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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May 19.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인지과학?(5)

[네 번째 키워드] 학문 간 융합?

인지과학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지과학에 대한 네 가지 키워드 중 마지막으로 학문 간 융합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네 번째 키워드, [학문 간 융합]

학문 간 융합?

슬로언 육각형 / 사진출처: The Endless Knot

아마 첫 번째 글에서 보았던 이 도식을 기억하실 텐데요, 슬로언 육각형이라고 불리는 이 도식은 슬로언(Sloan) 재단에서 지원받은 인지과학자들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 육각형은 인지과학에 관여하고 있는 학문들의 연계성을 보여주는데요, 굵은 실선으로 연결된 것은 연계가 강한 것, 점선으로 연결된 것은 연계가 약한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것은 학문들의 관계를 매우 단순하게 해석한 설명입니다. 그렇지만 슬로언 육각형은 인지과학이 학문 간 연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분야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제적 접근의 예: 시각 연구

인지과학에서 학문 간 융합, 연계 또는 학제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각 연구의 예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만일 시각이라는 인지 주제를 연구한다면


시각연구(1): 철학, 인지심리학 (정신물리학, 모형) / 사진출처: Emaze, Lighting, YouTube(Ryan Ang), www.doc.gold.ac.uk  

철학에서는 본다는 것에 대한 인식론인 접근 기반을 제공할 것입니다. 지각 심리학에서는 정신 물리학(psychophysics)적인 방법으로 시각 자극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측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시각적 처리 모형을 제시할 수도 있겠죠.

시각연구(2): 수학(행렬) / 사진출처: Emaze, Wikipedia, Lennie(2003)

수학은 두말할 나위 없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행렬을 이용하여 시각정보처리과정의 도식화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행렬을 이용하면 컴퓨터를 통해 인간 눈에 있는 신경절 세포(ganglion cell)의 수용장(receptive field)을 모사하여 도식화할 수 있습니다.


시각연구(3): 신경과학, 생물학, 광학 / 사진출처: Emaze, Pinterest, Human Anatomy Diagram, History

생물학에서는 눈의 구조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 것 같네요. 신경과학에서는 눈에서 시각피질까지의 처리과정에 관심이 있을 것 같군요. 물론 그러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뉴런 자체에 대한 연구도 중요할 듯합니다. 아예 시각의 자극이 되는 빛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광학적 접근도 필요합니다.

시각연구(4): 컴퓨터과학, 전기전자공학 / Machine Vision Source, Manufacturers Lists

사람의 눈만 시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죠? 컴퓨터 또는 기계 시각에 대한 연구도 활발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계 시각을 구현하기 위한 회로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겁니다.


세부적으로 학문들을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우리는 같은 시각이라는 인지과학의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너무나도 다양한 접근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다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시각이라는 인지적 기능에 대해 '이해한다'라고 말하려면 이만큼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각자 분야의 연구들을 어떻게 인지과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엮어낼 수 있을까요?


인지과학의 학문적 접근 수준

데이비드 마아(David Marr)라는 인지심리학자는 인지과학의 학문적 접근 수준을 세 단계로 정리했는데요, 이를 통해 인지과학의 학제적 접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1) 계산적(행동적) 수준 / 원 사진출처: Lighting, YouTube(Ryan Ang), Machine Vision Source

그 설명에 따르면 첫 번째는 계산적 수준, 또는 행동적 수준으로 인간, 동물, 컴퓨터의 외적으로 관찰 가능한 행동을 기술하는 수준입니다. 인간 행동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나 행동 관찰, 컴퓨터 시각의 소프트웨어가 이 수준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알고리즘(기능적) 수준 / 원 사진출처: www.doc.gold.ac.uk, Wikipedia, Lennie(2003), Emaze

