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정경
우리가 아직 연인이던 겨울에 당신은 말했다. 다가오는 봄에는 결혼을 하자고. 연분홍 봄꽃이 스콜처럼 내리면 우리도 보란 듯이 부부가 되자고 했다. 막차 시간이 꽉 차도록 머뭇거리다 아쉬움 꾹 누르며 헤어지는 밤은 이 겨울을 마지막으로 끝내자고 했다. 30년 가까이 남남으로 살았던 두 개의 이름이 혼인신고서에 꾹꾹 눌러 적힌 그때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축포 같은 봄이 스러지고 다시 겨울이 와도 내 옆에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평생을 살겠다던 사람. 세상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사람. 남편과 함께 맞는 두 번째 봄이 코 끝까지 바싹 다가왔다.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