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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Dec 22. 2017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의식(4)

[9주차 심리학팀] 4. 무의식의 심리학_암묵학습 및 정서처리

    지난 시간까지 무의식을 어떻게 연구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는지 <암묵학습>, <정서처리>, <무주의 맹시>, <변화맹>, 그리고 <의사결정>의 5가지 주제와 관련된 연구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암묵학습 (Implicit Learning): 나도 모르는 사이 배우고 있다면?


    암묵학습이란 의식적인 노력이나 경험에 의지하지 않은 채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특정한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죠. 암묵기억(Implicit Memory)과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암묵기억은 내가 의도치 않게 습득한 것이 경험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라면, 암묵학습은 그렇게 내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습득된 것이 행동으로까지 발현되는 것입니다.

    암묵학습과 관련해서 첫 번째로, ‘수면 중에 이루어지는 암묵학습의 효과’ (Oniz et al.,2015)에 대한 실험연구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먼저 피험자들을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나누고, 수면 전 단계(Pre-sleep stage), 수면단계(Sleep stage), 수면 후 단계(Post-sleep stage)의 세 가지 절차로 구분하여 단어 학습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측정했습니다.

    위의 진행단계를 보면, 두 집단의 참가자들은 먼저 잠에 들기 전 단계(pre-sleep stage)에서 16개의 의미단어와 8개의 무의미단어를 학습했습니다. 의미단어란 ‘사과’, ‘의자’, ‘책상’ 등과 같이 의미값(semantic value)을 가지는 단어들을 말하는 것이고, 무의미단어란 ‘마우’와 같이 아무 의미 없는 두 음절을 이어 붙인 단어들을 말합니다. 여기에서는 본인이 학습한다는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학습을 했기 때문에 외현적 학습(Explicit learning)이라고 할 수 있겠죠?

    두 번째, 수면 단계(sleep stage)에서는 말 그대로 피험자들이 잠에 든 상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대신 통제집단은 별다른 처치 없이 잠을 자도록 했고, 실험집단은 자는 동안 추가적인 24개의 의미단어와 8개의 무의미단어를 반복적으로 들려주어 암묵적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 단계에서는 나도 모르게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단어를 학습하게 된 것이죠.

마지막 수면 후 단계(post sleep stage)에서는 두 집단 모두 잠에서 깨어나, 시험을 통해 단어학습의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의미단어와 무의미단어의 첫 음절을 들려주면 피험자가 뒤이어 오는 음절을 맞춰 단어를 완성시키는 단어완성과제(word completion task)를 통해서였죠.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두 집단 모두 외현기억(Explicit Memory)에서의 단어완성률은 비슷했으나, 암묵기억(Implicit memory)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단어들에 대해서, 수면 중 무의식적 학습이 이루어진 실험집단이 훨씬 높은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무의미단어에 대한 완성률이 실험집단에서 월등히 더 높았습니다. 이는 무의식적인 수면 상태에서 암묵학습이 잘 이루어진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만약 암묵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외현학습했던 단어들은 완성할 수 있어도 암묵학습했던 단어들은 완성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특히, 두 음절의 조합을 들어본 적이 없는 무의미단어에 관해서는 더더욱 완성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암묵학습과 관련해서 소개해드릴 두 번째 실험은, ‘날씨예측과제(Weather Prediction Task)’입니다 (Gluck&Bower,1988). 간단히 말해, ‘피드백을 통한 암묵적 학습’이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해 본 실험인데요, 실험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와 같이 피험자에게는 네 가지 카드가 주어지게 됩니다. 이 카드들은 사실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데요, 이것들을 무작위로 보여주면서 “이 카드가 맑은 날을 의미할까요? 아니면 비오는 날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하고 질문을 합니다. 그 후 피험자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 실험자 나름대로 일련의 규칙에 따라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 피드백을 주는 것이죠. 실험자가 맑은 날이라고 지정한 카드를 피험자가 ‘맑은 날’이라고 맞췄으면, “맞췄어” 아니면 “틀렸어” 이렇게 말이죠.

    이처럼 4차례 시행을 거쳐 피드백을 한 결과, 날씨를 맞춘 성공률이 점점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 시행처럼 맞았거나 틀린 Chance Level에서의 50% 정답률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에 의해 80%의 정답률에까지 육박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피험자들이 80%의 높은 정답률로 답을 맞추고 난 후에도, 이 과제가 무슨 규칙을 가졌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정답인 것 같아서 고른 것이죠. 이는 실험자가 준 피드백들을 기반으로 피험자가 스스로 암묵적인 학습을 이뤄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서 처리(Emotion processing): 말하지 않아도 기분을 알 수 있는 이유는?


