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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May 18.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인지과학?(4)

[세 번째 키워드] 인지?

앞선 글에서는 인지과학의 연구대상이 되는 마음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과학적으로 마음을 연구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마음과학이라는 말이 아니라 인지과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이제 세 번째 키워드인 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세 번째 키워드, [인지]

인지와 인지주의

인지과학 인지와 관련된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여러분은 인지(cognition)란 말의 뜻을 알고 계신가요?

사전적으로 인지(認知)라는 말의 뜻을 찾아보면, '어떤 사실을 인정하여 앎'(네이버 국어사전)이라고 되어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지는 '앎'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것이 우리의 마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인간은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끊임없이 앎을 획득한다. / 사진출처: The Gardens at Heather Farm

인지과학자인 이정모 교수님의 설명을 참조하자면, 인지주의 기존의 심리현상은 비 물리적인 현상이므로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낡은 과학관을 버리고 심리현상을 자연화하여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고 또, 연구하여야 한다는 자연주의적 입장의 패러다임입니다.

인지주의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끊임없이 자극을 제공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며 각종 의미 정보를 파악하여 알고, 앎을 획득하여 이를 저장, 활용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주의에서 인간의 마음을 자연화하여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마음의 내용과 과정, 곧 지식과 지적 과정을 정보처리의 개념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앎이 곧 마음의 기능이고 마음 자체라고 이해하는 것이죠.


인지주의에서 마음 = 정보처리과정 / 원 사진출처: Ms. Chin's Class


마음 = 정보처리과정


원 사진출처: Univ. of Washington, Belle Productions, Pixabay, deBanked, Emaze, ITCE, The Codacus, 허핑턴포스트

앞선 글에서 살펴보았던 마음의 기능들을 정보처리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면 어떨까요? 마음은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지각), 경험을 기억하여 저장하고 다시 인출하는 과정(기억), 앞에 보이는 사람을 나의 기억 속 인물과 대조하여 알아보는 과정(재인) 등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데요,


원 사진출처: Univ. of Washington, Belle Productions, deBanked, Emaze ITCE, The Codacus, 허핑턴포스트, Quizizz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도 마음을 가졌을까요? 우리는 반려동물을 '마음을 가진 존재'로 여기고 서로 교감하며 살아갑니다. 정보처리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의 뇌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의 뇌는 비슷한 정보처리를 하므로, 고양이 역시 마음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원 사진출처: Univ. of Washington, Belle Productions, deBanked, Emaze ITCE, The Codacus, 허핑턴포스트, shyranter

그렇다면 컴퓨터는 어떤가요? 컴퓨터 역시 입력된 값을 처리하고 화면을 통해 계산 결과를 보여주는 정보처리과정을 거칩니다. 사실 컴퓨터는 정보처리 기계 자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컴퓨터가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찜찜한 느낌이 듭니다. 적어도 컴퓨터는 고양이처럼 교감이 잘 안 된달까요?

원 사진출처: Univ. of Washington, Belle Productions, deBanked, Emaze ITCE, The Codacus, 허핑턴포스트, BGR

그러면 우리를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는 시리(Siri)는 어떨까요? 시리가 여전히 답답하다고 느껴지신다면 영화 HER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OS 사만다를 상상하셔도 좋습니다. 앞서 살펴본 컴퓨터에 비해서는 훨씬 교감할 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시리와 같은 인공지능은 실제로 내가 느끼는 물리적인 아픔이나 따뜻함 등의 감각을 못 느낄 것 같으니까요.

원 사진출처: Univ. of Washington, Belle Productions, deBanked, Emaze ITCE, The Codacus, 허핑턴포스트, Twitter

자 그렇다면 로봇은 어떤가요? 이 로봇은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고 사람처럼 감각할 수 있는 센서를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까지 합니다. 그럼 이 로봇 역시 마음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보처리관점에서 마음 = 두뇌 = 컴퓨터 / 원 사진출처: Big Think

이처럼 다양한 대상들을 고려해보면서 '마음이란 무엇인지'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지셨을 텐데요, 여기서 살펴보았듯이 정보처리 패러다임에서 마음은 정보 처리하는 두뇌, 컴퓨터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추상적 원리를 구현하는 정보처리체계라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인지과학의 패러다임

    이제 인지과학이 현재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을 좀 정리해볼까 합니다.


마음과 컴퓨터의 유사성 / 원 사진출처: Mind Over Museum

   첫째, 인지과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정보처리체계(information processor)로 봅니다.

   둘째, 마음에 대해 컴퓨터 비유와 은유(computer analogy & metaphor)를 사용합니다.

   셋째, 심적 과정(mental process)은 곧 정보 전환 과정(information conversion)과 같다는 

            계산주의(computationalism)를 따릅니다.

   넷째, 심적 내용(mental content)은 자료(data), 곧 표상(representation)과 같다는 

            표상주의(representationalism)를 따릅니다.


혹시 조금 어려우신가요? 네 가지 패러다임 중에 마지막 표상주의에 대해서만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인간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일 때, 자극 그대로가 아니라 나름대로 처리된 표상을 저장하게 됩니다.


호먼큘러스 그림 / 사진출처: EBM Consult

심적 내용이 곧 표상과 같다는 것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호먼큘러스(homunculus) 그림이 있습니다. 호먼큘러스란 우리 몸의 체감각과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찾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인데요, 입술이나 손처럼 예민한 부위의 감각은 뇌에서도 많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그림 상으로도 크게 나타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감각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뇌에서 감각 기능을 표상하고 있는 뇌의 영역을 연구한다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코싸인]


참고문헌

이정모. (2009). 인지 과학: 학문 간 융합의 원리와 응용. 성균관 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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