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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Oct 20.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가상현실/증강현실(4)

[2주차 인문사회팀] 4. 장 보드리야르와 시뮬라시옹

2-3. 장 보드리야르와 시뮬라시옹

 이제 우리는 현대인들이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간의 현실인식능력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이성적 사고는 믿을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을 현대문명의 발전이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에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현실을 버리고 가상현실을 택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여기서 다시 영화 매트릭스를 예를 들어보면, 등장인물 중에 ‘싸이퍼’라는 인물이 이러한 사람에 해당합니다. 싸이퍼는 매트릭스 세계가 가상세계임을 알면서도 현실세계의 권태를 견디지 못하여 악당과 거래를 합니다. 자신을 매트릭스 세계로 다시 넣어주되, 돈 많고 명성 있는 사람으로 살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히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을 택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에 대하여 논의를 전개해보고자 합니다.


시뮬라시옹이란?

 그전에 먼저 장 보드리야르라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 이론가의 이론인 ‘시뮬라시옹’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1.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3]

 위 작품은 팝아트로 유명한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라는 작품입니다. 그림을 보면 9개의 이미지 속의 마릴린 먼로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9개의 다양한 개성을 가진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시뮬라크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뮬라크르란 원본 없는 복제를 의미합니다. 9개의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는 모두 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약간의 유사성도 있는 것같아 보입니다. 다시 말해, 9개의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에는 어떤 원본 이미지가 따로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단지 그것을 바탕으로 ‘복제+a’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러한 9개의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통해 그것들의 원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사실 원본에 대해서 궁금해하지도 않습니다. 9개의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는 각각 서로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의 원본이 무엇인지 알 수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와 시뮬라시옹

 장 보드리야르는 이러한 ‘원본 없는 복제’를 의미하는 시뮬라크르들로 소비사회가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의류 브랜드를 예로 들자면, SPA 브랜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SPA 브랜드는 패스트패션을 주도하는 생산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h&m, 유니클로, 자라, 또 한국의 에잇세컨즈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SPA 브랜드의 원조는 사실 미국의 GAP이라는 브랜드입니다.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대사회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궁금하지도, 그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유니클로, 자라, 에이치엔엠을 구매할 때 사실 이것이 SPA 브랜드이고, 그것의 원조는 GAP이라는 사실을 알고 구매하지 않습니다. 단지 유니클로를 사면 유니클로를 구매한 것일 뿐이며, 그 누구도 유니클로를 구매할 때 원조 SPA 브랜드인 GAP을 생각하며 구매하지 않습니다. 유니클로와 GAP은 같은 SPA 브랜드이지만, 유니클로만의 개성이 있고 GAP의 개성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시뮬라크르들로 구성되어있고, 우리들은 그러한 것에 대해서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즉, 원본 없는 복제들에 대해서 어떠한 회의도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원본 없는 복제의 매력에 빠지며 매혹되어 살아갑니다.

 또 다른 예시로 ‘포르노’를 들 수 있습니다. 포르노라는 것도 시뮬라크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명백히 현실을 복제한 것에 ‘+a’ 한 동영상 혹은 사진 등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포르노에 대해 생각했을 때, 이는 현실과는 다소 과장된 형태라는 점을 알게 되는데, 여기가 바로 +a 부분에 해당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게임에서도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포감, 쾌락, 흥분을 우리는 그 속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시뮬라크르들은 현실보다도 어떻게 보면 더욱 현실감 있고 과장되어 있는 현실이기도 한 것입니다.

      

가상현실과 시뮬라시옹

 앞선 내용을 통하여 현대인들은 실제와 가상(실제+a)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지만, 어느 정도 가상에 대한 매력에 빠져 살고 있으며, 또한 가상으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고 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 미래에 다가올 가상현실(VR)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는 게임, 동영상, 이미지와 같은 시뮬라크르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가상현실이라는 시뮬라크르가 더해지게 된다면, 우리는 여태까지 우리가 영향을 받던 게임, 동영상, 이미지보다 더욱 현실감 있고 과장되었을 수 있는 오감을 자극하는 시뮬라크르에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현재에도 게임중독, 인터넷 중독 등에 빠진 사람들이 존재하며, 누구나 다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여태까지 우리가 시뮬라크르에 어느 정도 매혹되어 살고 있으며, 영향을 받고 살고 있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시뮬라크르와 실제현실을 구분할 줄 아는 이성적인 인간입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구분을 해야 하는 이성을 가진 인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각종 미디어에서 나오는 거짓 정보들 속에서, 즉, 시뮬라크르들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게임중독 등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성적인 존재인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빨간약’을 선택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빨간약과 파란약 [4]
여러분은 빨간약을 선택할 것입니까, 파란약을 선택할 것입니까?


 (빨간약 : 실제현실 / 파란약 : 가상현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들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매트릭스의 싸이퍼와 같은 사람들이 실제로 등장한다면, 우리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현실에서의 가상현실은 매트릭스에서의 그것과 같이 직접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게임중독자가 가상현실에 의지하는 것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이들을 '노력을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현실에서의 권태 혹은 현실에서의 삶이 항상 고난으로 가득 찬 사람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실제현실 대신 가상현실로 가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들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근거를 댈 수 있을까요? 그들은 이미 실제현실에서의 삶에 대해 극단적인 회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상적인 현실로 가는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찾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그들이 파란 약을 먹는 것을 우리는 막을 수 있을까요? [코싸인 인문사회팀]

         

참고문헌     

[1] 하태환 역(장 보드리야르 저), 시뮬라시옹, 민음사, 2001

[2] 소두영 역(르네 데카르트 저), 방법서설/성찰/철학의 원리, 동서문화사, 2016

[3]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87515&memberNo=1650945

[4]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502984&memberNo=2554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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