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후 네시 Jan 23. 2021

미쳐보는 용기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죽기야 하겄슈~

 <미치지 않고서야>. 일본의 한 젊은 편집자가 쓴 책이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의 책이라 쉽게 읽을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읽으면서 버퍼링이 많이 걸렸다. 내가 처한 환경과 많이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메모를 하면서도, '이게 나랑 과연 연결이 될 수 있을까', '이걸 내가 하라고?' 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라의 문화, 업종의 문화 차이가 있기에 바로 적용하긴 힘들겠다 싶은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통쾌한 부분, 공감가는 부분, 깨닫는 부분들도 많았다. 꽤나 즐거운 독서 시간이었다.


 사실 지인의 추천으로 구입한 지는 꽤 시간이 지났다. 독서 슬럼프를 겪은 뒤 한참이 지나서야 이 책을 다시 꺼내들었는데, 요즘은 독서 모임도 만들었겠다, 연말연시 부스터도 장착했겠다,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읽을 때와의 재미와는 별개로, 서평을 쓰려는 내 머릿속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서두에 말한 대로, 나에게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서인데 최대한 내것으로 만들어서 적용해볼 수 있는 것들만 정리해보고자 한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할 겸,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줄 겸 목차와 주요 문장(내가 이해한대로 변형한 것도 많음)들을 적어봤다.




[목차]

들어가며. 이쪽 세계로 와서 혁명을 일으켜라.

스토리텔링. 구체적 타겟팅. 열광하는 것. 돈보다 재미. 개인 브랜딩. 부업.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해야 한다.


1장. [생각하는 법] 혼돈 속에 뛰어들어라.

엉뚱한 기획이라도 전력을 다해 하면 사람들도 따라오게 돼있다.

주어진 대로 해나가면 실패해도 큰 타격은 없지만, 탄생하는 것도 없다.

불가능을 돌파하기 위해 뛰어라.

안심, 안전을 파괴하라. 누군가의 허락을 구하며 역사를 바꾼 사람은 없었다.

넌센스인데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노예가 되는 길로 가는 것이다.

의미없는 일을 시키면 두번만 참아라. 세번 참으면 계속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2장. [장사하는 법]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어라.

사소한 것이라도, 내 손발로 스스로 돈을 벌고 가격표를 책정해봐라. 돼지가 아닌 굶주린 늑대가 돼라.

스마트폰으로 단절된 세상이니 스스로 새로운 걸 찾아 계속 받아들여라.

모든 것은 하나의 선 위에 놓여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해라. 그렇게 떠들어대도록 냅둬라. 미개척지를 걸어라.

회사도 '돈-수익''감정-명분' 앞에서는 움직인다.

건방지게 굴지 마라. 인간은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싸우지 말고 서로 돕는 관계가 돼라. (진흙탕 같은 관계. 야쿠자와 형사 같은 관계)

회사는 직원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부업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

돈 버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브랜딩을 위한 고민을 해라. 회사에서 그 기반을 다져라.

회사의 간판 뒤에 숨지 말고 강한 의지를 보여줘라. 그래야 사람들이 믿는다.

스스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라. 일을 벌리고, 해나가라. 성공한 후 인터뷰할 내용까지 준비해둬라.


3장. [개인을 세우는 법] 이름을 팔아라.

사람들은 물건만 보고 사지 않는다. 물건을 파는 사람을 믿고 사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유명인사가 돼라. 어떻게? 남들이 하지 않는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공유해서 팬을 만들어라.

승무원(사이언티스트)에게 꿈을 보여주는 유쾌한 선장(아티스트)이 돼라.


4장. [일하는 법] 손을 움직여라.

가능한 한 많은 도전과 실패를 경험하라. 그게 가장 빠른 성공의 길이다.

어제까지 하지 못했던 일을 하라. 그게 프로가 되는 길이다.

마감, 제약이 혁신을 만든다. 집중!

피카소, 표면장력. 양으로 승부하라! (임계점 돌파하기) 양은 배신하지 않는다.

기회가 생기면 우선 잡아라.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포기해도 된다. 그걸 두려워말아라. 열의가 안생기는 기획을 붙잡고 있는 게 더 시간낭비다.

중심축이 되는 다리를 굳건히 하라(한가지 업종). 그리고 다른 것들도 잘하려 노력하라. 하나에 집중해서 파고들고 난 다음 다른 걸 해라.

회사라는 대형 여객선보다 '나'라는 고무보트가 더 강하다. 변화를 멈추지 마라.


5장. [인간관계를 만드는 법] 유착하라.

벌거숭이가 되어라. 완벽한 인간은 없다. 미움받는 걸 두려워 마라. 벌거숭이가 됐는데 미워한다면 애초에 지속될 관계가 아닌 것이다.

