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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Jun 20. 2020

니들이 아보카도 맛을 알아?

아알못의 허풍

 오랜만에 혼자 장거리 운전을 했다. 에어컨이 무사히 제 기능을 해줘서 쾌적한 환경에서 운전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길을 떠났다. 주말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떠나는 기분은 항상 새롭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편하고 부담이 적지만, 지구 상에서 가장 핫한 '코로나' 때문에 차마 이용하기가 그렇다. 어쨌든 나만의 공간이 확보되는 차를 끌고 떠나는데 마음 한켠이 조금 불편했다. 나와는 다르게 청결을 중시하는(그렇다고 내가 더럽지는 않다..) 와이프는 치료도 마다하고 길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기에 홀로 떠나는 길이라 불편했으리라. 그래도 내 성장을 위한 움직임을 멈추고 싶진 않았다. 빨리 다녀와서 함께 하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요즘 나의 가장 큰 이슈인 '잠 충분히 자기'와 '오늘 자서 내일 일어나기'를 지키고자 7시간을 자고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항상 시간은 부족하다. 물론 어젯밤 일정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잔 것은 내 탓이지만, 그마저도 즐기지 못한다면 내 삶이 피폐해질 것 같아 선택한 것이니 감수해야 한다. 밤 사이 밀려있는 카톡을 읽고 답장을 한 뒤 출발한 나는 요즘 나의 힐링 포인트인 <팬텀싱어 3> 음원 리스트를 들으며 마음 정화를 했다. 시즌 3도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어서 처음에 나온 음원부터 현재까지 쭉 돌려 듣는 일은 '추억 되살리기'처럼 즐거운 시간이다. 


 좋아하는 가수(신분상 가수가 아닌 사람도 있지만)들의 미래 활약상에 설레기도 하고, 처음 만나는 랜선 동료들과의 만남에 설레는 맘을 동시에 안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할 계획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계획을 세운 적은 없지만,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니 필연적으로 성장하겠지. 그래서 계획이란 표현을 썼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나는 조금 성장한 것 같다. 또 정확하게 말하면, 성장할 동기부여를 더 받고 왔다. "아니,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살지?"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따라가기 어렵겠지만 애초에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처음 봤음에도 좋은 기운이 피어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니 기꺼이 해낼 것 같다. 


 뜨거운 생각이 오갔던 두 시간 반 가량의 시간이 지나고, 누구나 기다리는 점심시간이 됐다. 인근에 유명한 슈퍼푸드 건강식을 파는 곳이 있다는데, 그곳에서 배달을 시켜먹기로 했다. 메뉴는 '아보카도 라이스볼'. 여기에 알싸한 와사비 소스가 곁들여진 음식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아서, 아보카도를 사랑하는 와이프가 먹을 때 그냥 같이 먹고는 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생각나지 않는 정도랄까. 근데 오늘 이 메뉴를 먹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JMT...!! 이것이 맛집의 클라스인가!


 

 인증샷을 찍어 와이프에게 보내줬다. 격한 채팅을 보내온 것은 아니지만, '오'라는 외마디 감탄사와 뒤이은 문장이 그녀가 충분히 설레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나 이거 해줘!" 


 게을러서 요리를 잘 안하는 나지만, 이번에는 꼭 해주고 싶어졌다. 몸에도 좋다는 슈퍼푸드 '아보카도'인데, 이 정도도 안해주면 남편 자격이 없겠지. 요리를 해주려면 우선 내가 먹어봐야 하니, 맛있게 먹는 일이 먼저였다. 빛깔 좋은 아보카도와 신선한 채소, 통통한 노른자가 일품인 계란 후라이,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멸치&아몬드볶음, 그리고 고슬고슬한 현미밥이 어우러진 조합이었다. 크... 소스가 맛있어서 그런가? 아보카도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도, 재료가 사라지는 게 아쉬울 정도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소스가 살짝 단 감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당도도 없으면 매우 심심할 수 있으니, 용서가 됐다(내 입맛이 원래 좀 심심한 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생각이 났다. 분명 나에게 의미가 깊은 하루이자 새로운 일들이 벌어진 날이었음에도 자꾸 생각나는 아보카도. 아마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에게도 좋은 음식이 된 하루여서 그랬던 게 아닐까. 좋아, 그렇다면...

내일은 내가,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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