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키워드] 과학이란?: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이제 두 번째 키워드인 과학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i) 과학의 역할
과학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과학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사건,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것과 그 사건, 현상 간의 관계성을 밝히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음과학이라고 부르는 인지과학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마음의 과학이라면 마음의 구조, 현상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겠죠.
ii) 패러다임, 색안경
과학에는 현상에 대해 효율적으로 관찰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기준이 되는 틀이 필요합니다. 이를 패러다임이라고 부르죠. 흔히 패러다임은 색안경에 비유되곤 합니다. 어떤 색상의 안경을 끼느냐에 따라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게 되니까요. 직접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정한 준거 틀이 필요합니다.
만일 데카르트의 색안경을 낀다면 마음은 마음의 정령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안경을 낀다면 마음은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빙산과 같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번 글에서 본 것처럼 스키너와 같이 행동주의의 색안경을 낀다면 마음은 곧 행동 그 자체가 되겠죠.
그런데 저번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행동주의의 관심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이 무엇인지 또 그에 대한 반응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뿐입니다. 다시 말해 행동주의의 색안경을 낀 상태로는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궁금해하고 그 안에 마음에 대한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iii) 마음의 기능과 새로운 패러다임
우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란 무엇일까요? 우리의 마음이 하는 일들 혹은 인간의 뇌가 하는 기능들을 생각해보죠. 흔히 마음 하면 의식(consciousness)과 관련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각(perception) 과정과 관련되기도 하고, 기억(memory) 역시 마음과 관련 있어 보입니다. 또 판단(judgment)하거나 사고(thinking)하는 것 역시 마음의 기능입니다.
또 마음은 추론(reasoning)하고 재인(recognition), 다시 말해 대상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상상(imagination) 하기도 하고 다양한 정서(emotion)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마음에 대한 우리의 진짜 관심사는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일들을 알기 위해선 기존의 행동주의와 다른 새로운 색안경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를 해결해 줄 새로운 패러다임은 바로 다음 글에서 다루게 될 인지주의입니다. [코싸인]
이정모. (2009). 인지 과학: 학문 간 융합의 원리와 응용. 성균관 대학교 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