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장: 닫힌 문 안에서

by 고강아놀자

성공이라는 눈부신 태양 아래, 그림자는 더욱 짙고 길어지는 법이었다. 조선호텔에서 밀려드는 주문과 돈은, 테쉬폰의 둥근 지붕 아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중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돈의 무게는 소녀들의 어깨를 짓눌렀고, 경쟁이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벽은, 그녀들을 서서히 갈라놓고 있었다.

고은영이 제안하고, 그녀의 ‘알파 팀’이 증명해낸 ‘성과 기반 인센티브 제도’는, 달콤한 독처럼 공동체 전체로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소녀들도, 매달 말 통장에 찍히는 숫자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자, 더 이상 ‘함께’라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으로는 배고픔을 달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테쉬폰의 공기는 이제, 창조의 음악이 아니라, 소리 없는 전쟁터의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소녀들은 서로의 손을 곁눈질했고, 더 빨리,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노하우를 감추기 시작했다. 실수를 하는 것은 더 이상 공동의 책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개인의 무능과 금전적 손실로 직결되었다. 누군가 실을 끊어 먹으면, 위로의 말 대신 차가운 침묵과 희미한 안도의 한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그 생각은 전염병처럼, 모두의 마음속에 번져나갔다.

갈등은, 어느 늦가을 급여일에, 가장 추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폭발했다.

그달, 유난히 생산량이 좋았던 고은영과 그녀의 팀은, 솜씨가 서툰 다른 소녀들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을 받았다. 그 차이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돈 봉투의 두께를 확인한 한 소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건 너무하잖아! 나도 밤새워 일했는데, 이게 뭐야!"

그 울음은 도화선이었다. 여기저기서 억눌려왔던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네가 실수해서 스웨터 한 벌을 통째로 버렸잖아! 그 손해는 누가 메꾸는데?"

"그럼 언니는! 실 아낀다고 더 얇은 바늘 써서 옷이 헐렁해진 건 괜찮고?"

말들은 칼이 되어 서로의 가슴을 찔렀다. 테쉬폰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고성이 오갔고, 서로를 향한 원망과 비난이, 기름 냄새와 먼지 속에 뒤엉켰다. 양순임이 그들 사이를 오가며 필사적으로 말려보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와 ‘마음’은, 너무나 공허하고 무력하게 들릴 뿐이었다.

바로 그때, 임피제 신부가 테쉬폰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등장에,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소녀들은 모두,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혹은 심판자 앞에 선 죄인처럼, 그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그가 이 불공평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현명하게 정리해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임피제는 그 아수라장의 한복판을,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고, 누구도 나무라지 않았다. 그는 그저,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그 안에 담긴 분노와, 슬픔과, 억울함과, 그리고 탐욕을, 아주 깊은 눈으로 들여다볼 뿐이었다.

그는 테쉬폰의 출입문 앞에 섰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려는 김만수와 수녀들을 막아 세웠다.

"모두, 여기 계십시오."

그리고는, 안에서 육중한 빗장을 걸었다. 덜컹, 하는 쇳소리와 함께, 테쉬폰은 외부 세계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었다.

소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부터, 이 문은 열리지 않을 겁니다." 임피제는 조용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 다시 열릴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것은, 여러분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는 테쉬폰의 중앙으로 걸어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나는 여러분에게 양을 주고, 베틀을 주고, 기술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나는 가르쳐 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서는 법’입니다."

그의 시선이 고은영과, 울고 있는 소녀들을 차례로 훑었다.

"이곳은 더 이상 나의 공장이 아닙니다. 이곳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여러분의 문제이고, 여러분의 갈등이며, 여러분의 미래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스스로 길을 찾으십시오. 이 문이 다시 열리는 날, 여러분이 하나의 목소리로 새로운 규칙을 가져온다면, 나는 그것을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단 한 사람이라도 이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친다면, 나는 이 모든 것을 내 손으로 불태우고, 아일랜드로 돌아갈 겁니다."

그의 선언은, 폭탄과도 같았다. 그것은 가장 자비로운 방식의, 가장 잔인한 방치였다. 그는 시스템을 만든 창조주였지만, 이제 그 시스템의 운명을, 시스템 스스로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은 사무실로 돌아가는 대신, 테쉬폰 구석의 낡은 의자에, 마치 석상처럼 조용히 앉았다. 그는 더 이상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침묵의 선언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가장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의 귓가에는, 축음기가 없었지만, 더 마마스 앤 파파스(The Mamas & the Papas)의 <Creeque Alley>가 흐르는 듯했다. 그룹을 만들고, 헤어지고, 다시 뭉치며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는, 그 혼란스럽고도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노래. 그는 지금, 테쉬폰이라는 이름의 밴드가, 해체될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히트곡을 만들어낼 것인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력한 프로듀서였다.

