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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May 31. 2020

배우자가 죽을 뻔 했다.

끔찍한 꿈 이야기

 어제의 스케줄이 빡빡해서였을까. 잠들기 전만 해도 평온한 일상이었지만 꿈 속에서 벌어진 일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꿈이 그러하듯이 전체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기억하는 꿈 속 사건의 시작은 정체불명의 바닷가에서부터였다. 휴양지인 듯 해보였던 그 바닷가는 경사가 매우 높아 해안에서 아래를 쭉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헤엄치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이었다. 


 현실에서는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와이프가 그날따라 혼자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때부터였다. 등골이 서늘하면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던 시점이. 해맑은 표정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분하면서 뭔가를 결심한 듯한 그녀의 표정. 꿈 속인데도 어떻게 그런 느낌을 전달받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녀는 그렇게 홀로 바다 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불안에 떨면서도 그 경사 높은 해안가에서 그녀가 헤엄쳐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바다가 그리 깊지 않았고 날이 저물지도 않았으며 같이 헤엄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분위기 자체가 무섭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아까 느꼈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고 내 눈은 멀리서 헤엄치는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꿈은 항상 내 의지와 반대로 움직이곤 한다. 열심히 따라가던 내 시야에서 어느 순간 그녀는 사라져버렸고 나는 그제서야 높은 경사를 타고 달려 순식간에 바닷가에 도착했다. 배경은 어느새 대한민국의 어느 관광지 해안으로 변해있다. 위에서 바라볼 땐 마치 유럽의 경치 좋은 해안가 같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나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배우자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그녀는 소식이 없다. 해는 저물어가고, 경찰, 119, 재난구조대 등도 발견하지 못하겠단다.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눈 앞에서 그녀가 사라지다니. 그것도 벌건 대낮에. 나는 나를 자책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슬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배경이 바뀌었다. 꿈을 꾸어본 모든 이들이 잘 알듯이 장면 전환은 매우 쉽게 이뤄진다. 새로운 장면에서 나는 어느 집 안에서 쉬고 있었다. 내 집인지, 여행지의 숙소인지는 잘 모르겠다. 편안하고 살짝 어두운 조명이 비추고 있었다. 확실한 건 화려한 조명은 아니었다. 


 갑자기 고등학교 절친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어찌 됐냐고 묻는 걸 보니, 그들도 이번 여행의 동행이었거나 상황을 전달받고 온 듯 해보였다. 아, 그게 아니었다. 내가 그들에게 내 배우자는 어찌 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발빠르고 정보력이 강한 내 친구들에게 수색을 도와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친구 중 한놈은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묻는다. 나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OO가 수영하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을 뿐이야. 근데 뭔가 느낌이 안좋았어. 요즘 OO가 우울증 증세가 있었거든.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지도 몰라.. 흑..."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나는 오열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옆에서 와이프가 곤히 자고 있다.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려본다. 정말 내 옆에 있는 게 맞는지. 잘 있다. 꿈이 아니다. 아... 정말 다행이다... 마음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내 눈가가 촉촉해져있다. 현실에서도 오열각이었다. 목이 살짝 메었다. 아주 가끔 이렇게 극도로 슬픈 꿈을 꾸는데, 그 때도 이랬다. 왜 그랬을까. 뭐가 그렇게 슬펐을까?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잊혀지지 않는 꿈 때문에 찝찝한 나머지 꿈 해몽을 검색해봤다. 배우자가 죽는 꿈은 길몽이라던데, X소리 집어치우라. 그냥 더이상 꾸지 않고 싶다. 오늘은 와이프랑 맛있는 거 먹고 푹 쉬어야겠다. 아참, 유튜브 영상도 찍을 준비해야지. 오늘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내 옆엔 그녀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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