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잊지 말아야 할 하루 일과는 바로..

by 오후 네시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 주말 아침을 시작한다. 동물도 본능적으로 찌뿌둥하면 기지개를 펴는걸 보면, 기지개는 인간에게 이로운 동작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나도 이 글을 씀과 동시에 기지개를 한 번 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도 손발이 묶여있거나 매우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면 기지개를 펴보시길 바란다. 어떤가? 침침했던 눈이 좀 맑아지지 않나? 그렇지 않다면 더욱 이 글을 끝까지 읽고 실천해보셨으면 한다. 생존을 위한 직장인의 하루 습관을 소개하겠다.


정말 별거 없는 건강 습관은 바로 '걷기'다. 솔직히 달리기를 더 하고 싶지만 발목이 아직 낫지 않은 상태라 달리기를 못하고 있으니, 걷기라도 꾸준히 하려 하고 있다. 아이폰을 쓰던 시절에는 뭔가 '건강' 어플리케이션을 쓰기 싫어 안쓰다가, 갤럭시로 바꾼 이후 기본 어플인 '삼성 헬스'를 매일 체크 중이다. 하루 몇 보를 걸었는지 체크를 해주는데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 어플에 접속했을 때 나의 활동량을 등록하게 되는데, 기본 걸음 목표가 1일 6천보로 설정됐다. 활동량이 활발한 인간은 아니라는 뜻이다.


폰을 바꾼 후부터 지난 2주간의 데이터를 보니 첫 주에는 평균 1일 3천보 밖에 걷지 않았다. 물론 집에서 재활운동을 위한 '점퍼'에서 걸었으니 운동량은 있었지만, 뭔가 살아있는 느낌(?)은 없어 아쉬웠다. 지금은 최근에 걸린 '이석증' 때문에 뛰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로 그냥 걷기만 하는 중이다. 근데, 생각보다 걷기가 재밌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우리 부부는 항상 문젯거리였던 '나'의 자발적인 제안으로 식후 걷기를 시작했다. 몸은 나만큼 약해도 걷기와 돌아다니기를 참 좋아하는 와이프는 요즘 그 덕에 얼굴이 좀 좋아보인다. 별거 아닌 일에도 즐거워하는 와이프가 참 사랑스럽고, 내심 미안하다. 게으른 남편 만나서 맨날 집콕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아이러니하게 건강이 나빠져서 걷기를 시작한 나도 점점 걷는 게 좋아지고 있다. 하루종일 앉아만 있는 직장(그나마 서류 출력하고 복사하느라 왔다갔다 많이 하긴 하지만, 그게 운동이 얼마나 되겠나)을 떠나 집에서도 자기계발 한답시고 앉아서 글쓰고 책읽던 시간이 쌓이자 몸이 더 상한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그렇다고 그 시간들이 후회스럽진 않지만, 좀 더 건강을 생각하는 패턴으로 습관을 만들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제라도 꾸준히 걸으며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되니, 다시 게을러지지나 말자.


오늘은 낮 최고기온이 30도 정도 됐다. 가장 햇빛이 쨍쨍할 시간에 집을 나선 우리 부부는 미련하게 모자도 쓰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 오직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믿고 나선 길이었다. 오직 점심밥을 잘 소화시키자는 마음으로 나섰기에 두 손은 가벼웠다. 평소에 가방을 꼭 메고 다니는 내 성격 상 등에 짐을 지고 걷는 게 더 싫었는데, 오늘은 등과 두 손이 가벼워 마음도 가벼웠다. 와이프도 기분이 좋았는지, 새로 개척한 산책 루트를 안내해주겠다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걷다가 마주친 체스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네~♬

"우우~우~우우~ 바람이 되어~ 그대~♪"


우리가 애정하는 <팬텀싱어 3>의 음원을 '빵빵한 갤럭시S20+의 스피커'로 들으며 걷는 산책길은 마치 길거리 콘서트장 같이 느껴졌다. 걸으면 걸을수록 따가운 햇살도 구름이 가려줘서 우리의 발걸음이 무거워지지 않게 도와줬다. 그렇게 새로운 산책길을 걷던 우리 부부는 어느덧 도보로 30분 이상을 걸어 옆 동네 대형서점까지 도달하게 됐다. 차를 몰고 오거나 버스를 타고서만 왔던 길인데, 노래를 벗삼아, 아아를 벗삼아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온 김에 책이나 보다 가자고 자리 잡은 우리는 서점에서 두 시간 가량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자칫 늘어질 수 있었던 오후 시간을, 자연을 벗삼아 걷고 마음의 양식도 쌓으며 보내고 나니 답답했던 마음도 풀리는 기분이었다. 왜 '답답'했는지는 내 건강상태만 봐도 충분한 '답'이 될 것 같다. 나의 모든 생산활동(?)이 막혀버리는 느낌이라 살짝 우울해지려던 참에, 걸으려는 의지가 나를 다시 멱살캐리하는 중이다. 이렇게 삶은 참 변덕스럽고 재미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감정과 컨디션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나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한다.


앞으로도, 식후 걷기는 계속 할 예정이다. 최소한 혼자 일기장에 적은 것이 아닌, 수십 명의 독자가 보는 곳에 선언했으니 양심이 있다면(?) 한 달은 걷겠지. 그렇게 한 달을 걷다 보면 두 달이 되고, 반 년이 되고, 일 년이 될 것이며 집 나간 건강은 다시 귀가하지 않을까 싶다. 행춤아, 오늘도 잘 걸었다!


정비 공사가 다 끝나면 더욱 멋져질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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