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평선 Jun 07. 2021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갑작스러운 암 통보를 받고

어째 이런 일이..ㅠㅠ


기침이 많이 나서 병원에 검사하러 간다더니

덜컥 입원하고 말았네요.

갑작스레 몸무게가 3킬로나 빠졌으면서도

폐에 물이 차 있고

15cm나 하는 종양 덩어리를 달고 있었다네요.

MRI, X-ray, CT 검사를 마치고 물을 빼는 호스를 달고 있는 모습은 처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환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왜 이리도 험난한지요.

코로나 검사를 하면 다음날 아침 결과를 알려 줍니다.

보건소로부터 온 음성 문자를 들고 병원으로 가면

분홍색 팔찌를 채워 줍니다.

에버랜드 종일 이용권 같네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종일 놀다 갈 수 있는 그런 팔찌라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러나 밖으로 나오면 입장권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번 일주일 동안 코로나 검사를 세 번이나 했네요.

코를 찔러 기침과 눈물이 납니다.

100번을 찔러 그 사람이 낫기만 한다면 이까짓 거 참을 수 있습니다.


주일 예배마치고 서둘러 병원으로 갑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6층입니다.

호스피스 교육을 받을 때 그리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였는데...


호스를 빼고 나니 오늘은 살만한가 봅니다.

농담도 하고 제 앞날 걱정도 해줍니다.

태연하게 순응하는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밉습니다.

마구 짜증이라도 부리면 좋겠는데

무슨 이런 일이 있냐고 억울해하면 등이라도 토닥여 줄텐데.

오히려 축 처진 제 어깨를 바로 세워줍니다.

그리고 이제 병원에서는 아무 할 일 없다며

할 일 많은 제 등을 돌려세웁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병원 앞에 심어진 꽃이 예뻐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드리댑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초점이 맞지 않아도

렌즈 속 꽃송이가 화면 발 잘 받도록 가까이 다가갑니다.


꽃 이름을 몰라 슬며시 검색해 봅니다.

꽃 이름이 '남천'이라네요.

꽃말을 보니 전화위복이라는군요.

그래서 병원 개업 축하 화환으로 인기가 많은 꽃이랍니다.

꽃말처럼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화요일에 결과가 나온다는데...

화요일이 기다려지면서도

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의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립보서 4장 6-7절-


아멘.

화요일이여~

작가의 이전글 '책비'가 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