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3주차 - 인문사회] 3. 인공지능과 사회
지난 시간에는 인공지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인간 사회 전반에 가져올 변화에 대한 예측을 상반된 두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기술의 발전은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기계와 컴퓨터는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노동을 대체했지요. 물론 이러한 흐름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고, 인공지능 역시 과거의 기술이 그러했던 것처럼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도입된 미래는 낙관적일 수도, 비관적일 수도 있습니다.
낙관론: 인공지능 위에 세워진 유토피아
낙관론자들에게 인공지능은 인간을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창의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도구입니다. 현재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로부터 모델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던 각종 분석, 예측과 판단 업무를 보조하거나 대체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경제활동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필요한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문학이 있습니다. 오리지널을 창조하는 능력은 시간이 지나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직관과 통찰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이는 크게 보았을 때 예술에도 적용됩니다. 사람들은 보편적인 것을 뛰어넘은 새로운 시도나 혁신적인 작품에 대하여 높게 평가합니다. 이처럼 낙관론자들은 인간이 창조적 영역에서 더욱 빛을 발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게 될 사회를 기대합니다.
비관론: 인공지능 아래의 디스토피아
비관론자들에게 인공지능은 사회적, 개인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속에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부정적인 미래는 현대 자본주의와 결탁하여 일자리 부족과 사회 양극화가 심화된 암울한 사회입니다. 기업과 자본가들은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서 인공지능의 소유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의 노동 해방에는 무관심하고, 인공지능을 개인의 상업적 부를 축적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하려 들 수 있습니다. 결국 생산성 측면에서는 우월한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고, 인공지능으로 창출된 부는 소수 자본가에게 귀속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활동에서 탈락한 빈곤층의 규모가 늘어날 것이고, 계층 간 대립이 강하게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은 철저히 상품화의 맥락에 따라 발전할 것이며, 인간의 삶을 서서히 잠식시킬 것입니다. 예를 들어, 추천 시스템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필요한 상품을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것은 편리합니다. 하지만 편리함을 대가로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탐색하고 선택할 경험의 주도권을 잃게 됩니다. 알고리즘에 대한 의존은 개인적 경험의 가능성을 크게 제한시킬 것이며, 이는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상업적인 부분 외에도 일상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것입니다. 만일 인간의 삶이 인공지능에 의해 제시된 선택지를 따라 흘러간다면, 지배받는 쪽은 인간일까요, 인공지능일까요? 비관론자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이 수동적 존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합니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 직전마다 혁신에 대한 두려움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발생한 러다이트 운동이 있습니다. 이 운동은 기계 보급이 활성화되어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던 노동자들이 자본가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기계를 부숴버린 사회 운동입니다. 러다이트 운동 이후 영국 노동당의 창당, 보통선거제 확립과 더불어 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되었습니다. 사실 인간의 역사에는 언제나 기득권, 빈부격차, 실업자 문제가 존재했습니다. 오히려 산업혁명의 과도기를 통해 인간의 의지로 기존의 사회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고 바라보는 예측도 유효합니다.
하지만 이전 산업혁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변화는 법과 규칙으로 통제 불가능한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이전의 혁명들이 ‘물질’의 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이란 초지능이 등장하는 ‘정신’의 혁명이라는 점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극단적으로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왔던 것처럼, 인간이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세상의 가능성도 마냥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도구의 역할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앞으로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겉보기에 자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며, ‘인간의 조건’에 대한 항목들을 점점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 영역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기회의 창으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인간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인간적 가치는 무엇일지 생각하고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코싸인 인문사회팀]
[1] 사진출처: Belikehemingway.com
[2] 사진출처: Commons.Wikimedia.org
[3] 이재현(2016). 인공지능에 관한 비판적 스케치. 마르크스주의 연구, 13(3), 12-43.
[4] 이민화(2016).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미래. 국제노동 브리프, 14(6),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