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던 당시의 나는 늘 내가 아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죽지 않을 정도로 아프다면 회사를 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만하고 싶다. 지쳤어. 지겨워. 못하겠어. 이런 생각들이 늘 머리에 가득해서 웃을 수 없었다.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내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자 난 급속도로 예민해졌고 집에 돌아와서 이유 없이 울곤 했다. 5년간의 누적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날 꽤 지치게 만들었고 그러한 고통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난 단단하지 않았다. 회사생활에 대한 이야기, 퇴사자들의 글, 유튜브 이런 것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보기 시작했던 것 도 이쯤이었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져버리는 이 생활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답답하고 끝이 보지 않는 생활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 우리는 왜 도시의 작은 불빛이 되어 고단한 하루를 꾸역꾸역 버텨야 하는지 답이 있다면 알고 싶었다.
내가 일하던 업계에서는 한 회사에서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면 이직하기 힘들다고 했다. 혹은 공백기가 있으면 다시 이직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다들 쉴 수 없었고 끝없이 일을 했다. 그런 분위기의 회사였다.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해야 했던 동료의 이야기나 여름휴가도 없이 일을 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먹먹하게 들려올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프면 좋겠다. 죽고 싶다. 죽으면 회사 가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한번 들었다고 해서 인생이 바로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하나의 실금이 되어 삶에 아픈 흔적을 남긴다.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미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렇게 까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야 했을까. 쉬고 싶으면 쉬면 그만이었는데. 왜 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이 되었을까.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밥벌이도 중요하지만 어그러지고 버그러진 마음을 먼저 돌보라고 말하면서 꼭 안아 줄텐데 그럴 수 없어서 이 글을 적는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