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연금술
1957년의 여름은, 마치 누군가 실수로 설탕을 너무 많이 쏟아부은 커피처럼, 끈적하고 집요하게 한림을 감싸고 있었다. 돼지들의 숫자는 성공의 명백한 증거였지만, 모든 성공은 언제나 그림자를 동반하는 법이다. 그 그림자는 코를 통해 가장 먼저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이전까지 한림의 공기를 지배하던 것은 짠 바다 내음과 젖은 흙냄새, 그리고 마른 억새의 냄새였다면, 이제 그 위에 돼지 똥오줌의 시큼하고 역한 냄새가 겹쳐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없는 날이면, 그 냄새는 눅눅한 안개처럼 마을 전체에 낮게 가라앉아, 사람들의 기억과 폐부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사랑을 나눌 때도 그 냄새는 어김없이 그곳에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스템이 토해내는, 예측하지 못했던 ‘부산물’이었다. 모든 시스템은 성장과 함께 반드시 예기치 못한 부산물을 낳는 법이고, 그 부산물은 종종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임피제 신부가 설계한 작은 우주는 순조롭게 팽창하고 있었지만, 그 팽창의 이면에서 이름 모를 암흑 물질이 함께 자라나고 있었다. 돼지우리 주변에는 똥파리가 구름처럼 들끓었고, 빗물이 똥오줌과 섞여 썩어가며 땅의 숨통을 막았다. 사람들은 돼지를 원했지만, 돼지의 똥까지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신당을 지키는 변씨 노인에게 이것은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기회였다. 그는 지팡이로 땅을 내리치며 마을 사람들을 선동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크고, 그 안에 담긴 분노는 진짜처럼 보였다. "보시오! 내가 뭐랬소! 저 허연 살(煞)이 결국 마을을 오물로 뒤덮고 있지 않소! 저것은 복이 아니라 더러운 부정을 몰고 온 것이란 말이오! 땅이 썩어가고 있단 말이오! 이대로 두면 우리 아이들이 역병에 걸려 죽어 나갈 것이야! 지신(地神)께서 노하시기 전에 저것들을 모두 바다에 던져버려야 하오!" 그의 목소리는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불안에 타들어 가던 사람들의 마음에, 기름을 붓는 것과도 같았다. 돼지우리를 지으며 희망에 부풀었던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이 불러들인 '악취 나는 현실' 앞에서 당혹스러워했다. 몇몇은 밤중에 몰래 임피제의 거처 돌담에 오물을 던지기도 했다.
임피제는 자신의 작은 거처,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그의 낡은 단파 라디오에서는 냇 킹 콜(Nat King Cole)의 <모나리자(Mona Lisa)>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지직거리는 잡음 너머로 들려오는,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그 미소에 대한 노래. 그는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이야말로, 모나리자의 미소와 닮아있다고. 성공과 실패, 희망과 절망이 기묘하게 뒤섞여, 그 진짜 의미를 알 수 없는 얼굴. 그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것은 신의 저주나 재앙이 아니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순리였다. 들어간 것이 있으면, 나오는 것이 있는 법이다. 문제는 나오는 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었다.
그의 눈에, 마을 곳곳에 쌓여가는 돼지 똥은 더러운 오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잘못 놓인 자원’이었다. 그는 아일랜드의 농장에서 아버지가 했던 일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가축의 똥을 밭의 가장자리에 쌓아두고, 짚과 흙을 섞어 오랫동안 썩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검고 부드러운 흙, 즉 퇴비는 밭에 뿌려져 훌륭한 거름이 되었다. 그것은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순환의 한 과정이었다. 그는 결심했다. 이 섬의 멈춰버린 또 하나의 순환을 되살려야겠다고. 당시 한국 농촌에서는 ‘분뇨는 곧 폐기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그는 그것을 가장 귀한 자원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어느 날 아침, 임피제는 삽이 아닌, 낡은 손수레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자신의 집 마당에서 키우던 하얀 돼지의 우리부터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는 똥과 오줌으로 질척이는 짚더미를 삽으로 퍼서, 주저 없이 손수레에 담았다. 그리고는 그 손수레를 끌고, 지난번 물길을 냈던 공터의 한구석으로 향했다. 그는 그곳에 똥더미를 쏟아부었다. 그의 행적은 즉시 마을의 새로운 가십거리가 되었다. "이번엔 똥을 모으고 있다던데." "똥은 모아서 뭘 하려고?" "글쎄 말이야. 저 코쟁이는 하는 짓마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임피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 날, 강매실의 집을 찾아갔다. 강매실은 돼지우리 옆에 산처럼 쌓여가는 똥 더미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 성공의 대가는 이토록 지독한 냄새란 말인가’ 하는 체념이 서려 있었다.
