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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Jun 07. 2020

여러분의 주말은 안녕하신가요?

주말을 알차게 보낸 것 같은 직장인의 일기

 일요일 아침에 눈을 떠보니, 커튼 밖 자연광이 훤하다. 화려한 조명보다도 더 강력한 태양빛이 우리 집 거실을 내리쬐고 있다. 그렇다. 아침이 아니라, 정오를 향해 시간은 달려가고 있었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를 이렇게 잠에 취해 늦잠을 자게 만들었을까. 


 어제는 조금 빡빡한 하루를 보냈다. 토요일은 직장인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주중에 할 수 없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가게들도 쉬기 때문에 평일에 방문하지 못했던 가게에도 들러야 하고, 1박을 하든 당일치기를 하든 먼 거리의 장소를 다녀오려면 역시 일요일보단 토요일에 가야 부담이 적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금요일 밤이 되면 '불금'을 보내야 하기에 바쁘기도 하지만 다음날에 치뤄야 할 바쁜 스케쥴을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나의 주말 스케쥴은 다음과 같았다.


<정해진 스케쥴>

- 차 에어컨 수리

- 재활치료를 위한 센터 방문

- 반달쓰기 ('한달' 참여를 위한 10일 연속 글쓰기 미션)

- '한달 유튜브' 콘텐츠 공부


<미확정 스케쥴>

- 휴대폰 구입

- '한달' 리더독 참여


 휴대폰 어플에 일정들을 저장해놓고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토요일은 자동차수리센터가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미리 가서 대기를 해야 조금이라도 일찍 수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리를 마치고 재활센터를 가야 쾌적한 드라이브가 가능하기에 우리 부부는 바지런히 외출 준비를 했다. 내가 면도를 마치고 수건을 얼굴에 가져가던 그 때, 머릿속에 스치는 하나의 정보가 있었다.


"고객님, 이번 주 토요일은 공휴일(현충일)이라 오시면 안되세요~^^"

 아... 망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냥 집 앞 카페로 이동했다. 차 수리는 포기했고 재활센터 예약시간에 맞춰 각자 할일을 하기로 했다. 항상 내 일상에 놓여있는 글쓰기 미션을 수행하던 중, 회사에서 봤던 공문이 하나 떠올랐다. 바로 '휴대폰 특가 프로모션'...!! 요즘 휴대폰 할인 절차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집에서 '각잡고' 읽어보지 않으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할일목록'에 저장만 해뒀었다. 잘됐다는 생각에 특가 목록을 뒤졌고, 몇달간 고민했던 휴대폰을 찾아보았다. 오,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보면 더 좋은 조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우선 보류해둔 채로 운전대를 잡았다. 이제 더위와 싸울 시간이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에어컨 없이 2시간 넘게 운전해본 적이 있는가? 정말 고통스러웠다. 어쩌면 이 때의 에너지 소비가 나의 '일요일'을 힘들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부부는 그토록 쾌적했던 애마 안에서 땀을 비오듯이 흘렸고 기진맥진한 채로 재활센터에 도착했다. 실내는 시원했지만 이미 지친 나는 기력없이 운동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나보다 상태가 안좋았던 와이프는 계속 차도가 있었고 그에 자극 받은 나도 열심히 치료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던 시기에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좀 더 진도가 나갔을텐데 나사가 빠져있던 나를 반성해본다.


 원래대로라면, 운동을 끝내고 집에 와야 식사도 제때 하고 귀가 후 못다한 글쓰기 마무리와 유튜브 공부 등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몇달동안 묵혀온 '스마트폰 바꾸기 프로젝트'는 즉흥적인 나의 자아 앞에서 오늘 당장 실현에 옮겨야 할 미션이 되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단 생각에 좌표를 받아 이동했고, 그 곳에서 나는 그 어려운 '휴대폰 할인 조건'을 30분 가량 더 공부하고 설명 들은 이후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입사 이후부터 꾸준히 한 길만 걸어온 '아이폰 유저'는 이제 '갤럭시 유저'로 새로 태어났다. 조금은 두렵기도, 어색하기도 한 작은 도전이지만 그만큼 설레기도 한다(뭐 폰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거창하게..). 잘 지내보자, 나의 갤럭시!


 하루종일 새로운 환경과 저질 몸뚱이와 씨름했던 탓인지, 밤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고 나는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요즘 시도하는 8시간 취침하기에 맞춰 알람이 울렸다. 나는 알람이 울리자마자 폰을 껐고, 그렇게 나의 일요일 아침은 무심하게 지나가버렸다. 이래서 알람은 멀리, 크게, 여러 개를 설정해둬야 하나 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집에서 건강하게 두 끼를 먹고 나와 카페에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한다. 의욕과다로 인해 발목에 무리하게 운동을 한 것 빼면, 늦잠 잔 것 치고 훌륭한(?)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 욕심은 항상 많지만, 현실적으로 다 해내기에 나의 체력과 끈기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목표를 낮추든, 능력을 향상시키든 계속해서 접점을 찾아가자. 


 오늘 이 글도 항상 쓰던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에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변화이자 시도이다. 일상적인 글은 되도록 안쓰려고 했는데, 그러다간 브런치가 장기 휴면이 될 것 같아 생각을 바꿨다. 내 일상을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나의 지식을 전달받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을 테니, 우선 밖으로 꺼내놓아보자. 선택은 독자들의 몫이니 말이다.


 아직도 일요일은 7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나는 이 글을 발행해야겠다. 그리고 기지개를 한 번 펴야지. 남은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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