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월급

by 튼튼한 토마토

퇴사를 하고 어제 마지막 월급이 들어왔다. 통장에 찍혀있는 이 돈이 마지막 월급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정말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급이 없어진 나의 삶은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나는 외식을 줄이고,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재의 삶은 조금 느려졌고 약간 불편해졌지만 아직까지는 평온하고 온화하다.

월급으로 나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돈을 쓰는 것에 죄책감은 없었고 시발비용으로 나가는 돈은 아깝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는 날 이면 신전 떡볶이에서 매운맛 치즈 떡볶이를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고 혼자 먹지 못할 음식을 사서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일이 없다. 시간을 내서 온전히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 싫어하는 설거지를 미루지 않고 바로 하려고 노력한다. 김치볶음밥, 야채볶음 같은 간단한 음식들은 만들면서 그동안 나는 이 간단한 음식조차 만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회사를 다니는 나는 양파를 다듬고 김치를 썰 정도의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시간이 많아져 안 입는 옷들을 정리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출근을 하기 위해 샀던 블라우스를 정리하고 오래된 코트를 정리했다. 햇살 좋은 늦은 오후 이불을 빨고 겨울옷들을 정리했다. 빨래를 돌리는 동안 화장실 청소를 했다. 화장실의 곰팡이를 청소하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내 주변의 환경에 무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내 마음은 화장실에 스멀스멀 피는 곰팡이처럼 좀먹어 회사일 이외에 어떤 것도 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랬다. 난 많이 지쳐있었구나.

월급이 없는 삶은 불안하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이 시대에 나는 자발적으로 불안한 삶은 선택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불안하지는 않지만 숨만 쉬어도 괴로웠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는 것이다. 난 지금의 평온함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