상대방에게 빙의할 정도로 분석하라. 그리고 마음을 얻어라. 어떤 성향인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좋을지.

파트너 눈치를 보다가 고객을 놓치지 마라. 결과 내지 못하는 성격 좋은 사람보다 무리해서라도 결과를 내는 변에게 일이 모인다.


6장. [살아가는 법] 편애와 열광으로 승부하라.

좋아하는 걸 해라. 그러나 숫자(결과, 돈)를 무시하지 마라. 돈이 있어야 낭만도 있다.

말만 하지 말고 직접 실천하는 걸 보여줘라.

업계의 평가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만 독자(고객)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를 고민할 뿐.

죽는 것 말고는 그저 찰과상! 지금만큼 도전하기 좋은 시대는 없었다.


나가며. 바보가 되어 날아올라라!

이 세계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자신답게 미쳐라. 있는 그대로 즐기면서 자신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라.

          

Photo by Glenn Carstens-Peters on unsplash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정리해둔지 3주 정도가 지났다. 저장돼있던 글을 다시 읽어보며 지금도 눈에 들어오는, 다른 문장들보다 더 내 맘에 다가오는 것들에 밑줄을 그었다. 그 내용들을 중심으로, 나의 지난 회사 생활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때는 살짝 미쳐있었던 직장 생활에서, 진짜 미칠 수도 있는 건강의 적신호를 경험한 뒤에 나는 인생에서 한번쯤은 정말 미쳐보자는 생각으로 자기계발을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책에 **미쳤고, 투자에 미쳤으며, 글쓰기에 미쳤었고, 유튜브에 미쳤었다. 그리고 이제는 셀프 브랜딩에 미쳐볼 생각이다.


** 여기서 미쳤다는 표현은, 남들이 보기에 '와, 쟤 정말 OO에 미친 것 같아'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지만 롸임(운율)을 생각해서 적용한 표현이니 못 본 척 넘어가주시길 바란다.


 어찌 보면 '셀프 브랜딩'이란 건 앞서 말한 자기계발의 모든 요소를 포함할 수 있으니 하고 싶은 일들을 한방에 표현해낼 수 있는 좋은 표현일 수 있겠다. 다만, 앞선 1~2년의 시간동안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가 됐다는 걸 깨달았기에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겠다는 의미가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미노와 고스케도 업계의 장벽이 무너지는 요즘 시기에도, 이것저것 건드리기만 하는 태도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결국 중심축이 되는 다리가 제대로 몸을 받치고 서있는지에 관한 문제다. 
축구든, 킥복싱이든 중심축이 되는 다리를 제대로 세워두지 않으면 강한 킥은 찰 수 없다.

p.197,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저



 미노와 고스케가 편집을 맡았다는 일본의 또다른 베스트셀러 <다동력>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뛰어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즉 '다동력'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를 단순한 '멀티태스킹' 능력으로 치부하면 안되고, 우선 한 가지 분야에서 빼어난 실력을 쌓은 뒤 그 다음 횡적으로 실력을 뻗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고스케의 말이다. "어느 한 분야의 최고이기에 다른 분야의 최고가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최근에 국내에서 출판된 책 <폴리매스> 또한 이런 내용을 다룬 책이라, 꼭 읽어볼 예정이다. 이것저것 일만 벌렸던 과거를 반성하고(후회하진 않지만)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 한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보려 한다. 그런 다음 차근차근 횡적 전개와 성장을 펼쳐나가는 그림을 그려보자.




 회사 생활에 만족을 느끼지 못했던 나였기에(만족하는 사람은 대체 어디 숨어있을까) 일하면서 항상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내가 가졌던 의문들이 이 책에서도 언급됨과 동시에 궁금했던 점들을 긁어주는 부분이 꽤 있었다. 책 초반에 나오는 '엉뚱한 기획이라도 전력을 다하면 사람들이 따른다'라든지 '넌센스라 생각하면 반론을 제기하라'라는 내용부터 내 마음에 쏙 드는 것들이라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엉뚱한 기획'을 해보고 싶었던 적이 꽤 있었지만 상상에 그쳐 이미 다 휘발돼버린 나의 과거 아이디어들이, 갑자기 너무 그리워지기도 했다. 최근에도 연말 실적 프로모션이 진행되던 중, 약간 '돌아이'스러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시간과 노동이 투입돼야 하고 직원들의 동조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노력 대비 성과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 뒤섞여(사실 귀찮았다) 실행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한번 실행해봤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과 의외의 대박이 나면 역사에 남을(ㅋ) 기획이 될거란 망상이 뒤따랐다. 참 나다운 생각이다. 어쨌든, 엉뚱한 기획을 실행하려면 제대로 추진해서 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비록 실행은 못했지만 나같은 생각을 이미 하고 실행하고 있는 사람의 글을 보니 매우 반가웠다.


