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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Sep 17. 2020

악몽이 싫어, 악몽이 싫어..

꿈 이야기 Vol.1

"아... 안돼...!!"


외마디 비명과 함께 꿈에서 깨어난다. 휴... 오늘도 악몽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악몽이라기 보단 흉몽이라고 해야 할까? 귀신이 나오거나 하는 무서운 꿈은 잘 꾸지 않지만 스토리가 복잡하고 나의 마음을 정말 불편하게 만드는 내용의 꿈들을 종종 꾸곤 한다. 괴롭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꾼 꿈은 아니고, 벌써 2주일 가량 지난 일인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꿈이 하나 있다. 아내가 페이스 오프(얼굴을 통째로 바꾸는 수술을 했던 헐리우드 영화의 제목)를 하고서 나타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영화 '페이스 오프 Face/off'가 나온지 20년도 넘었는데, 갑자기 내 꿈에서 그런 일이 생기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내는 한 술 더 떠서 얼굴뿐만 아니라 몸까지 통째로 바꾼 바디 오프(?)를 하고서 나타났으니, 비록 일장춘몽이었으나 꿈 속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꿈 속에서 바뀐 모습의 아내는 그냥 평범하게 귀엽고 작은 스타일의 여성으로 변해있었다. 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 도대체 왜?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그녀의 대답은 너무도 무심하면서 짧았다.

"OO 화장법도 안 어울리고, 그냥 내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안든다는 뜻.


 '아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꿈이니까 가능한 일이고, 꿈이니까 망정이지, 정말 뒷목을 잡을 뻔 했다. 실제로 꿈을 꾸면서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끙끙 앓다가 깨어나자마자 아내를 찾았다. 때는 주말이었고 늦잠을 잔 시간이었기에 내 옆 자리에 누워있어야 할 아내는 없었다. 


'설마...?'


 설마는 무슨, 아내는 주방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역시나 본래의 아리따운 모습을 간직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밝게 아침인사를 해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꿈은 무의식이 뒤섞여 발현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실제로 그런 꿈들을 종종 꾸지만 가끔 이렇게 얼토당토 않는 꿈을 꿀 때면 '내가 이토록 창의적인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희안한 스토리의 꿈들을 꾼다. 그래서 이렇게 가끔 글로 쓰거나 메모를 해두곤 하는데, 그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내용들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아깝기도 하다. 그걸 잘 각색해서 '공모전'에 내어보면 운 좋게 당선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망상도 해보게 된다.



 

 어릴 적부터 무수히 많이 꿔본 꿈. 비슷한 맥락 같으면서도, 디테일은 전혀 다른 꿈들을 꿔오면서 우리의 삶도 얼추 비슷한 길을 걸어가지 않나 싶다.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지겹도록 반복적인 일상의 연속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은 다 다른 하루들을 경험한다. 어떨 때는 깨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꿈을 꾸지만, 며칠 전 꿈처럼 너무나 생생하고 끔찍해서 잊고 싶어도 잘 잊히지 않는(이렇게 글까지 썼으니 평생 기억에 남을 듯) 꿈도 꾸곤 한다. 우리 인생도 그런 듯 하다. 벗어나고 싶은 힘든 일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새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기도 하니까.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 시간들은,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과연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까? 다사다난했던 1년을 보내는 중이기에 여러 감정들이 뒤섞였던 시기로 기억될 것 같지만, 그래도 배우는 것이 꽤나 많았던 1년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수고 많았다. 꽤나 잘 해냈어.'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지금도 잘하고 있어."



다음 꿈 이야기,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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