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졌을 때 해야 할 일은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아프면 잠깐 쉬었다가 일어나도 괜찮다.

by 오후 네시

어릴 적 우울할 때 가장 많이 했던 행동은 재미있는 영상을 시청하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기 전에는 집에 있는 케이블TV의 채널을 섭렵하곤 했다. 방구석 1열에서 전지전능한 리모컨을 들고 시공간을 초월하며 우울함을 달랬던 게 불과 10년 정도 전이다.


그 때만 해도 철없는 대학생, 철없는 교환학생, 철없는 취준생 시절이었기에 내가 얼마나 복받은 사람인지 깨닫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곤 했다. 버튼만 누르면 내가 원하는 취향의 프로그램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게임이면 게임, 스포츠면 스포츠, 드라마면 드라마, 영화면 영화, 심지어 뉴스나 다큐멘터리까지. 인기 많은 예능 프로그램은 사골국물처럼 재방송을 해대서 지겨울 정도였다. 그래도 심심하니 계속 봤다. 지금 생각하면 심심할 틈이 없었을 때인데(지금도 그렇지만) 왜 그렇게 살았나 싶다.


어렸을 때부터 게으름이 몸에 밴 듯 했다. 나름 친구들과 밖에서 뛰노는 걸 좋아하고 춤, 노래 등을 좋아했던 걸 보면 매우 활동적인 성격으로 비춰졌겠지만, 나의 본성은 게으른 배짱이에 가깝다. 생각해보면 '뛰놀고 춤추며 노래하는 행위'는 '흥겨움에 잘 취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니 내가 게으른 게 필연일 수도 있겠다. 태어난 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나는, 많이 부지런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미적미적거리는 게으름뱅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해내는(소위 말하는 임계점 돌파) 힘이 부족했기에 성장이 매우 더뎠다. 외국어 실력이든, 농구 실력이든, 노래와 춤 실력이든 눈에 띄게 성장했던 기억이 잘 없다. 모두 내가 좋아했거나 오랜 시간 해온 것들이지만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의식적 노력'이 부족했고 '피드백'을 구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 과거를 크게 후회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냈던 20대 시절은 솔직히 후회가 된다. 그 때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봤으면 그 경험이 인생의 여러 분야에 작은 씨앗이 되어줬을 텐데 하고 말이다.


때는 늦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늦은 거니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진짜 포기해야 할 것들은 후회에 빠져 사는 행동이다. 인생은 길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솔직히 지금 내 상태로 봐서 80 넘기면 잘 사는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절반 남았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때론 빡세게, 때론 여유있게 살아보려 한다.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오 아파.. 어디 까진 데 없나? 음, 좀 아프네. 잠깐만 쉬자.

크고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는 한다. 인생에서도, 실제 길을 걷다가도 말이다. 넘어지면 쪽팔리니까 벌떡 일어나야 한다, 라는 식상한 말은 하기 싫다. 그냥 안아프면 일어나면 되고, 아프면 잠깐 좀 쉬었다가 일어나면 된다. 누가 보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 내 몸과 멘탈이 훨씬 중요하다.


30대가 넘어가자 대충 그냥 버텨왔던 내 몸이 하나 둘씩 고장나기 시작했다. 10대 때는 그렇다 치고, 20대 때 제대로 몸관리를 하지 않으니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지금 내가 먹은 음식이 5년 뒤의 나를 만든다'라는 말이 공감이 됐다. 20대 때는 정말 음식을 대충 먹었다. 폭식, 과식, 야식, 단식, 폭음, 과음, 야음(?) 등등..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안좋은 식습관을 반복했다. 야채를 좋아하면 뭘 하나, 고기 엄청 먹고 술 먹고 토하는데. 운동을 하면 뭘 하나, 다친 곳 치료 제대로 안해서 골병 드는데. 그렇게 나는 내 스스로에게 몹쓸 짓을 10년 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30대에 걷기, 재활치료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든다. (어? 또 후회하고 앉아있네)


이제는 넘어져서 다치면 그냥 지나가지 않으려 한다. 꼼꼼히 챙기고 넘어갈 것이다. 살짝 멍이 들거나, 까지는 것 정도는 당연히 괜찮다. 거기까지 신경쓰면 더 중요한 일들을 할 의지가 꺾인다. 다만, 한번 깨진 밸런스를 다시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 충격, 넘어짐이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면밀히 보면서 나아가려 한다. 아직 살 날도 많이 남았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이대로 회사만 다니다가 골병 들어 쓰러지고 싶진 않다. 더 큰 목표를 갖고 내 몸을 잘 이끌어서 인생의 크고 작은 이정표를 더 많이 남기고 싶다. 이 정도도, 욕심일까?


열심히 산다고 살고 있는데, 자꾸 넘어지니까 힘이 빠진다. 그래서 이렇게 심경을 글로 적어보았다. 흠, 잘 이겨낼 수 있겠지만 진짜 크고 작은 이슈들이 계속 생기니까 조금 숨 차기도 하다. 자꾸 피가 거꾸로 솟아서 일을 저지르는 탓이다. 이젠 살짝, 아니 지금은 살짝 텐션을 죽이고 멀리 바라보자. 그래야 10년 까불고 쓰러질 거, 20년, 30년, 40년 더 까불다 가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 글은 이만 마쳐야겠다.


여러분, 밤늦게 브런치 읽지 마시고 일찍 주무세요. 그래야 오래도록 브런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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