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jette Jul 02. 2016

201604-201606 책 로그

이 기간은 거의 놀멘놀멘한 기간인데 그러다보니 놀멘놀멘하느라 책을 안 읽었다. 그래도 어쨌든 읽은 건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놀멘놀멘하다보니 (원래도 높은) 소설 비율이 평소보다 더 높아진 것 같다. 그나마 독서모임을 해서 다른 책들의 균형을 맞추는 편이었는데 6월에는 쉬었더니 정말 거의 다 소설이다. 뜨끔. 이러다 마음의 치아가 썩을 지도 모르니 한동안 소설은 읽지 말라는 캐럴님의 처방이 떨어질 듯.


(늘 그렇듯 굵은 글씨는 개인적 추천도서)


2016-04

* [땅 속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이 앨리스와 자매들에게 뱃놀이에서 해 준 이야기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책으로 만들어서 앨리스에게 선물했고, 이 내용을 기반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썼다. 이건 앨리스에게 선물한 원형.물론 난 이 것도 영어 원판이 있고 실물을 영국도서관서 보기도 했지만(…) 초판본 형태로 앨리스 사진도 붙어서ㅜㅜ 나와서 햄볶아요.


* [침묵의 뿌리]: 서평


*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헉슬리 본인이 대작 [멋진 신세계]를 쓴 지 26년 후 책의 주요 소재와 당시 시대를 비교하며 독재와 자유에 대해서 고찰한 비평서. 50년대 초반이다보니 2차 세계대전의 전체/사회주의에 대한 고민이 많고 좀 허술하거나 애매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한 내용. 거기다 일단 내용이 옳잖아요?! 히친스의 서문과 제자 조지 오웰에게 [1984]내용 등에 대해서 보낸 편지는 서비스 서비스.


* [의식]:생물학과 뇌과학 등을 두루두루 익히신 코흐 박사가 ‘의식’에 대해 다양한 면을 고찰하고 이를 어떤 식으로 발견하고 추적할 수 있을 지를 자신의 삶과 함께 이야기한다. 박식하신 분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충분히 흥미롭고 존경심이 샘솟는다. 다만 요즘 내 머리가 굳어서인지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정보이론쯤 가면 본인이 비판(?)의 예로 쓰신 라이프니츠와 다를 게 뭔가 싶어지는 느낌적인 느낌도 조금 들었다.


* [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철학가가 이번에는 자아와 경제적 생존에만 과도하게 집중되어 피로감과 불안감을 안겨주는 상태를 타파하고 진정한 타자성을 깨닫기 위한 방안으로서 사랑을 논하고, 이 것이 현대사회의 소비주의적 성향에서 어떤 식으로 변질되어 나타나는 지를 이야기한다.


* [내 방 여행하는 법] :당시 금지되었던 결투를 해서 ’42’일간 가택 연금에 처한 저자는 방과 자신의 과거와 상상의 세계를 연결해서 여행을 떠나고, 이를 (거의) 매일 글로 옮긴다.어떻게 보면 마들렌 한 입 베어물고 하루 일기 쓰는 격인 것 같지만(…) 어차피 모든 여행은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여행을 가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꽤 흥미진진하다.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저자의 TED 강연 전문과 에세이, 인터뷰를 모아 엮은 책.짧지만 강렬하고 단호하면서도 부담없다.성별,인종 등의 차이에 상관없이 모두 어떤 형태로든 규정될 이유가 없고,그러기 위해 모두 좀 더 잘 해야 한다.


* [인 콜드 블러드] : 개인의 삶에 의미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삶을 시계열 분해해서 나온 트렌드 계수일테지만, 냉혈한들은 현재를 살고 오늘을 살기 때문에 유의미한 트렌드가 나올 수 없다. 사회적 인간의 삶은 단일 인간으로 구성될 수 없지만, 결국 그 사람들은 각각의 시간을 장식해주는 역할에 불과하고, 삶은 어떤 연결고리없이 단편적으로 흘러간다. 거기서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건 간에. 그리고 그렇게 계속된다.이것이 ‘허구’가 아닌 ‘실화’이다.


* [나쁜 페미니스트]:페미니스트라면 웬지 똑똑하고 완전무결한 투사일 것 같은데 나는 결점 투성이에 모르는 것도 많다.하지만 어쨌든 모르는 건 배우려고 하며, 나와 비슷한 위치의 약자들의 평등한 권리를 찾고자 한다. 그렇다면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일 것이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것 보다는, 이쪽이 훨씬 나을 것이다. 어렵지 않다.


