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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Jun 11. 2020

빚이 많은데, 빛은 나고 싶어

욕심 많은 직장인의 일상 고난기

 하루는 24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3분의 1로 나누면 오전 8시간 , 오후 8시간 , 밤 8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0시~8시/ 8시~16시/ 16시~0시 로 나눌 수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나누려 한다.


1. 6시~14시

2. 14시~22시

3. 22시~6시


 1번 시간대는 아침을 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일하는 때다. 더 일찍 일어나고 싶지만,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이 양보한 것이 6시다. 6시에만 잘 일어나도 출근 준비 전까지 1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꽤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다. 문제는 전날 밤 늦게 자기 때문에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 하루의 시작은 아침 일찍 일어나기가 아니라, 일찍 잠들기(그리고 숙면 취하기)부터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에, 하루를 겨우 3등분 해서 규정하기에는 할 일들이 너무 많다. 특히 3번 시간대는 새벽이 포함돼있기에 잠을 자야 하는데 '아니, 8시간씩 자면서 자기계발을 한다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정한 자기계발을 위해서는 '뇌'를 효율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뇌에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해서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최근 연구결과라고 한다(직접 책을 읽지 못해 인용하지 못하는 슬픔..). 연구에서 밝혀진 충분한 수면 시간이 평균적으로 8시간이었다. 


 나는 전형적인 '수면 부채'가 많은 사람이다. 평균적으로 평일에 6시간을 잔다. 주말은 매번 다르지만 몰아서 10시간씩 잘 때도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조금 관리를 하려고 노력해서 편차가 줄어들긴 했다. 빚졌던 잠을 슬금슬금 갚아나가는 중인데, 오랜 기간 습관이 배어 패턴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제목에서 말한 '빚'은 바로 수면 부족에 따른 '수면 부채'다. 최근에 유명 웹툰 작가인 '이말년'님의 원작 <잠 은행>이 웹드라마로 방영돼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https://youtu.be/Z7Bc0zxK500

 명품 배우 '박희순'님과 '양동근'님이 열연했는데, 원작과는 캐릭터가 많이 다르지만(이말년님 그림체 다들 아실테니) 핵심 메시지를 전달받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원작을 볼 때도, 웹드라마를 볼 때도 느꼈지만 수면 부족이 가져다주는 건강 적신호를 나도 많이 겪었다. 수면 부족 뿐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겹치다 보니 건강이 무너졌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잠만 충분히(양질로) 잤더라도 몸이 그렇게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잠을 잘 잔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컨디션 차이는 극명하다. 단순히 커피 한 두잔으로 떼울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나는 왜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 왜 일찍 잠들지 못할까. 이걸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가장 효과가 좋았던 건 몸을 많이 쓰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서 활동하는 시간동안 몸을 충분히 써주게 되면 건강(근력 향상, 호르몬 분비 등)에도 좋지만 밤에 일찍 졸리게 해준다. 그럼 자연히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될 것이니 말이다. 다음날 개운하게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꿀팁이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일찍 잠들지 못하고 있다. 잠들지 '않는' 것일까, 잠들지 '못하는' 것일까. 굳이 따지자면 잠들지 '않는' 것이 맞겠다. 성장의 욕구가 아직 줄어들지 않고 계속 솟아나는 중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현실에서 하루 24시간은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자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아무리 잠의 중요성을 들어도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건, 이런 개인적 욕심에 기반한 '일 벌림' 현상에 기인한다. 그렇다. 벌려놓은 일이 많으니, 일찍 잠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나올 것 같다. '에센셜리즘'의 실천이 그것이다.


 남들이 바라는 것, 내가 어설프게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정확하게 '에센셜리즘'과 일치하진 않지만 상당 부분 맥락이 비슷하기에 실천에 옮길 예정이다. 지금 벌린 일들도 궁극적으로 <내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에 가까운 것들이지만, 내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다 해내기에 조금 버거울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됐다.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다. 저걸 원하면, 이걸 조금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 이게 필요하면, 저걸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나의 그릇은 한정적이다. 먹음직스럽고 몸에 좋은 걸 다 담으려 하다 보면 넘쳐서 떨어뜨리게 된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음식이 얼마나 아깝나? (자정이 돼가니 배가 고프다)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릇은 그릇이다. 유형의 물체이고 무한정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때 그때의 한계점에 맞춰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 포인트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시도해볼 수 밖에 없다. 누가 가르쳐줄 수 없다. 내가 직접 터득해야 한다. 이미 내 주위엔 나보다 많은 경험을 했고, 이미 가본 길에 대해 조언해줄 사람도 많다. 그들과 연결되자. 좋은 관계를 맺자.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주면서 상호작용하자. 그렇게 한달, 한달을 지내다 보면 내 그릇도 어느덧 빅참치마요를 담을 수 있는.. 이 아니고, 비교적 많은 욕심을 소화해낼 수 있을만큼 큰 그릇이 될 것이다. 


 그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글을 쓰고 잠자리에 든다. 


아 졸립다.. (오늘은 7시간 잘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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