임피제의 폭탄선언 이후, 테쉬폰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소녀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들은 고아가 된 것만 같았다.

그 침묵을 깬 것은, 고은영이었다. 그녀는 이것이 마침내 자신에게 온 기회라고 생각했다. "보세요. 이것이 바로, 감정에 의존한 낡은 시스템의 한계입니다. 신부님께서도, 결국 제 방식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신 겁니다."

그녀는 자신이 기록해 온 데이터를 펼쳐 보이며, 다시 한번 ‘성과 기반 인센티브 제도’의 합리성과 효율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녀의 논리는 빈틈이 없었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넘쳤다. 몇몇 소녀들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저것만이 이 혼란을 끝낼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바로 그때, 구석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양순임이,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고은영처럼 도표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논리적인 언어를 구사할 줄도 몰랐다.

"은영아, 네 말이 다 맞을지도 몰라."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시작했다. "더 많이 일한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거. 그게 세상의 이치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공장이 아니잖아."

그녀는 다른 소녀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처음 여기 왔을 때를 생각해봐.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어. 돈도, 기술도, 희망도. 우리가 가진 건, 상처 입은 몸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뿐이었어. 그때, 우리가 어떻게 실을 잣는 법을 배웠지? 더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을 가르쳐줬기 때문이야. 우리가 어떻게 밤을 새워 주문을 맞췄지? 서로의 실수를, 함께 메워줬기 때문이야."

그녀는 벽에 걸린, 자신의 첫 번째 스웨터를 가리켰다.

"저 스웨터가, 왜 비싼 값에 팔렸을까? 내 솜씨가 좋아서? 아니. 그 안에는, 아일랜드에서 온 양들의 이야기가 있고, 수녀님들의 기도가 있고,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야.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서로의 등을 다독여줬던 바로 그 시간들. 만약 우리가 돈 때문에 서로를 경쟁자로 보기 시작한다면, 그 이야기는 사라져. 그럼 저 스웨터는, 그냥 비싼 털실 뭉치에 불과해지는 거야."

고은영이 반박했다. "언니, 그건 감상일 뿐이야. 이야기로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어!"

"아니, 은영아." 양순임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이야기가 바로, 다른 곳에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기술이고, 우리만의 힘이야."

그 순간, 그동안 가장 솜씨가 서툴러 주눅 들어 있던 한 소녀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순임 언니가 밤늦게까지 남아서, 제 손을 잡고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저는 벌써 포기했을 거예요. 제가 받은 돈이 적은 건, 제 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누구의 탓도 아니에요. 저는… 돈보다, 다시 일할 수 있게 된 게 더 기뻐요."

그 소녀의 진솔한 고백은, 그 어떤 논리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다른 소녀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잃어버릴 뻔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날 밤, 테쉬폰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소녀들은 처음으로, 임피제나 수녀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밤새 토론하고, 싸우고, 울고, 그리고 다시 서로를 껴안았다.

그들은 고은영의 제도를 완전히 무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의 합리성 또한, 공동체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임을 인정했다. 그들은 두 개의 다른 세계를, 하나로 합치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아침, 소녀들은 임피제 앞에, 낡은 합판 위에 숯으로 쓰인, 그들의 새로운 규칙을 들고 섰다.

<한림수직, 우리들의 약속>

모든 사람의 월급은 똑같이 나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하지만, 더 많이, 더 잘 만든 사람에게는, 연말에 ‘칭찬 상여금’을 준다. 우리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서툰 동료를 가르쳐주는 일과, 완성된 제품을 검사하는 일 또한, 스웨터 한 벌을 만드는 것과 똑같이 중요한 노동으로 인정한다.

우리의 이익 중 일부는, 반드시 ‘함께 기금을’으로 모아,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함께 사용한다.

그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들만의 규칙이었다. 그것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었다. 그것은 ‘한림수직주의’였다.

고은영은 그 합의의 과정에서, 자신의 논리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패배했지만, 완전히 배척당하지는 않았다. 소녀들은 그녀에게, 새로운 ‘품질 관리 및 생산성 향상 연구’라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

임피제는 그들의 새로운 약속을, 한참 동안 말없이 읽어 내려갔다. 그의 얼굴에, 아주 오랜만에,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굳게 닫혀 있던 테쉬폰의 빗장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열었다.

아침 햇살이, 닫혔던 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날 이후, 테쉬폰의 베틀 소리는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이전과는 어딘가 달랐다.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행진곡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다른 악기 소리가 섞여, 더 복잡하고, 더 풍성하며, 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섬의 다른 쪽에서, 최 사장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분노했지만, 동시에 기묘한 호기심을 느꼈다. 자신이 심은 바이러스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낸 저 기묘한 공동체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그의 패배는, 더 집요하고 악랄한 다음 계획의 서막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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