* [촘스키,러셀을 말하다]: 촘스키가 러셀을 언급한 두 개의 강의를 옮긴 것. 첫번째는 자신의 언어론을 이야기하다 결론은 인류는 위대하고 그것을 이미 깨우친 러셀님이 최고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사회의 무개념에 대해 역설한 후 이를 깨치기 위해 활동하신 러셀님이 최고라는 것이다. 결론은 러셀 만만세. 책은 매우 얇으나 1장의 언어학 이야기가 조금 어려웠다는 게 함정.(…)


* [금강경]: 템플스테이 하면서 읽었다. 한자판/한글판 다 읽었다. (한자판은 발음 써 있는 걸로(…))아침 예불 드릴 때 금강경 독경을 하는데 해석본이 있어서 독경하는 동안 짬짬이 읽어서 두 세 번 읽으니 완독한 것 같은 기분이 난다. 석가모니와 장로 수보리의 대담집.


2016-05

* [시빌 워]: (아이언맨/캡아/스파이더맨 포함 그래픽 노블 4권) 영화와 달리 정말 히어로별 신념에 따라 행동하다 운동장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이야기.(…)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워낙에 우울하고 캐릭터별 만화로 보면 또 그 나름대로 매우 다크하다.


* [글렌 굴드:그래픽 평전]: 아름다운 연주를 남긴 기이한 무채색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삶을 그려낸 평전.책도,삶도, 아름답다.


* [군중심리학]: 조금 어수선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군중’에 대해 최초로 살펴보며 형태 및 행동 반응을 면밀히 분류해서 정리했다는 점에 박수를. 그리고 이런 형태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흥미롭고 달라진 점이 없다는 비극에 애도를.


* [(빅데이터의 다음 단계는) 예측 분석이다] : ‘예측’하면 뭔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늘 데이터 분석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측’이었어서 기존의 이야기에서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다만 이 정도면 데이터 분석을 설명하면서 적절히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내용들을 꽤 촘촘히 잘 실었다.


* [리틀 브라더]: 재기발랄하지만 지금 당장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을 이야기라 오히려 신선함은 없다는 게 함정. 컴퓨터-특히 보안 관련 기술이 매우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보안학 개론 같은 거 필독서로 써도 될 것 같다.


*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아마도 고딩때 읽은 것 같아 기억이 가물거려서 마침 기회가 생긴 김에 다시 읽었다.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는, 냉전 시대의 서늘함과 고단한 스파이를 적나라하면서도 흥미롭게 그려낸 소설이다.다른 스마일리 시리즈를 대충이나마 알고 보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특히 마지막 법정 장면은 언제 봐도 훌륭하다.


* [국경의 도서관]:  황경신씨의 감성 에세이 모음.십여년이 지나도록 이 분의 글을 술안주로 읽고 있는 거 보면, 이 사람이고 나고 참 자라지 않았나보다…하는 생각을 한다.지상의 어떤 슬픔도 비껴가지 못하는 곳에서,나는 슬픔의 스무가지 그림자를 헤아리며, 남은 생의 한 모금을 조심스럽게 마신다.


* [무인양품 디자인]: 전통과 외부 문화, 실용과 우아함, 편의와 감성 사이를 7:3 정도로 지속적으로 실용성과 통일적 디자인 사이에서 고민하는 브랜드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흥미롭고 예쁘다.


* [민감한 진실]: 뭔가 르 카레 소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느낌이 있다. 굉장히 사건이 신나게 진행되기는 한데 특유의 분위기가 약해서 조금 아쉬웠다.스마일리가 안 나와서 그런가(야)


* [아레나]: 여기저기 단편집에 실린 단편만 읽다 드디어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독 단편집이 두 권으로 나뉘어서 나왔다.아아 SF계의 오 헨리란 명칭이 전혀 아깝지 않다. 정말 반짝이고 기발하고 귀여우면서도 서슬퍼런 단편들이 한 가득. 내내 감탄하면서 읽었다.