안다. 솔직히 말해 엉뚱하고 바보 같은 기획이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해 만들고,
온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두르면 열광은 전파되기 마련이다.
바보 같다고 비웃기만 하던 사람들도 차례로 뛰어들었다.
무난하게 추진해봐야 사람들은 따라오지 않는다.
사람은 위험한 것에 매료된다.

p.48,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저



 '넌센스에 반론을 제기하라'라는 말은 나에게 정말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실제로 나와 경력이 꽤 차이 나는(대략 15년?) 상사분에게 반론을 제기해서 충돌로 이어질 뻔한 적이 있었는데,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화로 잘 풀어서 해피엔딩까진 아니어도 새드엔딩이 되진 않았던 경험이 있다. 그 때의 상황은 이러했다. 3개의 팀으로 나누어서 영업을 하고 있었고 매일 실적을 집계해서 공유 및 피드백을 하는 것이 그 상사분의 역할이었고, 나는 1개의 팀에서 특정분야의 영업을 주도하는 역할이었다. 당시 은행 전체적으로 가장 강하게 추진하는 분야였기에 압박이 상당히 심했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했었지만 해야 하는 일이니 나름 전략을 짜서 열심히 하고 있었다. 3개의 팀에서 담당자를 1명씩 지목해(그 중 한명이 나였고) 담당자들끼리 퇴근 후 만나서 회의도 했었고, 그렇게 짜낸 전략으로 꽤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세 팀이 사이좋게 잘하면 좋지만, 일하다 보면 특정 팀이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 땐 내가 속한 팀이 며칠동안 계속 좋은 성과를 냈었다가, 하루 주춤했는데 하필 그날 다른 팀(그 상사분이 속해있던 팀)이 치고 올라온 것이다. 그러자 그 상사분은 담당자인 나에게 전화를 거셔서, "행춤아, 어젠 성적이 별로 안좋았네? 열심히 해야지~ 잘 좀 하자~"(1년도 넘게 지났기에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뉘앙스는 이랬다)라고 전하는 것이다. 순간 나는 얼음이 됐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다행히 참아냈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분노가 넘치려는 걸 간신히 참아내며 워드 파일을 켜서 내 생각을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OO님, 행춤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신지요? ......"

Photo by Julian Hochgesang on unsplash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 객관적인 팩트 등을 정리한 다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우리는 거의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전화기 너머로 기싸움을 벌였다. 나는 먼저 객관적인 팩트(실적이 집계된 표를 분석한 후)를 근거로 '우리 팀이 결코 못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반적으로 다른 팀들보다 잘했거나 비슷했으며, 이는 담당자들끼리 합심해서 전략을 세워 실행한 걸 토대로 이뤄낸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 다음, '이런 상황에서 하루 이틀 실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팀끼리 비교를 해가며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식의 지적은 직원들의 사기를 꺾을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이야기했다. 당연하게도 그 상사분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흥분을 했고 잠시동안 격한 톤으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과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잘못된 점을 확실하게 고쳐서 팀의 방향을 잡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 글로 생각을 정리한 덕분에 상대방의 흥분된 이야기에도 말리지 않고 차분히 '우리는 서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한 팀'이라는 나의 생각을 최대한 전달하려 애썼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통화는 길어졌지만 그래도 큰 싸움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난 뒤(아마 몇 달 뒤 상반기 마무리 회식이었을 것이다) 전체 회식 자리에서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화해 아닌 화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우리는 서로 업무적으로 통화할 일은 거의 없었지만 가끔 통화하게 되면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곤 한다. 서로가 다 마음에 들진 않겠지만, 아마 그런 시간을 통해 상대방을 존중하게 되어 더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상사를 위해 일하는 것은 성실한 것도 뭣도 아니야. 오히려 불성실한 거지. 대안을 생각한 후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고 와. 의문스러운데도 그냥 받아들이고 시키는 대로 일하는 무난한 길을 세 번 걸으면 두 번 다시 이쪽으로 돌아올 수 없으니까.

p.69,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저



 위와 같은 경험은, 동료 간에 벌어졌던 일이지만 역시 협업과 존중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이 책에서는 앞서 말한 '넌센스에 반론 제기하기' 뿐만 아니라 '회사와 협업 관계를 유지하라'라는 중요한 말도 건넨다. 저자는 일본 사람이기에, '야쿠자(우리나라의 조폭)'와 '형사'의 관계처럼 진흙탕 같지만 서로를 묘하게 인정(?)하는 그런 관계를 '회사'와 유지하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뭐, 진지모드로 들어가면 '형사가 조폭을 돕는다고? X소리 하지마!'라는 식의 이야기도 나올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 다들 알 것이니..


