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by 튼튼한 토마토

퇴사를 결정하면서 내가 생각보다 겁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사를 하면 사회적으로 가치 없는 인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남들은 대리 달고, 과장 달고 승진하는 이 시기에 자발적인 백수가 되다니. 청년실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 자발적 백수를 지양하는 삶은 어찌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무서웠다. 고정 수입이 없어지는 일이 무서웠고,좋아하지 않는 일이지만 경력이 단절되어 혹시나 다시 돈이 필요할 때 회사로 복귀하지 못 할 내 모습이 두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나를 위해서 시간을 쓸 거야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일이 껄끄러웠다. 나는 생각보다 겁이 많고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 두려움은 당연하고도 또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두려움을 오롯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었다.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들었던 것 중 하나는 시간이었다. 회사라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으면 하루를 열심히 살던 그렇지 않던 시간은 착실히 흘러갔고 아무도 나에게 열심히 잘 살고 있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일을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다.) 어렵게 취직하여 안정적으로 받는 월급과 차곡차곡 쌓이는 적금이 나를 설명해주고 증명해주는 전부였다. 안정적인 수입은 내 시간이 가치있다는걸 대변했다. 슬프게도 그것은 나의 행복과 전혀 무관했지만. 하지만 회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시간은 돈으로 환산되지 못 한다. 그저 얼마나 충실하게 하루를 보냈는지로 그 가치가 결정이 될 것이다.


돈으로 환산되지 못하는 시간이 정말 나에게 가치 있는걸까?


그동안 회사라는 테두리에 가려져서 이 질문을 교묘하게 외면하면서 살 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질문을 외면하지 못 한다. 그래서 두려웠다. 게으른 나를 너무 잘 알기 때에 시간을 흥청망청 쓸 내 모습이 너무 뻔해 두려웠다. 돈도 못 벌면서 시간을 함부로 쓰는 그런 나태한 백수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겁이 났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잘 생각해봐도 스스로를 믿는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를 믿고 다독이고 용기를 내는 일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용기를 냈다. 7월부터 백수가 되는데 나 잘 할 수 있겠지. 사실 이 글도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사실 잘 못하면 어떤가. 뭐 그 시간은 그 시간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금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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