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룹] 아름다움의 구조를 들여다보다, 신경 미학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아름답다'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지를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과학적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학문으로 신경 미학이 출현했습니다. 신경 미학은 주로 뇌 영상 연구 기법에 기반하여 예술과 아름다움의 신경학적 관계를 밝히고자 고안된 새로운 학문 분야입니다. 국외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독립적 연구 분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으며, 그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신경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신경 미학은 인지과학뿐만 아니라 예술(음악, 무용,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관련을 가지고 학제 간 공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Cela-Conde 등은 참가자들에게 추상, 고전주의, 인상파, 후기 인상파를 비롯해 다양한 사조의 회화 작품들을 제시하고, 작품에 대한 미적 판단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뇌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MEG(Magnetoencephalography)를 통해 측정했습니다. MEG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시킨 뒤, 활성화된 뉴런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감지하는 측정 방식입니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통해 회화 작품을 아름답다고 판단할 때 DLPFC(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의 활성화 수준이 높아짐을 알아냈습니다.
Kawabata & Zeki는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양식의 회화 작품을 제시하고 미/중립/추의 세 반응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습니다. fMRI 측정 결과, 참가자들은 아름답다고 판단된 자극을 보는 동안 OFC(orbitofrontal cortex) 부위가 활성화되었고, 추하다고 판단된 자극을 보는 동안에는 운동영역이 활성화되었습니다.
Vartanian & Goel 또한 fMRI를 이용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여러 작품들의 아름다움을 5점 척도로 평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미술작품에 대한 주관적 선호가 낮을수록 우반구 미상핵(caudate nucleus) 활성화 감소가 발견되었고, 주관적 선호가 높을수록 방추상회(fusiform gyrus), 대상회(cingulate gyrus) 활성화 증가가 관찰되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세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니 문제가 한 가지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아름다움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된 뇌 영역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연구에 사용된 과제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에게 아름다움과 추함 중 하나를 판단하라고 한 과제와 아름다움의 정도를 5점 척도로 평정하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영역은 애초에 서로 다른 부위였을지도 모릅니다.
Leder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미학 경험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미적 경험이 ‘지각적 분석 - 암묵적 기억의 통합 - 명시적 분류 - 인지적 마스터 및 평가 - 정서적/감정적 정보처리 과정’의 5가지 단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지각적 분석은 기초 시각 처리 단계로, 무의식적 대조(constast), 복잡성(complexity), 색깔(color), 대칭성(symmetry), 집단화(grouping) 등이 수행됩니다. 암묵적 기억의 통합은 의식적이지 않은 자동적 과정으로, 이 작품이 나에게 친숙하고 전형적인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를 판단합니다. 명시적 분류는 의식적으로 작동하며, 언어적 표현이 가능해지고 사전 지식이 이용됩니다. 인지적 마스터 및 평가는 피드백 과정으로, 만약 미적 경험자가 만족할 만한 이해를 하지 못했다면 초기단계로 되돌아가서 다시 재경험, 재평가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정서적/감정적 정보처리 과정은 자극을 처음 감지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처리되는 미적 경험의 흐름을 의미합니다.
이후 신경 미학 영역에서는 앞서 살펴본 연구들 외에도 다양한 실험들이 수행되었습니다. 여러 과학자들은 미적 경험을 인지신경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통제 과제를 도입하기도 하고, 절대적 미 콘셉트를 이용하기도 하며, 인지적 과정의 뇌 기전을 이용해 실험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뇌 영상을 이용한 연구들을 통해 과학자들은 미적 경험에 관련된 기능과 대표적 뇌 영역을 연결 짓는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물론 뇌 영상만을 가지고는 미적 경험과 특정 뇌 영역의 활성화 간의 상관을 밝히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둘 간의 인과 관계에 대해서는 검증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신경 미학의 패러다임을 발전시키기 위해 뇌 영상 이외에도 뇌 자극 기법이나 ERP 등 다양한 기법이 적용된 실험 연구들을 시도해나가고 있습니다.
김채연. (2015). 신경미학의 현황-발전과 전망. 한국심리학회지: 인지 및 생물, 27(3), 341-365.
Cela-Conde, Camilo J., et al. (2004). Activation of the prefrontal cortex in the human visual aesthetic percep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01(16), 6321-6325.
Kawabata, H., & Zeki, S. (2004). Neural correlates of beauty, Journal of Neurophysiology, 91, 1699- 1705.
Leder, H., Belke, B., Oeberst, A., & Augustin, D. (2004). A model of aesthetic appreciation and aesthetic judgment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95, 489-508
[1] Neural correlates of beauty
[2] A model of aesthetic appreciation and aesthetic judg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