 나 또한 회사를 적처럼 느낄 때가 있었고, 그래서 더욱 스트레스를 받아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현금흐름을 계속 만들어주는 회사의 급여와 소속감, 회사라는 인프라가 나에게 제공해주는 여러가지 환경들을 고려하면 회사는 결코 나의 적이 아니라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력자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슈레기 같은 상사나 정말 힘들게 하는 고객들에게 노출되는 특수한 환경이라면 제외겠지만 웬만한 회사들은 적어도 본인에게 경제적 이득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회사에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최대한 취하고, 나 또한 회사에게 이득을 주면서 상생한다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계속 활용해야 '개인 브랜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나 자신의 브랜드화 - 사업이기 때문이다. 나와 목표가 다른 사람이라면 굳이 브랜드화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회사에서 성공을 꿈꾸든, 좀 더 좋은 환경의 직장으로 이직을 꿈꾸든 성장은 필수이니, 상생해야 한다는 생각은 꼭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 볼 수 있다.


회사를 이용하고 회사에 보답하라. 회사와는 진흙탕 같은 관계가 돼라.

p.113,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저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헛웃음이 나면서도 머리를 띵 울리는 문구가 있어서 언급해보려 한다. 저자는 인간관계에 대한 메시지도 많이 전달해주는데, 단순히 동료간의 관계가 아닌, 편집자로서 '작가'와 '독자'의 사이에서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편집자라는 위치는 사실, 책을 쓰는 작가와의 관계가 좋아야 일감이 들어올 것이고, 그 책이 잘 팔려야 본인의 성과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독자에게 인기도 좋아야 할 것이다. 다만, 편집자는 작가에게 집중하지 말고 독자에게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작가와는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저자세로 대하는 것은 단순한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것. 그걸 해야 하는 일 중에 작가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면 백번 숙이겠지만, 쓸데없이 작가를 상전처럼 모시지 말라는 것이다. 책을 잘 쓰기 위한 작가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작가의 기분을 신경쓰느라 뻔한 질문만 하지 말고, 작가의 팬이 아닌 독자의 대표로서 해야 할 질문들을 던지라는 것.


나는 질문할 때 '이 사람, 바보인가?'라고 생각될 정도로 끝까지 파헤친다.
그러면 상대도 방어벽을 내리고 평소에는 말하지 않는 것까지 털어놓는다.
...중략...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인데도 '어쩐지 이 사람에게는 다 말해버리고 싶다'라는 기분이 들게 해야 한다.
그것이 편집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p.229, <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저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좋은 '작품'을 만들어 파는 것일 뿐, 아무리 좋아하는 저자라 해도 그의 마음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지뢰를 밟으면서도 결승점까지 뛰어간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할말을 잃었다. 어디에서 그런 패기가 나오는 것일까? 사실 우리나라의 직장 문화에서 저렇게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업계에 따라, 회사에 따라, 부서의 분위기에 따라서도 다 다를 것이기에 바로 적용하긴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는 일의 목적,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은행에서 일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1차적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큰돈이 아닌,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2차적으로는 성장을 위한 환경설정을 하기 위해서다. 은행 내에서 배우는 업무와 정부 규제, 자금의 흐름 등을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고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일반 사람들의 생각, 특정 사업에 대한 전망 등 다양한 의견들을 접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생각하면 배우는 것들이 분명히 많기에 내가 얼만큼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럼 더 나아가, 내 인생에서 '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주말만 기다리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일'을 고민하는 걸 보면 '일' 없이 놀기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는 건 분명하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은 최소화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가진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더불어 시간적 여유까지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삶이 될 것이다. 완벽한 삶은 바라지 않는다. 계속해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해결하고 실수를 하면 만회하고 고쳐나갈 것이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하고 싶던 일들을 실행하고, 경험하고 싶었던 경험들을 진짜로 경험하는 삶을 사는 것.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살려면, 아마도 인생의 특정한 구간에서는 '미치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피곤하다고, 삶이 팍팍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그냥 사는 대로 살다가는 계속 그렇게 살 것 같기에 나는 조금씩 미쳐보려고 한다. 평범하게만 살면, 이룰 수 없는 나의 목표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저자도 그런 목표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렇기에 이런 다소 괴팍하면서도 특별한 경험들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그가 내게 말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죽는 게 아니면 그저 찰과상일 뿐!"

(죽기야 하겄슈~ 그냥 해봐유~)





Photo by Kristopher Roller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회사, 이대로 괜찮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