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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Jun 22. 2020

새벽에 일어나는 글쟁이의 루틴

나는 기계일까, 사람일까?

 내게는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여기서 '잘 산다'는 것에 다양한 의미가 포함돼있는데, 가장 핵심은 즐거운 삶, 보람 있는 삶이 함께 하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래, 다 그렇지 뭐' 하며 넘길 수 있지만, 이 두 가지가 공존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즐겁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내가 콧노래를 부를 정도로 흥이 나는 상태를 뜻한다. 겉으로 웃음이 나오든 속으로 웃든 그건 컨트롤 하기 나름이지만, 어떤 쪽이든 내가 무언가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 일을 하는 동안 행복한 감정이 나를 감싸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자주 오고, 길어질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테고 말이다.


 그렇다면 보람 있는 삶은 어떨까? 여기서 잠깐 사전을 들여다보자.


보람차다 : 어떤 일을 한 뒤에 결과가 몹시 좋아서 자랑스러움과 자부심을 갖게 할 만큼 만족스럽다.

 

 내 스스로가 '보람 있는 일을 했다'라고 평할 수 있는 수준은 다르겠지만, 기대치를 낮춘다고 해도 길거리에 쓰레기 좀 주웠다고 '아,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해서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셀프 칭찬할 만큼 보람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아이 같이 순수한 마음을 지닌다면 모를까. 우린 이미 때가 묻을 데로 묻은 어른이라 작은 일에는 보람을 느끼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 스스로를 만족시키려면 꽤 높은 수준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일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해, '성과'를 내야 한다.


 즐겁게 어떤 일을 한다고 해서 성과가 딱 나올까? 최소한의 성장이라도,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있어야 '성과'라고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아쉽게도, 즐겁게 일한다는 것만으로는 성과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다만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그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다. 그래서 즐거운 삶과 보람 있는 삶이 동시에 성립하는 것은 필연적이지 않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Photo by My Life Journal on Unsplash

 그럼, 어떻게 해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일을 지속하여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루틴 만들기다. 이는 즐거움보다는 지속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즐거움을 논하려면,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부족할 것 같으니 다른 글에서 다시 이야기해보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일도 '지속성'에 초점을 맞춘 내 생활패턴(루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루에 꼭 글 1편을 써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니 이를 지속하기 위한 나만의 습관, 패턴이 필요하다. 아무리 내가 글 쓰는 일이 즐겁고 그 결과물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하더라도, 이를 매일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즐거움 자체가 지속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보람 있는 결과에 대한 기대감 자체가 지속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여기에는 '루틴'이라는 필수요소가 있어야 한다.

 마치 로봇처럼, 기계처럼 필요한 과정들을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예로 들면, 우선 내가 설정한 목표부터 이야기해보자.

- 목표 : 매일 글쓰기

- 목표 설정 이유 : 내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마케팅 능력 향상, 셀프브랜딩의 기반을 닦기

-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 

1) 강한 체력과 맑은 정신 : 매일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과 머리를 리프레쉬하기

2) 글 쓰는 시간 확보 :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새벽에 글쓰기

3)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한 동기부여 : 혼자 하면 지속하기 어려우니,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함께 하기


 이런 식으로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석한 다음, 그에 맞는 환경과 루틴을 조절해가는 과정을 거친다. 고민과 분석을 한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1. 저녁을 최대한 이른 시간에 먹고 야식을 먹지 않는다. (자기 전 음식이 소화가 덜 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2. 최대한 일찍 잔다. (일찍 일어나기 위함)

3. 최소 7시간을 잔다. (그래야 정신이 맑아서 효율이 높아진다)

4.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한다. (글쓰기 전 운동을 통해 몸과 머리를 깨운다)

5. 씻고 글을 쓴다. (몸과 머리도 깨어났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한 시간에 집중해서 글을 쓴다)


 이 루틴이 바로 내가 즐겨 하는 글쓰기를 질리지 않고 반복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아무리 글쟁이라도, 책을 여러 권 써낸 작가라도 1년 365일 내내 글을 쓸 수는 없다. 하다 보면 지치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이런 루틴이 있으면, 지쳐서 글을 손에서 놓아버리게 되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꼭 매일 써야만 양질의 글이 나오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다는 익숙함을 기르고, 언제 어떤 글이 빵 터질지 모른다는 복잡계적인 사고방식을 장착하기 위해 매일 쓰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365일 내내 글만 쓰는 작가는 아마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한 문장을 쓰는 것도 글이라고 하면, 조금 있을 것 같지만 말이다. 나는 매일 글을 쓸 생각은 없다. 하지만 마음 먹은 기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려는 마음가짐과 그 습관이 몸에 밴다면 머지 않아 나도 글쟁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 닉네임인 '행복한 춤쟁이'에서 한 글자만 바꾸면 '행복한 글쟁이'가 될 수도 있는데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춤이 글보다 좀 더 좋지만 :)


 루틴을 만드는 과정에는 감정을 배제하는 편이 낫다. 바쁜 일과 중에 시간을 내어 글쓰기 등 자기계발을 하다 보면 금방 입질이 온다. 그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온갖 잡상이 떠오른다. '아, 피곤한데 잠이나 30분 더 잘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새벽부터 이러고 있지' '책 한 장 더 읽는다고, 글 하나 더 쓴다고 뭐가 달라질까' 등 갖가지 생각이, 안그래도 졸음을 뿌리치기도 빡센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감정을 싣지 않고 정해진 루틴을 해낼 수 있는 '기계같은 패턴'이 필요하다.


 물론 나는 매우 사람같기 때문에,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지치고 감정이 올라온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 루틴을 지키려고 분발하는 이유는, 지난 1-2년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이 뭔지, 내가 더 좋아하는 일들이 뭔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때론 지치고, 때론 즐겁고, 때론 괴롭고, 때론 설렌다. 이 과정들을 거치는 지금의 생활이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한 춤쟁이이자, 행복한 글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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