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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젠 독일

입에서 단내가 나요

2. 독일어를 준비하는 딸

by 수평선

독일어 학원에 다니는 딸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나는 그때 딸이 졸업했고, 아들이 12학년을 보내고 있는 필리핀 국제학교 기숙사 사감으로 있었다.

한국에는 딸과 남편 그리고 초코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살고 있었고 필리핀에서는 아들과 내가 60여 명의 학생들과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다.

딸이 학원에 다녀오면 온갖 추태를 부리며 딸을 반기는 건 초코라는 강아지였다. 아빠는 일 때문에 집에 늦게 올 때가 많았고 딸은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강아지와 독일어로 대화를 했다고 한다. 독일어가 입에 익숙지 않아 얼마나 열심히 초코에게 떠들었는지 입에서 단내가 났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6개월 뒤 독일어 B1 시험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했다.

독일 대학에 대해 알아보니 스튜디온콜렉(대학 예비자 과정) 또한 학비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대학으로 바로 지원하는 것보다 콜렉수업을 듣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많았다. 콜렉은 b1부터 지원 가능한데 보통 b2 정도는 준비해야 안전하게 합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원에서는 2개월 만에 B2를 보는 건 무리라고 했지만 또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학원에서 준비하다 보니 말하기가 부족하여 주 1회 독일어 토론반에 수강을 했다. 독일 선생님은 다양하게 수업 준비를 해오셔서 폭넓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토론반에는 독일에서 십여 년 살다 온 사람, 독일 기업 취업 준비생,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수업을 했다. 모두 나이가 지긋한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그곳에서 제일 나이가 어린 딸에게는 큰 도전이 되었다고 한다.

B2까지 입에 단내가 나도록 공부했던 딸이 테스트 다프(독일어 인증시험)에 도전해본다고 했다. 독일로 떠나기 전 세 달을 남겨두고 있었다. 학원에서는 다시 두 달 만에 시험 보는 건 불가능할 거라 했지만 경험 삼아 시험 보겠다고 했는데 좋은 점수로 합격을 했다. 어느 대학이든 지원할 수 있는 점수였다.


하지만 이미 공지된 콜렉 시험 날짜는 다가오는데 지원한 학교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인가!
가슴 졸이며 매일 우편함을 열어보던 딸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왔어요. 저한테 온 편지예요."

독일의 한 대학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8월 27일과 28일 시험 보러 와라.'

얼굴 가득 눈물을 머금고 편지를 부둥켜안은 채 딸은 떨고 있었다.


"독일행 비행기표부터 끊자."

나도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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