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정한 이유

by 튼튼한 토마토

2018년 6월 퇴사를 하기로 했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왜 그만 두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이 퇴사를 한다는 일이 특별 할 수도 있겠다. 이전 직장이랑 비교하면 업무 강도가 높지도 않고, 야근도 거의 없고, 인간 관계 스트레스가 심하지도 않다. 종종 어처구니 없는 업무 프로세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정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의 돈을 받아서 생활을 영위하는 일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지. 내 친구들 중 몇몇은 자조적인 웃음을 터트리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월급을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른 살 여자. 경력 4년. 지금 일을 그만 두면 재 취직을 할 수 있을까? 요즘 같이 취직이 어려운 시기에 다음 직장을 구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 둘 경우 재 취직이 굉장히 어렵다. 더욱이 난 올해 9월 결혼, 12월 장기 여행 출발을 계획하고 있어서 지금 그만두면 앞으로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회사를 다시 다닐 일이 없을 것 이다. 재 취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받는 연봉을 받을 수 없다고 난 확신한다. 나중에 재 취직을 하면 절반 이하의 월급을 받으면서 회사를 다녀야겠지. 하지만 난 이 일을 평생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퇴사를 결정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스무 살 때부터 서른이 되면 세계일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무 살의 나는 서른쯤 되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어른이되었으니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천성적으로 부정적인 내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참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서른이 된 지금의 나는 스무 살에 꿈꾸던 여유 있는 어른의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일주를 떠나겠다는 생각은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남편(9월부터)이랑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9월부터 남편이 될 내 남자친구도 예전부터 세계일주를 꿈꾸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것 같아서 포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를 만나서 세계일주의 꿈 부활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 할 예정). 그래서 우리는 9월에 결혼하고 10월에 세부에서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12월에 출국 할 예정이다. 하지만 출국이 12월 예정인데 퇴사를 6월에 하는 건 쫌 빠르지 않나? 라고 물어 볼 수도 있겠다. 사실 그렇다. 결혼을 9월에 하면 퇴사를 9월이 넘어서 해야 축의금도 받고 이래저래 이득 일 것 이다. 근데 나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시간" 이었다.

미래에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 나는 지금 하는 일과 육아를 병행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너무나 쉽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 할 수 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재미없고 보람을 느끼지 못 한다고 단박에 외칠 것 이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회사를 계속 다니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인데, 돈을 버는 일은 만족이 없어서 벌어도 벌어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욕심이 난다. 돈에 욕심이 난다. 돈을 많이 벌어서 원룸이 아닌 개를 키울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나만 강아지가 없다) 뜬금없는 고해 성사인데 나는 돈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뭐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지금도 이렇게 돈에 욕심이 나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난 더욱 욕심을 부리게 될 것 이다. 놀랍지 않은 예상이다. 그러면 나는 더더욱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없을 것 이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결혼하기 전에 온전히 내 자신에게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시간을 내서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내 자신을 사랑하고 글을 많이 써야지. 그래서 난 6월에 퇴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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