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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Sep 06. 2020

조급해지는 순간, 망하는 길로 들어선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있으란 소리가 아니다.. 일어나 임마.

 동굴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으로 사는 요즘, 여전히 나의 최대 과제인 건강 회복은 지지부진이다. 야심차게 쉬어보자고 글쓰기도, 독서도 거의 손을 놨지만 오히려 내 생활은 더 불규칙적이며 비생산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토록 환경설정을 외쳤건만, 내가 만든 틀에서 벗어난 나의 삶은 매우 비틀거리며 나아가고 있었다. 후퇴하지 않았으면 다행일 정도로.


 그런 와중에 옛날 생각을 하다가, 페이스북을 뒤져보게 됐다. 처음으로 개방형 sns를 경험하게 해준 페이스북은 내가 한 때 애용하던 sns였지만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다. 내 생각과 싱크가 어느정도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팔로우해놓고 그들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정도로 쓰고 있다. 가끔씩 공유하고 싶은 자료가 있으면 공유하는 정도로만 내 의견을 표출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좀 더 sns를 활용해보고픈 욕망이 꿈틀거리곤 한다. 하지만, 쓰는 만큼 피로도가 증가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고민하고 있다. 


 어찌 보면, 브런치도 내 생각을 표현하는 sns의 기능을 갖췄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익명성이 어느 정도 보장돼있고, 페이스북만큼 사람들이 빠르고 쉽게 접하는 성격의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 성격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브런치에 들어와서 내 글을 클릭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날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거나 조금밖에 모르는 사람이기에 글 내용 자체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다. 글을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좋아요를 누르거나 구독을 눌러줄 수도 있다. 반대로 글이 별로면 그냥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러 떠날 것이고. 


 내 글을 끝까지 읽고 좋아요와 구독을 눌러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생각을 배설하고 싶은 게 인간의 욕구라고 했지만, 아무도 내 생각 배설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배설하는 재미가 반감되거나 아예 의욕상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배설의 욕구와 인정의 욕구가 적절히 섞여서 나를 노트북 앞에 앉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을러진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9월 중순부터는 다시 매일 글쓰기에 도전한다. 내가 애정하는 #한달 커뮤니티에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시도할 예정이다. 한 번 맛본 분들은 두 번, 세 번 찾아오는 곳이 바로 그 곳이다. 나 또한 3달이나 했었고, 한 달을 쉬고 나니 벌써 좀이 쑤셔(나태해져서) 돌아가게 됐다. 다만 이전과는 다르게 한 가지의 플랫폼(sns 채널)에서만 글을 쓰진 않을 계획이다. 내가 갖고 있는 여러 채널을 활용해 1일 1글에만 집중하고, 글을 생산하는 채널은 그 때의 상황에 맞게(글의 성격에 맞게) 올릴 예정이다. 인스타, 블로그, 페이스북, 그리고 이 브런치까지.


 쉬는 동안, 자꾸 정답을 찾으려고 했다. 내가 잘 쉬고 있는 게 맞나. 운동을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어떻게 쉬어야 하나. 어떻게 재활을 해야 하나. 글쓰기를 이렇게 쉬어도 되나. 독서는 또 왜이렇게 안되나. 내가 잘 살고 있는 게 맞나. 매일 끊임없이 질문을 했지만 답은 찾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며칠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답이 어딨어? 찾다 보면 나한테 잘 맞는 걸 알게 되는 거지. 그냥 내가 찾아낸 답이 해답인 거야."


 이쪽에서 답을 못 찾으면, 저쪽에도 가보자. 이 사람과 잘 안 맞으면 저 사람과도 이야기해보자. 줄곧 해오던 게 잘 안먹히면 다른 방법을 써먹어보자. 조급해하지 말자. 회사를 탈출하고 싶은 마음,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준비 없이 회사를 탈출하는 건 지옥행 열차에 억지로 올라타는 행위와 다름 없다. 차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자. 분명히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지금 억지로 길을 뚫으려 하다간 절벽 밑으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안전하게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자. 


 그 한 발은 지금 노트북을 닫고, 씻고 일찍 잠자리에 눕는 일에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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