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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평선 Aug 04. 2020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비 내리는 생일에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오십이 넘어 생일이 뭐라고
여기저기서 문자를 보내주는 통에 
비 오는 날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30여 년 전 생일에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다.
늦은 시간까지 수련회 점검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비를 맞아서 그런가 으슬으슬 추웠다.
온돌방 바닥에 얌전히 접어 놓은 이불속에 습관처럼 손을 넣었다가 깜짝 놀라 손을 뺐다. 축축하다못해 흥건하게 젖은 이불 사이로 물이 고여 있는 것이 아닌가.
물을 쏟은 것도 아닌데 어디서 생긴 것일까?
두리번거리다 천장을 보았는데 하늘이 보이는 작은 구멍이 있고 그곳으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이 집은 지은 지 100여 년이 되었지만 주변이 곧 개발된다는 소문을 듣고 10년째 재건축을 미뤄 온 낡은 한옥집이었다. 

겨울에는 연탄을 갈다가 구멍이 작은 아궁이 속에서 연탄재를 깨트려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번개탄을 피워 불이 붙을 때까지 오들오들 떨며 잠을 청하던 그 방. 이젠 그 방 천장에 구멍까지 난 것이었다. 그것도 내 생일에…

평소 추위를 많이 타서 한여름에도 솜이불을 덮고 살았는데 물 먹은 솜이불은 천근만근이었다.
발로 밟아 빨기는 했지만 빨랫줄에 이불을 널으려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설상가상으로 뱃속에서는 꼬르륵 거리며 밥도 못 먹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대충 이불을 널고 나가 김밥 한 줄 사서 들어왔는데 방에는 가볍고 예쁜 이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불 옆에 놓인 주인집 할머니의 편지가 다시 한번 나를 울렸다.
"이거 내가 아끼느라 한 번도 안 덮은 이불이야.
오늘 생일인데 날벼락 맞았으니 이거 덮고 자. 생일 선물이야."

쉼 없이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을까. 오늘도 집에 물이 넘쳐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주인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이 강퍅한 내 마음을 위로해 준 것처럼 
타인의 고통에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따스한 삶이 되기를 비 오는 생일에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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