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석유값만 올리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by 리딩더리치

중동 전쟁이 길어질수록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에너지 가격이다. 원유 공급은 막힌다. 운송비는 뛴다. 기업의 원가 부담도 커진다. 그런데 이번 기사에서 내가 더 주목한 문장은 따로 있다. 이란이 유조선 통행료를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받을 수 있다는 대목이다. 나는 이 문장이 꽤 중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은 스테이블코인을 그저 가상자산 거래소 안에서 도는 돈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고 있다. 국제 정세가 불안할수록 기존 결제망의 약점이 드러난다. 달러 송금은 느리다. 은행은 제재와 규제를 따져야 한다. 주말과 야간에는 결제가 멈춘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다르다. 국경을 넘는 결제가 빠르다. 24시간 움직인다. 무엇보다 기존 금융망이 흔들릴수록 더 부각된다.


이런 흐름은 이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러시아 역시 제재 이후 대외 무역에서 암호화폐 활용 가능성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투기 시장의 보조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점점 현실 거래의 결제 도구로 스며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써클의 성장은 충분히 논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써클은 USDC를 발행하는 기업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신뢰가 커질수록 USDC 유통량은 늘어난다. 유통량이 늘수록 써클의 영향력도 커진다. 과거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 안의 대기 자금에 가까웠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결제, 송금, 정산, 자금 이동의 도구로 쓰이기 시작하면 시장의 크기 자체가 달라진다. 써클은 단순한 코인 기업이 아니라 디지털 달러 인프라 기업으로 평가받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숫자도 이를 보여준다. 2025년 말 기준 USDC 유통량은 753억 달러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2025년 4분기 USDC 온체인 거래량은 11.9조 달러에 달했다. 이 숫자는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실험이 아니다. 인프라가 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요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거래소 안의 대기 자금이었다면, 앞으로의 수요는 결제와 송금, 정산과 보관으로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쟁과 제재, 통화 불신, 결제망 차단 같은 사건이 반복될수록 잘 작동하는 돈의 가치는 더 커진다. 이란 사례는 바로 그 점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불안정한 세계에서 작동하는 실용적 결제 도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왜 성장할까. 많은 사람은 스테이블코인이 커지면 비트코인의 역할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이 커진다는 것은 블록체인 위의 달러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달러가 올라오면, 결국 사람들은 그 위에서 가장 희소한 자산을 찾게 된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비트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쓰기 좋은 돈이다. 비트코인은 쥐고 가기 좋은 자산이다. 결제는 스테이블코인이 맡고, 가치 저장은 비트코인이 맡는 구조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 달러를 옮길 때는 USDC를 쓰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보관할 때는 발행 주체가 없는 비트코인을 찾는 흐름이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다. 제3자의 판단에 따라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도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달러라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에 더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대비가 생긴다. 스테이블코인은 편리하지만 발행사가 있다. 준비금도 있다. 규제도 따라야 한다. 즉, 시스템 안에서 커지는 자산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발행사가 없고 공급량도 고정돼 있다. 시스템이 흔들릴수록 사람들은 거래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쓰고, 최종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는 비트코인을 더 주목할 수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비트코인의 경쟁자가 아니다. 오히려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 전체를 키우는 진입로가 될 수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전쟁은 석유값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돈의 이동 방식도 바꾼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받을 수 있다는 발상은, 앞으로 세계가 더 불안정해질수록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더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흐름의 직접 수혜 기업 중 하나가 써클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가장 강력한 가치 저장 자산은 비트코인일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위의 달러를 키운다. 비트코인은 그 세계에서 가장 희소한 핵심 자산으로 남는다. 나는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써클의 성장으로, 그리고 더 길게 보면 비트코인의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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