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아침에 지저귀는 새 소리는 언제 들어도 황홀하다. 내가 이렇게 자연을 좋아했나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소리다. 초여름이라 그런지, 짙은 밤꽃 냄새가 신경을 거슬리긴 하지만 새 아파트 단지임에도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느낌을 주기에 만족스럽다. 덕분에 새벽 기상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곧 이사를 갈 예정인데,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든다. 그 곳은 더 높은 층의 아파트라, 이런 풍경을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사를 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으니, 감수할 수 밖에 없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생활 패턴을 바꾼지 3일째다. 새벽 5시 반 기상은 작년 초에 시도했던 66챌린지 할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땐 잠을 줄여가며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을 30분간 뛰고 왔다. 뛸 때는 좋긴 했지만 피로도가 쌓여 지속가능하지 못한 스케쥴이었고, 재활을 하지 않을 때라 발목이 불편해 그만두게 됐다. 지금은 철저히 내 몸이 견딜 수 있는 선에서 하고자 하며,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있으니 큰 부담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잠을 줄여가며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이번엔 지속할 수 있겠단 판단이다. 한 달만 딱 지속해보자. 그리고 변화를 체감해보자. 한 달 뒤 변해 있을 나를 상상하니 갑자기 설렌다. (변태인가?)
사실 자기계발을 시작하면서 책을 읽고, 이런 저런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너무 부족함을 느낀다. 오죽했으면 몇몇 자영업자들이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할까. 나는 비록 한 기업(또는 작은 가게)을 이끄는 사장은 아니지만 적극 공감하게 됐다. 달리 생각하면, 나는 내 자신이라는 유기체를 운영하는 한 명의 CEO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접근해야 나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왜 이렇게 시간에 집착하게 됐는지, 내 생활을 돌아보자. 나의 관심사는 다음과 같다.
1. 독서량 늘리기 (요즘 너무 안읽는다)
2. 글 잘쓰기 (에세이, 서평 등)
3. 유튜브 영상 제작 (콘텐츠 고민 계속, 재활 끝나면 본격적으로)
4. <한달 유튜브> 리딩 (리더십 역량, 동기부여 고민)
5. 재활 운동 (발목이 다 나으면 손목)
6. 자세 교정 (종일 앉아 있기 때문에 거북목 + 어깨 저림)
7. 수면의 질 + 양 높이기 (최소 7시간 자기, 자기 전 전자기기 안쓰기)
8. 음식 조절 (밀가루, 튀김, 아이스크림, 음료수 자제) (물 자주 마시기)
적어놓고 보니 한 두가지가 아니라 다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물론 하나씩 습관을 만들면 의식적으로 하는 활동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인지능력을 많이 소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머리를 많이 쓰고 노력해야 발전하는 부분들이라 초반에는 꽤 적응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달 동안 5,6,7,8번은 어느 정도 습관으로 만들어놔서 큰 노력이 필요없다는 점은 다행이다. 가장 어려웠던 게 7번 '수면 습관' 고치는 것인데 이제 겨우 3일차(첫날 6시 기상 포함하면 4일차)지만 효과가 괜찮다. 아직 바뀐 시간대가 다 적응이 안돼 뭔가 비효율적인 시간대가 있는데, 차차 활용도를 높여가야겠다.
이제 하루에 하나씩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퀄리티는 매우 부족하다. 지난 1년 여간 쌓아둔 인풋이 벌써 동이 난 느낌이다. 책을 읽지 않으니 머릿 속에서 꺼낼 수 있는 내용이 턱없이 적다. 내 경험을 적절하게 꺼내어 풀어쓰는 일조차 쉽지 않은데, 읽고 느끼지 않은 걸 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냥 뇌피셜 범벅이 될테니깐.
내가 브런치에 쓰는 글들은 대부분 에세이 형식이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만, 정작 중요한 건 내가 그런 뇌피셜 범벅 글만 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다른 훌륭한 사람들의 연구와 경험, 고민이 담긴 책을 읽고 그걸 내 것으로 만든 내 생각을 쓰고 싶다. 이 작업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고 내 '인지 능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사실상 지금 스케쥴로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것이 현 시점에서의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거기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저 위에 적어둔 8가지 일들 외에도, 정말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와이프와의 시간. 물론 하루 일과에서 저녁 시간을 와이프와 보내기 위해 지금같은 스케쥴을 만들긴 했지만, 아직 뭔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진 못하고 있다. 미션처럼 해내야 할 일들을 정해두고 하루에 30분이든 1시간이든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리고 주말도 최대한 둘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정해야겠지.
이는 와이프의 생각(만족도)이 중요한 부분이라 내가 일방적으로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할 만한 문제도 아니다. 아이가 없는 우리 부부에게 '상대방'은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에게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삶이 불행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서도 나의 성장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해 항상 갈등 중이다. 언제쯤 이 갈등을 풀어낼 수 있을까. 인생은 원래 고통과 고민의 연속이라고는 하는데, 정말 쉽지 않다.
어쨌든, 오늘도 무사히 글을 썼다. 출근하자, 행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