"그것을 저에게 주시지 않겠습니까?" 임피제가 물었다.
강매실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걸요? 이 더러운 것을 어디에 쓰시려고요?"
"쓸모가 있는 물건입니다." 임피제는 짧게 대답하고, 그녀의 집 돼지우리를 깨끗하게 청소해, 똥을 손수레에 가득 싣고 떠났다. 그는 다음으로 김만수의 집으로 향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 허우적대다, 돼지 한 마리를 통해 간신히 삶의 끈을 붙잡은 남자. 그의 집 우리 역시, 처리하지 못한 절망처럼, 똥오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마을을 돌며,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을 자신의 손수레 안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세상의 모든 오물을 혼자 짊어지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보였다.
며칠 후, 사건이 터졌다. 변씨 노인이 마을 남자 몇몇을 이끌고 임피제가 똥을 쌓아두는 공터로 쳐들어온 것이다. 그들의 손에는 낫과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이 부정한 것을 당장 치우지 못할까!" 변씨 노인이 지팡이로 똥 더미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것이 우리 마을의 혈맥을 막고, 역병을 불러올 것이야! 지신께서 노하시기 전에, 네놈이 이 땅을 더럽힌 죄를 물어야겠다!"
임피제는 그들 앞을 막아섰다. 그는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성난 무리를 마주할 뿐이었다. "이것은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생명입니다."
"생명? 똥이 생명이라는 말이냐! 이 미친 코쟁이 놈!" 한 남자가 그에게 달려들려 하자, 마을 원로 고봉수가 그를 막아섰다. 고봉수는 임피제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동시에 그의 무모함 뒤에 숨겨진 어떤 원리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신부." 고봉수가 말했다. "이것은 우리 방식이 아니오. 땅에는 기운이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법인데, 신부의 방식은 늘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구려. 대체 이 똥으로 무엇을 하려는 게요?"
"땅을 살릴 겁니다." 임피제가 대답했다. "여러분이 버린 것으로, 여러분의 땅을 다시 살릴 겁니다."
그의 대답은 너무나도 기묘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달려들지 못했다. 그들은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으며 물러갔지만, 그들의 눈에는 경멸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희미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날 이후, 공터의 똥 더미는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그는 그 위에 마른 짚과 흙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그리고 며칠에 한 번씩, 쇠스랑으로 그 더미를 뒤집어 공기가 통하게 해주었다. 그의 몸에서는 늘 시큼한 냄새가 났고, 그의 검은 수단에는 흙먼지와 오물이 묻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신성한 사제가 아니었다. 그는 마을에서 가장 천한 일을 하는, 정체불명의 청소부였다. 라디오에서는 패티 페이지(Patti Page)의 <체인징 파트너스(Changing Partners)>가 흘러나왔다. 파트너를 바꾸며 계속 춤을 춰야 하는 슬픈 운명에 대한 노래. 그는 생각했다. 자신 역시, 이 섬이라는 거대한 무도회장에서, 흙과, 돼지와, 이제는 똥과 파트너를 바꿔가며, 위태로운 춤을 계속 추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시간이 흘렀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의 냄새가 달라졌다. 공터의 똥 더미는 더 이상 역한 냄새를 풍기지 않았다. 대신, 비 온 뒤의 숲속에서 나는 것과 같은, 깊고 향긋한 흙냄새를 피어올리기 시작했다. 더미의 색깔도 거무죽죽한 색에서, 윤기가 흐르는 짙은 흑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연금술. 그것은 느리고, 지루하며,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가장 위대한 연금술이었다.
