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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Dec 17. 2020

열 다섯 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미래 아닙니다. 과거입니다.


 작년 가을에 읽었던 <베스트셀프>를 다시 꺼내들었다. 한창 노트를 같이 들고 다니며 저자인 마이크 코치가 던지는 수많은 물음에 열심히 답하던 나는 그 때의 노트를 다시 펼쳐보고 내가 써내려갔던 답변들을 다시 곱씹어 읽었다. 참 열심히도 적었다. 한번 적고 다시 읽지 않았기에 기억에서 많이 흐려졌지만 그렇게 적어둔 덕에 나의 머릿속 구석에서 조금씩 희미한 기억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떠올랐던 나의 최고자아 '빡독 산타'와 반자아 '어글리 인사이드'도 서로 치열하게 다투기 보다는 편한 친구들처럼 가끔 안부인사를 해오는 정도의 존재감만 뿜었다.


(좌) 반자아 '어글리 인사이드' / (우) 최고자아 '빡독산타'


 스스로 최고자아(Best-self)와 반자아(Anti-self)를 만들어낸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최고자아와 반자아가 다녀갔을 내 정신세계는 지금도 사실 혼란스럽다. 그동안 [한달어스]의 [한달OOO] 프로그램들을 많이 경험하며 나를 찾는 여정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이게 쉽다면 오히려 거짓말이겠지만, 누군가는 조금 더 쉽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중이다. 그렇게 애쓰다 보니 지름길이나 정답지 같은 건 없다는 결론에 가까워졌고 좀 더 '즐겁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약간의 확신을 갖게 됐다. 결국, '배우는 삶'이 길고 험난한 인생을 즐겁게 해주는 길이라는 확신 말이다.


 아니, '배우는 삶'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니.. 그런 고리타분하고 뻔한 말을?


 그렇다. 뻔해도 맞는 말인 걸 어쩌랴. 행복을 추구하고, 새로움을 찾는 것이 우리의 본능이지만, 계속 새로움만 찾고 계속 행복할 수는 없다. 인간의 뇌는 만족을 모른다. 안정되면 지루함을 느끼고, 행복했다가도 금방 불만거리를 찾아내고야 만다. 그런 얄궂은 운명(?)을 타고난 삶에서 꾸준히(매일은 아니고 자주) 행복하고 즐거우려면, 잊을만 할 때마다 새로운 걸 배우면 된다. 날마다 새로운 일과 환경에 적응해야 하면 그것도 꽤 괴로운 삶이겠지만, 어느 정도의 실력과 자산을 갖추고 나면 그런 새로움이 고충이라기 보단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마치, 스테이지를 깰 때마다 적당한 수준으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재미난 게임을 플레이하듯이 말이다.


아무리 재밌어도 게임은 적당히.. (Photo by Alex Haney on unsplash)


 책 <베스트셀프>에서는 크게 7가지의 분야로 삶을 구분해 계발해나가도록 이끈다.


사회적 삶,


개인적 삶,


건강,


교육,


인간관계,


직장,


영성의 개발.



 이렇게 7가지인데, 그중에 나는 교육에 초점을 맞춰 이 글을 쓰고 있다. 책에서도 저자인 마이크 코치가 학창시절 성적이 좋지 않아 겪었던 일들, 대학교 입학 후 마약에 빠져 방황했던 날들, 중독에서 빠져나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푹 빠져 공부했더니 난생 처음 좋은 성적을 거둔 일 등이 적혀있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삶에서 학습이 얼만큼 중요한지, 어떤 분야를 공부하느냐에 따라 성취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일들이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인상 깊은 질문이 나오는데, 그에 대한 나의 답을 적어보려 한다.



Q. 당신이 15세 학생들에게 '삶'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할 예정이고, 그 학생들이 스펀지처럼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의지로 충만하다면,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A.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마세요.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초기 탐색과정은 짧게 갖고(책이나 온라인 강의, 유튜브 등을 통해) 그 분야에 바로 도전해보세요.


적은 비용으로 여러 번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으세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성장할 것이고, 그 경험들이 모여 나중에 무엇을 하든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를 꼭 기억하세요.


의식적 노력과 꾸준한 시도를 함께 갖추면 웬만한 일은 여러분이 상위 10%에 들어갈 수 있게 될 겁니다.


 

 이렇게 노트에 적었다(노트엔 건방지게 반말로 적었다). 1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봐도 크게 생각이 달라지진 않았다.

조금 손을 본다면 아래처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겠다.



A-1.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마세요.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초기 탐색과정은 짧게 갖고(책이나 온라인 강의, 유튜브 등을 통해) 그 분야에 바로 도전해보세요.


적은 비용으로 여러 번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으세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성장할 것이고, 그 경험들이 모여 나중에 무엇을 하든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를 꼭 기억하세요.


의식적 노력과 꾸준한 시도를 함께 갖추면 웬만한 일은 여러분이 상위 10%에 들어갈 수 있게 될 겁니다.


다양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세요. 가게(또는 사무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살펴보고, 번 돈은 꼭 써야 할 것만 빼고 잘 모으세요. 그 돈이 여러분의 미래를 든든하게 받쳐줄 자산이 될 겁니다. (아직 이해가 안가겠지만)


경제 관련 책을 관심있게 읽으세요. (아직 관심이 안가겠지만) (15세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어디 없나..)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법을 배우세요. 지금 여러분이 먹고 하는 행동이 5년, 10년 뒤 여러분의 건강 상태를 만듭니다. (지금처럼 살면 아파요..)



 과거의 나(15세, 행춤)에게 전하고 싶기도 한 말들이기도 하다. 과연, 중2병에 걸려 친구들과 PC방, 오락실을 전전하던 15세 행춤은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중요한 걸 놓치진 않나 한 번 더 읽어본다. 이 글은 1년 뒤에 다시 돌아보고 수정해봐도 좋겠다.




 아내와 함께 2021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적어보았다. 대부분이 새로운 걸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담긴 목표들이었다. '배우기'라는 단어가 포함돼있지 않아도, 결국 새로운 습관과 기술들을 익혀야만 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했다. 목표나 계획은 항상 그렇듯이 수정되기 마련이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 호기심 어린 눈빛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배우려 시도할 것이다. 그 호기심이 나를 계속해서 나아가도록 독려할 것이고,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누구보다 게으르게(?) 나아갈 것이다. 누가 뭐래도, 배우는 삶은 가치가 있고 그 가치로 인해 나는 즐거울 예정이다. 설레지 않는가? 조금씩 달라지며 성장하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 그게 바로 나다운 삶을 추구하는 길이 아닐까.



*표지 사진 출처: Photo by Uriel Soberan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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