* [체체파리의 비법]: “나는 반은 여성이고, 다른 반은 인간이에요. 오늘날 그 두 가지는 같지 않지요.”일단,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혹은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의 단편들은 끝내주게 재밌다. 어떤 불합리하고 보편적인 거대한 제약사항을, SF 관점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캐릭터들의 매력도 넘친다.하지만 내가 읽은 어떤 SF소설 보다도 격렬한 페미니즘 SF였다는 이야기를 안 쓰면 CIA 정보원이자,학자이자,SF작가였던 작가에게 누가 될 것 같아 이 소개도 붙이고 가는 게 맞겠다. 물론 이야기는 성별에 관계없이 재밌을 거라고 자신한다. 작가가 필명만 보고 남자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을 정도니까-SF계도 지금도 그닥 평화롭지 않으니.(휴고상 건도 그렇고). 여기서 사용된 불합리함에서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사람으로서의 여성성’에 대한 것이다. 그 장치를 멋들어지게 활용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 적절한 시기에 소개된 것 같기도 하고.(아 물론 번역도 좋아요!)


*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혼자가 익숙하고 만사가 두려운 ‘회피형 인간’을 몇 가지로 정의하고 애착 불안 등의 원인을 조명하고 예를 든 후 약간의 대안을 제시함. 나도 공감되는 부분이 은근 많아서 꽤 흥미롭게 읽음. 근데 이거 전형적인 [에반게리온]의 신지 이야기 아닌가. 결론도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


2016-06

* [싱글,행복하면 그만이다]: 우에노 지즈코의 일본의 많은 1인 가구,특히 여자 가구 세대주가 어떤 마음 및 생각으로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우리 나라와 많이 닮아있기도 해서 한 번 읽을 만은 했다.그나저나 이번 문제의 [여성 혐오를 혐오하다] 역자와 같은 역자인데 이분 번역 자체 문제는 모르겠는데 남자도 힘들다 이야기가 정말 하고 싶은가보다. 여긴 아주 문제 될 발언은 없지만 뉘앙스가. 아니 그런 거 쓰라고 역자 후기 있는 거 아니야…


* [이세돌의 일주일] : 이세돌의 알파고 전후를 취재하면서 읽어낸 내용에 대한 기록. 새삼스러울 사실은 없지만, 그 기간의 이야기를 이세돌에 좀 더 가까운 관점에서 읽어내는 재미가 있다.


* [도서관]: 책장이나 도서관 그림 좋아하시는 분들 안 계시나요…이 책이 그렇게 훌륭하다 합니다 .삽화 하나하나 예뻐서 쓰러짐.


* [설국열차:종착역] : 설국열차의 후속작이자 또 다른 이야기. 설국열차가 도저히 운행을 할 수 없게 된 상태에서의 디스토피아를 다뤘다. 놀이동산과 신인류에 대한 꿈과 미래와 과거의 혼동 모두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쉽고 친숙하고 흡입력있다.


* [여성 혐오를 혐오하다]: 이 분 강연을 어쩌다 듣게 되어 그 김에 읽은 건데, 일본의 역사 문화 전반에 걸친 여성 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현실은 울 나라와 너무 비슷해서 그런 면도 재밌고.


* [희생양]: 흔한 왕자와 거지 클리셰에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는 느낌이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종교 모티브와 기이하게 억눌리고 비뚤어진 사람들이 이야기를 내내 끈끈한 진갈색 타르로 만들어서 읽는 내내 그 어두움에 사로잡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 [프레즌스]: 가면증후군 등의 다양한 자기 비하 현상과 행동이 사고를 지배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냥 좀 더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 장도는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나저나 닐 게이먼이 자기 비하 만빵이신 분이셨군요 네…


* [DC 코믹스 앤솔로지]: DC의 히어로 개론 같은 책. 기본 히어로별 역사와 주요 작품들을 제대로 엑기스만 모아놨다. 이거 하나면 DC 영화 보는 데는 별 무리 없고요. 다만 역시 DC는 히어로보다는 배트맨 빌런들에 몰빵해서…(…)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링크


* [아마겟돈]: 프레드릭 브라운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SF와 단편의 필수 요소와 미덕을 완벽하게 알고 있고 그걸 대부분의 작품에서 구현한다. 비뚤어진 이야기와 제대로 멋진 반전은 서비스 서비스.너가 생각하는 장르문학은 무엇이냐! 라고 하면 고개 들어 프레드릭 브라운을 보라고 할 것 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