 도입된다면, 노동에 대한 인간의 인식 자체가 변화될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노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기독교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산업혁명을 촉진시켰고, 그로 인해 노동은 신성화되었습니다. 노동은 인간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한편, 불로소득에 대한 거부감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선입견일지도 모릅니다. 일례로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귀족들이 노동에서 자유로우면서 정치와 학문, 예술에 매진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회 발전에 따라 노동의 가치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히려 노동에서 해방됨으로써 인간은 경쟁에서 자유로워지고, 생존을 위한 생산 활동 대신 개인의 자아실현에 자원을 투자할 여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미래학자와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제4차 산업혁명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전망이 활발히 논의되는 중이고,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 역시 미래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사회를 주도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노력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싸인 인문사회팀]
[1] 사진출처: commons.wikimedia.org
[2] 사진출처 : basicincome.org
[3] 곽노완 (2011). 기본소득은 착취인가 정의인가?. 마르크스주의 연구, 8(2), 40-68.
[4] 안현효 (2012). 인지자본주의와 기본소득. 마르크스주의 연구, 9(1), 124-143.
[5] 이민화 (2016).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미래. 국제노동 브리프, 14(6),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