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차 심리학팀] 6. 의사결정
앞서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정보처리 과정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정보처리가 우리의 의사결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우리는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사안이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더 많은 상황에 대해 따져보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처럼 의사결정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정보처리 중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인지과정으로 받아들여지며, 또한 ‘인간의 빛나는 이성적 능력과 자유의지를 대변하는 행위’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는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일까요? 다른 인지기능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의식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기저에서 무의식적인 정보처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어떤 일들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하여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의사결정과 무의식적인 과정만을 거쳐 내린 결정의 결과를 비교한 심리학 연구들이 있습니다. Dijksterhuis와 동료들 (2006)은 사람들이 실제 소비생활에서 의식적으로 내린 결정과 무의식적으로 내린 결정에 대해 각각 만족하는 지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4분 동안 차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후에 선택하게 한 집단(의식적 선택 조건)과 4분 동안 문자 수수께끼를 풀면서 주의를 분산시켜, 의식적으로 충분히 고민할 수 없게 한 후에 차를 선택하게 한 집단(무의식적 선택 조건)으로 나뉘었습니다. 실험의 결과는 차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측면이 적게 주어진 조건 (4가지) 일 경우, 의식적으로 충분히 고민한 뒤 선택한 집단의 만족도가 더 높았지만, 고려해야 할 측면이 많이 주어진 조건 (12가지)에서는 주의가 분산되어 의식적으로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하고 선택한 집단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또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샴푸, CD, 신발 등의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비교적 가벼운 결정은 의식적으로 판단을 내렸을 때 만족도가 더 높았고, 비행기 티켓, 카메라, 방과 같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판단을 내렸을 때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무의식적인 처리 과정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의식적인 생각은 오히려 통합을 방해하여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다'는 말처럼 복잡한 문제를 지나치게 고민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오히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그러면 무의식이 도덕적인 딜레마 상황에서도 효율적인 결정을 도와줄까요? Ham과 Van den Bos (2010)는 참가자들에게 ‘육교 딜레마 (Footbridge dilemma)’ 상황을 제시해주고 그에 대해 판단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육교 딜레마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로가 하나인 철도를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려가 5명의 학생들이 치일 위기에 놓여있다. 육교 위에서 옆에 있는 뚱뚱한 남자를 밀어 철도로 떨어뜨리면 5명의 학생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할 때, 뚱뚱한 남자 1명을 죽이고 학생 5명을 살리겠는가, 아니면 남자를 밀지 않고 5명을 죽도록 하겠는가?’
참가자들은 딜레마에 대한 지문을 읽고 즉시 판단하는 집단, 3분 동안 딜레마에 대해, 특히 5명을 살리기 위해 뚱뚱한 남자를 미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관해 생각해본 후 판단하도록 지시받는 집단 (의식적인 사고), 그리고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3분 동안 인지적인 집행기능에 영향을 주는 과제 (2-back task)를 수행하게 한 후 판단하는 집단 (무의식적인 사고)으로 나뉘었습니다. 실험 결과, 세 집단 중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후 판단한 집단에서만 남자를 밀 것이라는 응답이 유의하게 더 많았습니다. 사실 이 딜레마 상황에서는 수치적으로 비교할 경우 1명보다 5명의 목숨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관점과 1명의 목숨이라도 내 손으로 직접 밀어 죽이는 것은 비도덕적이라는 관점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즉각적으로 판단을 내린 집단의 응답을 고려하면, 딜레마 상황에 놓인 참가자들이 내리게 되는 초기 결정은 남자를 밀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초기의 도덕적인 딜레마 상황은 의식적으로 고려할 때는 무시되지 못하고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거치는 집단이 남자를 미는 선택을 더 많이 한 것은 다른 과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초기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지 않고 수치적으로 최대의 효용을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결과라고 연구자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무의식적인 의사결정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의식은 우리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의 기저에서 효율적으로 정보를 통합하는데 기여하고 있고, 오히려 의식적인 결정보다 합리적인 결과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효율적인 과정이 도덕적인 판단의 합리성을 보장해주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심리학에서 무의식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무의식을 연구하는 다양한 방법론들 (점화, 환자 연구, 양안경합, 과밀효과, 차폐)을 살펴보았고 그 과정에서 무의식을 어떻게 정의하고, 또 조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연구결과들을 통해 의식되지 않는 가운데서도 처리되는 정보들 (암묵학습, 주의의 선택, 의미, 정서, 의사결정)이 어떤 것들인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무의식은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의 다양한 주제들 중에서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기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우리가 무의식적인 정보처리과정의 다양한 측면들을 관찰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다 보면 마침내 의식이 무엇인지, 또 의식적인 정보처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코싸인 심리학팀]
[1] 의사결정: https://www.datapine.com/blog/data-driven-decision-making-in-businesses/
[2] Dijksterhuis, A., Bos, M. W., Nordgren, L. F., & Van Baaren, R. B. (2006). On making the right choice: The deliberation-without-attention effect. Science, 311(5763), 1005-1007.
Ham, J., & Van den Bos, K. (2010). On unconscious morality: The effects of unconscious thinking on moral decision making. Social Cognition, 28(1), 74.
[3] 육교 딜레마: http://medina-psicologia.ugr.es/cienciacognitiva/?p=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