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과학팀
처음 인지과학을 접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전공 3~4000단위 강의 수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연계전공 카테고리의 '인지과학입문'은 내용도 흥미로워 보이고, 교수님도 괜찮은 분 같았다. 수업에 처음 들어갈때만 하더라도 그저 강의에 대한 느낌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첫 시간에, 교수님은 수강생들과 이 수업을 신청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각자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제안하셨다. UX에 관심이 있거나,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연계하여 공부해보고 싶다는 등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과목을 선택하게된 이야기를 순조롭게 풀어내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차마 전공 학점을 채우려 들었다고 밝힐 자신이 없어서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인지과학 강의가 끝나고, 교수님께서는 새로 생긴 인지과학 학회가 있다고 홍보하셨다. 이전에 나는 한 동아리에서 2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1년 동안은 부회장을 맡았다. 활동을 계속 하면서 가까이 지냈던 선배, 친구, 동생들이 취업, 입대, 시험 준비를 시작하며 각자의 사정으로 흩어졌다. 문득 이 학회에 들어가서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업적으로도 인지과학을 전공과 같이 공부하면 도움될 것이라는 계산이 들었고, 나는 학회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나는 하나를 깊게 파는 대신 여러 가지를 고루 건드려보는 편이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시도하고, 그 중에서 내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본 전공으로 수학을 공부하면서 컴퓨터 복수전공을 하게 되었는데, 실은 두 전공 다 내게 완벽히 맞는 편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은 수학과 컴퓨터를 같이 공부하는 나를 천생 이과로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잘나오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행히 그래도 이과계열은 내 적성에 맞았고, 그중에서도 연구가 나의 천직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향후 무엇이든 연구를 하기 위해서 제대로 기초를 다지자는 정도의 계획을 세워두었다. 이렇듯 인지과학에 대한 나의 관심이 깊은 수준도, 그렇다고 얕은 수준도 아닌 채로 학회에 들어가게 되었다.
학회 활동을 시작하며 정말 다행이었던건 사람들이 좋다는 점이다. 이전 동아리에서 오래 활동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 중 하나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다들 워낙 친해서 채팅방이 툭하면 300+가 되곤 했는데, 가끔 번거로울 때도 있었지만 대화를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의 학회 채팅방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학회원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토론이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정리하는 회장님과 회계 정산을 깔끔하게 처리하시는 유쾌한 부회장님. 조모임으로 고통받지만 항상 중요한 일은 도맡아서 해주는 우리 응용팀장님. 학술팀들 중에서 제일 친했다는 우리 팀원들과는 공휴일 하루 종일 조모임을 했어도 좋은 경험으로 기억된다. 인지과학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었던 수준에서 팀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준으로 지식이 쌓였고, 한 학기 활동을 통해서 요즘 대세인 인공지능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 동안 전공 공부를 하면서 수학이나 컴퓨터의 이론적인 부분이 내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 분야로 가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UX나 HCI 같은 분야는 내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생소한 분야이다. 학회활동을 하면서 이 분야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이 쪽 분야에 흥미가 생기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고민하면서 이쪽 길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앞으로 직접적인 강의를 들어보고, 학회 활동을 통해서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경험들을 해볼 생각이다. 다가오는 학기에는 다른 학회원들과 함께 많은 부분에서 성장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코싸인 응용과학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