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글쓰기다. 생일을 맞이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브런치에 접속을 했다. 원래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로 35일간 매일 글쓰기(8월 27일~9월 30일)를 해볼까 했는데, 우선 오늘 글부터 써보고 나서 생각해봐야겠다. 의식의 흐름대로 하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마음 가는 대로 해보려 한다.
매일 아웃풋을 내는 작업에 지쳐 한달 반 정도 휴식을 취했다. 그동안 알차게 쉬었는지를 돌아보면 딱히 그렇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쉼 다운 쉼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음 한구석이 뭔가 불편한 상태로 지냈던 듯 한데, 왜 그랬을까 하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이 뭔가 아깝다고 느꼈었다. 이런이런.. 잘 쉬는 것 또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거늘.. 또 한 번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죄책감'을 가진 채로 쉬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났지만 제대로 쉰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그래서 이제 조금씩 생산을 하면서 쉬어볼 생각이다. 어떻게? 오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면서 말이다.
사실, 휴식을 하자고 마음 먹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독서할 시간의 부족'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휴식기를 갖는 동안 오히려 책을 더 안읽게 됐다. 한 달 반동안 제대로 읽은 책 한 권이 없다. 다 조금씩 읽다가 말아버린 투자관련 책들만 있을 뿐. 시국이 시국인 만큼, 내 마음도 지쳤고, 통장 잔고도 지쳤고, 세상도 지친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핑계다. 세상에 치열하게 사는 사람은 쎄고 쎘다.)
생산활동을 줄이면 휴식과 체력증진, 거기다 독서 시간까지 쉽게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나 보다. 환경설정이 약해진 나에게 예전의 못된 버릇들이 스멀스멀 다가왔다. 자기 전 휴대폰을 계속 보게 됐고, 잠을 푹 자지 못했으며(시간만 7시간 채우고), 점심 시간엔 독서보단 유튜브 시청을, 퇴근 후에도 역시 유튜브 시청만 하며 시간을 계속 떼웠다. 독서를 하며 양질의 인풋을 하겠다는 각오는 온데간데 없었다.
더 심각한 건 주말이었다. 평일에 그렇게 한 일이 없었는데(물론 건강 회복 프로젝트 - 매일 스쿼트 100개는 꾸준히 했다) 주말까지 통째로 띵까띵까 시간을 보냈다. 스케쥴이 있는 날에는 그래도 알차게 보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무한퍼짐을 시전했다. 사실, 근 몇년간 마음 편히 쉰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에 지금 쉬는 걸 합리화 할 법도 하건만 그간 쌓여왔던 내 습관과 미래에 대한 욕심, 자기계발 욕구가 그런 나를 탐탁잖게 바라보게 만드는 듯 했다.
뭔가 건강이 딱히 호전되지도 않았고, 인풋을 넣은 것도 아닌데 다시 아웃풋을 하려니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긴 하다. 그래도, 좋은 날을 핑계 삼아 머릿 속에 구겨놓았던 생각의 조각들을 조금이나마 풀어놓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한 번 글쓰기에 맛을 들이고 나니, 이것도 약간 중독이 된 것 같다. 매일 커피를 안 마시면 찝찝한 것처럼 말이다. 글을 쓰는 플랫폼이 구독자가 없는 브런치가 아니면 정말 편하게 막 써제낄텐데(지금도 편하게 써제끼는 것 같지만 나름 정제된 글쓰기를 시전 중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멍석 깔린 곳이 '브런치'인 만큼 자유롭게만 쓸 수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써왔어도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계시니 다시 한 번 '잦은 글쓰기'를 시도해보려 한다. 당분간 매일 쓰는 건 좀 자제하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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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돌아왔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하나뿐인(하나여야만 하는) 내 사랑하는 아내가 정성껏 차려준 저녁식사와 직접 만든 디저트(치즈케익)까지, 완벽한 생일상을 받았다. 다쳤던 몸을 겨우 회복시키고 복직한 아내가 칼퇴해서 차려주는 밥상을 받아먹는 못난 남편의 마음을, 그녀는 알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말이다.
평소 같았으면 외식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상황에서 외식이란, 생일을 안좋은 추억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집에서 둘이 파티를 했다. 파티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그냥 둘이 맛난 저녁상을 차려놓고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식사를 하는 것. 이걸 파티라고 하면 누가 욕하려나? (해도 어쩔 수 없다. 난 즐거웠으니까.)
다행히도 태풍이 좀 비껴간 것 같으니, 내일은 퇴근 후 아내랑 산책을 좀 해야겠다. 집 근처 공원도 좀 거닐면서 흐트러진 나무들을 보듬어주러 가야겠다. '이 또한 지나가는 태풍이리라'는 씨알도 안 맥힐 위안을 주면서.
비주얼은 훌륭하지 않지만 아내가 처음 만들어 본 치즈케익이 너무 맛있어서 내일 회사에 가져가려고 한다. 가서 자랑하고 팔불출 소리 좀 들어야겠다. "마! 이게 치즈케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