마침내, 임피제는 마을 사람들을 공터로 불러 모았다. 변씨 노인과 고봉수 원로도 마지못해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거대한 흙더미 앞에 서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임피제는 아무 말 없이 흙더미로 다가갔다. 그는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흙더미의 가장 깊숙한 곳을 파헤쳤다. 그리고는 한 움큼의 흙을 집어 들어, 사람들 앞에 내보였다.
그것은 더 이상 똥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름지고 부드러우며, 좋은 냄새가 나는 ‘땅의 정수’였다. 그것을 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평생을 밭을 갈며 살아온 농부들은 그 흙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저것이야말로 척박한 화산회토를 비옥하게 만들고, 어떤 씨앗이든 틔워낼 수 있는 생명의 원천이었다.
"이것은 퇴비입니다." 임피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버린 것, 더럽다고 생각한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썩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이것이 순환입니다."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연금술과도 같은 변화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가장 천하고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변한 것이다. 그들의 낡은 세계관이 다시 한번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아내를 잃고 무기력에 빠져 있던 홀아비, 김만수였다. 그는 임피제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신부님. 저에게도… 저 일을 가르쳐주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안에는 이전에는 없던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무기력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이 새로운 순환의 일부가 되고 싶어 했다. 쓸모없는 존재에서, 가치 있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했다. 그는 버려진 것들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한 것이다.
그날 이후, 공터의 거대한 흙더미는 ‘퇴비 공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김만수는 그 공장의 첫 번째 직원이자, 유일한 공장장이 되었다. 그의 몸에서는 언제나 잘 발효된 흙의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그의 새로운 정체성이자, 그가 세상과 맺은 새로운 관계의 증거와도 같았다. 아내를 잃은 슬픔이 남기고 간 그의 텅 빈 시간 속으로, 이제는 돼지 똥을 모으고, 짚을 섞고, 쇠스랑으로 그것을 뒤집는 규칙적인 노동의 리듬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절망을 파내고, 그 자리에 희망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마을의 시간은 이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고여 있던 모든 것이 제 길을 찾아 움직였다. 퇴비 공장에서 나온 돈은 김만수의 주머니만을 채우지 않았다. 그 돈의 일부는 다시 돼지은행의 공동 자산으로 흘러 들어가, 굶주리던 가축들의 배를 채울 더 좋은 사료가 되었다. 돼지가 땅을 살리고, 땅이 사람을 키우고, 그 사람이 다시 미래를 준비하는 완벽한 원. 임피제는 그 흐름을, 자신의 작은 거처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이, 막혀 있던 물꼬를 터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은, 일단 흐르기 시작하면,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 알고 있는 법이니까.
임피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창가에 서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이 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즉 ‘순환의 부재’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만족감에 젖어 있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또 다른, 훨씬 더 거대하고 풀기 어려운 질문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퇴비로 키운 채소와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아이들의 영양 상태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갓난아이들은 어미의 젖이 부족해 늘 배를 곯았다. 그는 생각했다. 돼지의 젖이 아니라, 인간에게 가장 완전한 영양을 공급해 줄 수 있는 것. 우유.
그의 시선이 퇴비 공장 너머, 가시덤불만 무성한 드넓은 황무지로 향했다. 저 땅을 모두 초지로 만들고, 그 위에 젖소 떼를 키울 수 있다면. 그것은 돼지 몇 마리를 키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새로운 시스템이 설계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초지, 젖소, 착유, 우유 가공, 그리고 배급.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공장이자, 이 섬의 미래를 통째로 바꾸어 놓을 혁명이 될 터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가장 어려운 퍼즐은,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법이니까. 라디오에서는 주디 갈란드(Judy Garland)의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회색빛 현실을 벗어나,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있을 꿈의 나라를 그리는 노래. 그는 생각했다. 잿빛 화산섬인 이곳이 바로 캔자스라면, 자신이 꿈꾸는 저 푸른 초원의 목장은 무지개 너머의 오즈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또다시, 아무도 믿지 않는 그 꿈의 나라를 향해, 혼자만의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