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
정말로 문과생은 취업하기 힘들까? 취업준비를 막 시작했던 나는 조금은 불안해했지만 나를 위한 자리 한 곳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초조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절망스럽게도 한 학기가 끝나도록 단 하나의 서류도 통과하지 못했다. 스터디를 하고 인적성을 준비하고 취업지원과에서 컨설팅을 받으며 절박하고 또 간절하게 한 학기를 보냈지만 그 많은 회사 중 나를 원하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내가 서류 합격을 하지 못 하고 면접의 기회 조차 얻을 수 없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취업 준비가 남들보다 늦었다. 아니 애초에 취업을 염두하고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지금은 어쩔지 모르겠지만, 내가 취직 준비를 할 당시 취업 시장에서 불리한 문과생이 조금이나마 회사에 어필을 하려면 경영학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수학을 17살에 포기한 나에게 경영학이니 경제학과 같은 학문은 너무나 높은 문턱처럼 보였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대학은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다고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대학이란 장소가 취업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취업 준비를 늦게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
학비를 벌어야 했고,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쉴 수 없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일을 하지 않은 시간은 없었다. 오전에 수업을 듣고 오후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통장의 잔고를 계산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 시간에도 즐거운 일은 있었지만 괴로운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르바이트가 지겨웠고 눈물이 났으며 그럼에도 응석을 부릴 수 없다는 생각에 애써 덤덤하게 삶을 이어나갔다. 가끔은 펑펑 울면서 무너지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잘 버텼다. 그 당시의 나는 먼 미래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취직, 결혼, 내 집 장만 이런 것들이 내 미래에도 존재하는 걸까? 미래보다는 오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취직을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멀어만 보이는 취업 준비보다 오늘의 나를 배부르게 할 아르바이트가 더 중요했다.
그렇게 살았던 내가 어느 순간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될 수 있을 리 없었다. 애초에 나는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간절했다. 어떤 직무던 회사에 다니고 싶었고 회사를 다녀야 지금 보다 돈을 더 벌 수 있을 테니까. 그저 돈이 벌고 싶었다. 돈을 벌면 지금보다 편해지겠지. 돈을 벌면 지금보다 울 일이 줄어들겠지. 돈을 벌면 지금보다 행복해지겠지.
애초에 내가 갈망했던 것은 돈이지 회사가 아니었다. 내가 갈망했던 것은 나의 자아실현과 적성 그리고 행복이 아니라 결국 돈이었다.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저금을 할 수 있었고, 엄마와 함께 해외여행도 갈 수 있었다.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친구들의 생일에 기프티콘을 보낼 수 있었으며, 자취방 보증금을 모을 수 있었다.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모든 일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의 삶은 우울과 슬픔으로 가득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취직을 갈망했던 그 순간처럼 나는 끊임없이 퇴사를 갈망했다.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내 삶을 채우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난 퇴사를 했다. 욕심이 많은 나에게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내 삶을 채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퇴사라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의 나는 5년 뒤의 내 모습이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5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삶을 살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그 기대가 현재 삶을 살아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삶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