    다음으로는 정서, 그 중에도 무의식 수준에서 느껴지거나 인식되는 정서에 관한 연구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고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짓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처럼,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감정모방’에 대해 진행된 연구가 있습니다. (Thunberg&Elmehed,2000)

    이 실험에서는 기쁜 표정(happy face), 무표정(neutral face), 화난 표정(angry face)의 세가지 조건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의식적으로 얼굴자극을 인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표정 얼굴을 차폐(masking)로 사용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을 계속 보여주는 와중에 기쁜 표정을 잠깐 휙 보여주기도 하고, 화난 표정을 잠깐 휙 하고 보여주기도 한 것이죠. 따라서 기쁜 표정과 화난 표정을 본 시각경험은 사실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기쁜 표정과 화난 표정, 각각의 표정이 보여지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피험자 얼굴 근육의 변화를 EMG(ElectroMyoGraphic)로 측정하였습니다. 위의 측정결과를 살펴보면, 왼쪽 그래프의 Zygomatic major muscle, 즉 입술을 끌어올리는 광대근육은 기쁜 표정이 주어졌을 때 활성화가 가장 높고, 화난 표정이 주어졌을 때 활성화가 가장 낮게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오른쪽의 Corrugator supercilii muscle, 즉 미간을 찡그리는 근육은 화난 표정이 주어졌을 때 활성화가 가장 높고, 기쁜 표정이 주어졌을 때 활성화가 가장 낮게 측정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무의식 수준에서도 정서정보가 어느 정도 처리되고, 미세하지만 얼굴 표정 또한 그에 따라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상대방의 기쁘거나 화난 표정을 봤을 때, 우리가 의식적으로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얼굴근육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죠.

정서와 관련해 소개할 두 번째 연구 또한 무의식적인 정서 정보가 어떻게, 그리고 어떤 수준으로 처리되는지를 살펴본 ‘무의식적 정서처리’에 관한 실험입니다. (Rigoulot et al.,2012) 이 연구 역시, 앞서 봤던 실험과 비슷하게 기쁜 표정(happy face), 무표정(neutral face), 무서운 표정(fear face)의 세가지 자극을 사용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 실험에서는 성별 자극 또한 제시되었다는 점인데요, 피험자가 어느 한 응시점을 바라보고 있을 때, 주변시에 주어지는 얼굴 자극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판별하는 성별구별과제를 제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피험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주어진 자극은 기쁘거나, 무표정하거나, 무서운 세 가지의 표정 중 하나를 가진 여성이나 남성이었던 거죠.

    이후 피험자가 주어진 자극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구별하는데 걸렸던 반응시간을 측정했습니다. 위의 결과를 보면, 무표정과 달리 무서운 표정이나 기쁜 표정처럼 얼굴에 감정이 드러난 표정에 대한 반응시간이 더 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얼굴에 대해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성별 정보뿐만 아니라, 정서 정보 또한 판별하게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얼굴에 대한 감정정보가 먼저 처리되어, 요구된 성별과제를 수행하는데 상대적으로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해야 하는 과제와 크게 상관이 없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정서가 처리된다는 연구들은 정서를 파악하는 것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임을 시사합니다. 여태까지 살펴보았듯이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 않더라도 무의식은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데, 특히 정서와 같이 중요한 정보들은 자동적으로 처리가 되는 것이죠.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정보라면 의식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적 수준에서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의식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는 적응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1]Oniz, A., Inanc, G., Guducu, C., & Ozgoren, M. (2015). Explicit and implicit memory during sleep. Sleep & Biological Rhythms, 13(4), 380-386.

[2]Mark A Gluck, Gordon H Bower, Evaluating an adaptive network model of human learning, In Journal of Memory and Language, Volume 27, Issue 2, 1988, Pages 166-195.

[3]DIMBERG, U., & PETTERSON, M. (2000). Facial reactions to happy and angry facial expressions: Evidence for right hemisphere dominance. Psychophysiology, 37(5), 693-696.

[4]Simon Rigoulot, Fabien D'Hondt, Jacques Honoré, Henrique Sequeira, Implicit emotional processing in peripheral vision: Behavioral and neural evidence, In Neuropsychologia, Volume 50, Issue 12, 2012, Pages 2887-2896.


사진출처

그림1: Oniz et al. (2015)이 수행한 연구에서의 실험 디자인.

그림2: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에서의 단어완성률 차이 Oniz et al. (2015).

그림3: Gluck&Bower (1988) 실험에서 사용한 자극.

그림4: 피드백에 따른  날씨 예측과제 성공률  Gluck&Bower (1988).

그림5: 주어진 자극에 따른 피험자 얼굴 근육의 변화 (Thunberg&Elmehed,2000).

그림6:  Rigoulot et al (2012)이 수행한 연구에서의 실험디자인.

그림7:  주어진 자극을 구별하는데 소모된 반응시간의 차이 (Rigoulot et al,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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