두 번째는 알고리즘 수준, 또는 기능적 수준이라고 불립니다. 관찰된 행동이 출현하기 위해, 시스템 내에서 정보가 어떻게 입력되고 처리되는지를 기술하는 단계입니다. 인간 시각의 알고리즘, 혹은 시각 정보처리 과정에 대해 연구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구현적(물리적) 수준 / 원 사진출처: Human Anatomy Diagram, History, Manufacturers Lists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구현적 수준, 또는 물리적 수준입니다. 이 수준에서는 앞선 수준에서의 행동과 정보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하위 하드웨어 수준의 특성에 대해 다룹니다. 인간 눈의 하드웨어 혹은 정보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뉴런 자체의 특성, 컴퓨터의 회로와 같은 하드웨어 연구가 이 수준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수준에 맞게 인지과학의 학문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지과학의 학문 별 접근 수준 / 출처: 이정모

이 역시 간단한 분류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각 학문들이 서로 다른 수준에서 하나의 인지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인지과학의 중심학문과 주변학문 / 사진출처: 이정모

인지과학의 중심 학문과 주변 학문들을 나타낸 이 도식을 보면, 인지과학에 관여하고 있지 않은 학문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야가 인지과학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지과학의 연구주제

마지막으로 인지과학에서 어떤 주제들에 대해 연구하는지 알아볼까 합니다.


인지과학의 기초이론적 주제 / 출처: 이정모

먼저 기초이론적 주제인데요, 인간이나 동물,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외적 자극이 입력되어 정보 처리되는 과정과 이를 담당하는 구조를 생각해보면 기초이론적인 주제가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응용인지과학의 주제(1): 교육 분야 / 사진출처: Pedagogy and andragogy

다음으로 응용 인지과학의 주제들입니다. 먼저 교육 분야에서는 인지적인 원리를 이용해 어떻게 학습하고 효율적으로 가르칠 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집니다.



응용인지과학의 주제(2): 윤리 분야 / 사진출처: Boise State University

윤리 분야에서는 도덕/윤리와 관련하여 도덕적 개념, 도덕적 규칙이 인간 마음속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연구하게 됩니다.


응용인지과학의 주제(3): HCI, 인지공학 / 사진출처: Deerwalk Blog, http://heatherroberts.org/new-page/

일상생활환경과 관련해서는 컴퓨터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작업을 효율화하는 HCI나, 인공물을 인간의 인지적 특성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는 인지공학 연구들이 이루어집니다.


응용인지과학의 주제(4): 제도 및 경제분야(행동경제학) / 사진출처: Public Policy for Competitiveness and Productive Development

제도와 경제 분야에서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서의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여 적절한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응용인지과학의 주제(4): 예술분야 / 사진출처: BERKELEY OPINION, Amazon, Pinterest

예술 영역에서는 미술과 음악, 건축에서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표현과 기술이 증진될 수 있습니다. 서울 올림픽 포스터를 예시로 보여드리는 이유는 인간의 시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착각적 윤곽(illusory contour)을 일으키는 표현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응용인지과학의 주제(5): 가상현실 / 사진출처: https://vrscout.com/news/reactions-first-time-gear-vr-buyers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 중의 하나인 가상현실과 관련해서는, 인간의 정보처리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상현실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인지 문제와 예상되는 정서적 부작용 역시 고려되는 연구주제입니다.



응용인지과학의 주제(6): 인지기능 증진 / 사진출처: Youtube(livewellvideo), V. ALTOUNIAN(SCIENCE)

인간의 인지적 기능을 어떻게 증진시킬까 하는 것도 중요한 연구주제입니다. 뇌의 특정 영역에 전기자극을 주거나 약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기억이나 주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다시 인지과학의 키워드로 돌아와 정리해볼까 합니다.

네 가지 키워드

우리는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과거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접근을 살펴봤습니다. 또 마음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마음과학의 중요한 패러다임인 인지주의에 대해서 살펴봤고 인지과학을 구성하는 다양한 학문들의 연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이 키워드들이 우리가 '인지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처음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이야기의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인지과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셨나요? 혹시 처음에 이정모 교수님을 소개하면서 보았던 인지과학의 정의를 기억하시나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새로운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여러분이 정의하는 인지과학이란 무엇인가요? [코싸인]


참고문헌

이정모. (2009). 인지 과학: 학문 간 융합의 원리와 응용. 성균관 대학교 출판부.

Lennie, P. (2003). Receptive fields. Current Biology, 13(6), R216-R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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