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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Dec 04.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감각과 지각(1)

[7주차 인문사회팀] 1. 상식적 실재론과 피론주의

    혹시 ‘감각한다’나 ‘지각한다’라는 말에 무엇이 전제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먼저 감각, 지각하는 주체에 대해 떠올릴 것입니다. 물론 주체도 중요하지만, 사실 우리가 감각이나 지각을 할 수 있는 존재하는 대상 역시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철학적 탐구를 통해서 대상이 존재할 수 있는지, 또 그 대상이 우리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상식적 실재론(소박 실재론) 


    상식적 실재론이란, 지금 우리가 감각하고 있는 대상은 명백히 존재하며 나아가 그것이 대상의 본질이라는 내용의 이론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책상을 예로 들어볼까요? 책상은 눈에 보이고 만질 수도 있으니 명백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네모나다', ‘딱딱하다’와 같은 느낌은 책상의 본질이 됩니다. 이렇게 실재론은 우리의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대상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합니다.

    상식적 실재론의 특징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상식적 실재론은 외부 대상이 우리의 관념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존재한다는 단순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초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인간의 감각 기관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식적 실재론을 대상에 대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사고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특성들 때문입니다.


피론주의


    하지만 상식적 실재론은 그 전제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습니다. 피론주의는 상식적 실재론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적 사조입니다. 피론주의자들은 "감각 기관을 통해 얻은 지각 정보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대상의 특성들이 조화를 이루어 본성으로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에, 감각 기관을 통해 얻은 단편적 정보로는 대상의 본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이들이 상식적 실재론을 비판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는 같은 인간이지만, 저마다 대상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녹차 아이스크림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 주체가 동일하더라도, 감각 기관에 따라서 대상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먹는다면 즐겁지만, 눈에 넣는다면 괴로울 것입니다.


   3. 대상과 주체가 동일하더라도, 주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대상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어떤 사람이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가 연인과 막 헤어진 뒤라면 비를 통해서 슬픔을 느낄 것입니다. 만일 비가 오는 바람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면, 그는 비를 굉장히 기쁘게 맞이했을 것입니다.


    4. 대상과 주체가 동일하더라도, 감각 기관을 통해 얻어지는 대상에 대한 정보들은 대립될 수 있습니다.

 - 고층건물은 가까이에서는 크게, 멀리서 봤을 때에는 작게 보입니다. 대상이 같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크다는 정보와 작다는 정보가 서로 대립됩니다.


    5. 물리적 대상은 다른 요소와 결합된 채로 감각될 수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습니다.

 - 물 속에서의 노는 굴절현상으로 인해 휘어져 보입니다. 배를 젓는 노는 그것이 물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같은 것이지만, 물 안에 있다면 휘어져 보이고 바깥에서는 직선으로 쭉 뻗은 것처럼 보입니다.


    6. 물리적 대상은 그 대상들의 양과 합성에 따라 다르게 감각됩니다.

 - 조금의 술을 마실 때와 많은 양의 술을 마실 때, 술은 우리에게 다르게 감각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피론주의의 다양한 근거를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감각 기관은 신뢰할 만한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감각 기관을 통한 정보는 신뢰할 만한 것일까요? 나아가 철학자들은 인간이 과연 본질에 대해서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는지, 그럴 수 있기는 한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의문은 철학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인식론적 논의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코싸인 인문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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